‘박사모’를 통해 돌이켜 본 대한민국 정치인 팬클럽의 역사
‘박사모’를 통해 돌이켜 본 대한민국 정치인 팬클럽의 역사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3.3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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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박사모’를 통해 돌이켜 본 대한민국 정치인 팬클럽의 역사

 

좋아하는 정치인의 가치를 이해하는 대중적 정치참여의 통로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맞선 ‘박사모’의 태극기집회가 이슈가 되고 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이른바 박사모는 국내의 대표적인 정치인 팬클럽이자 사조직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앞장섰고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막는데 헌신적이다. 박사모를 통해 본 대한민국 정치인 팬클럽의 역사와 특성을 알아봤다. 



대중적지지 기반의 정치인 팬클럽 문화가 뿌리내리기까지


정치인 팬 클럽의 전신은 1980년대 민주산악회와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연청)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각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곽조직으로, 두 사람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5공 시절 정당이 해산돼 정치 활동이 제한되자 김영삼과와 김대중은 친목단체를 내걸고 우회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김영삼은 ‘등산 정치’라는 말을 만들어 낸 민주산악회를 1981년 세웠다. 연청은 1980년 김대중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 주도로 만들어졌다가(첫 이름은 민주연합청년동지회)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산된 뒤 주선회(酒仙會), 홍익상조회를 거쳐 87년 다시 뭉쳤다. 별동대, 친위대로 간주되는 이들 조직은 당 안팎의 주요 선거 때 동원됐으며 그 공로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요직을 꿰차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팬클럽의 등장은 1990년대 말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만들어진 ‘창사랑(이회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2000년 출범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정치인과 정당이 설립을 주도하고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정치인 팬클럽의 효시로 꼽힌다. ‘창사랑’은 이회창 후보가 1997년 대선에서 아쉽게 패한 뒤 대구의 젊은 지지자들이 PC통신 채팅방에서 다음 대선에 재도전 할 수 있게 준비하자고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또한 노사모는 2000년 4ㆍ13 총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것이 계기가 됐다. 노사모의 경우 20,30대 지지자들이 ‘노하우’라는 인터넷 팬클럽에서 낙선한 노 후보를 도울 방법을 찾고자 했고,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치인 노무현의 가치를 공유하고 알리는 데 치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정치인 팬클럽은 인터넷에서 지지ㆍ비판 의사를 활발히 표현하는 문화와 함께 발전해왔다. 2002년 사상 첫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노사모의 영향력이 극대화된 사건이었다. 노사모는 절대 약세였던 노 후보의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고, 본선에서도 소액 후원금을 모으는 ‘희망돼지 저금통’ 아이디어를 내고, 노란 목도리, 노란 풍선 등으로 유세장을 노랗게 뒤덮는 등 당과 보조를 맞춰 선거운동을 벌였다.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역시 충성도 면에서 노사모 못지않게 강한 결집력을 자랑한다. 박사모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앞장섰으며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막는데 헌신적이다. 최근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거물 정치인들은 다수의 팬클럽을 거느릴 정도로 팬클럽은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해 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팬들이 대거 당원에 가입하는 등 최근에는 당내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약 10만 명의 민주당 새 당원 중 상당수가 문 전 대표 지지자들로 추정되는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 자신의 표를 행사하려는 것이다. 


 

 

 

2017 대선의 향방을 쥔 정치인 팬클럽


앞당겨진 대선을 앞두고 각각의 예비 대선 후보들에 대한 팬클럽들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인 팬클럽의 본류는 크게 야권의 '노사모'와 여권의 '박사모'로 양분된다. 지난해 12월 조직된 이재명 성남시장의 팬클럽 '손가혁'(손가락 혁명군)은 초기 멤버 중 노사모 출신이 절반 이상으로 알려졌다. '손가혁'은 2012년 다음 팬카페를 시작으로 '이재명과 연대'(2012년), '이재명과 10만대군'(2016년)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팬클럽(문팬·문사모·젠틀레인·노란우체통) 역시 노사모를 근간으로 한다. 최대 규모인 '문팬'은 정서적으로 노사모를 계승한 정치 팬클럽 '문사모'(문재인을 사랑하는 모임)와 기존의 '문재인 변호사를 사랑하는 모임'이 합쳐지며 2004년 탄생했다. 여기에 2010년 7월 '젠틀재인', 2012년 4월 '문풍지대', 2013년 1월 '노란우체통'이 각기 결성돼 활동하다 지난해 1월1일 통합 카페 '문팬'이 출범했다. 그러나 이후 통합 운영자 경선에서 가장 회원 수가 적었던 오프라인 팬클럽 '문풍지대' 대표가 선출되자 이에 반발한 각 카페가 같은해 6월 이탈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최대 팬클럽 '안희정 아나요'(안희정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의 역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사모에서 오래 활동하던 이들을 중심으로 30~50명이 안 지사의 일산 자택 근처 카페로 찾아가 당시 야인이었던 그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할 것을 제안한다. 이들이 주축이 돼 2007년 8월 '아나요' 카페를 개설했다.

 
한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팬클럽 계보는 단순하다. 2007년 유 의원의 지역구 대구 지지자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유심초'(儒審初) 카페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그룹 등을 통해 '개혁보수팬心', '승민사랑' 등이 개설됐으나 대부분 '유심초' 회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팬클럽은 지난해 8월쯤 결성된 '황대만'(황교안 대통령 만들기)이 주축이다. 이들은 단순 정치인 팬클럽으로 개설했는데 탄핵정국 이후 '황교안 대안론'이 힘을 받으며 회원수가 급증했다. 크게는 '박사모'를 계승했다는 평을 받는다. 국내의 정치인 팬클럽은 등장한 정치인의 정치적 사건에 따라 분화, 확장, 통합을 반복해왔다. 정치인 팬클럽은 정치인을 좋아하고 소통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이해하고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번 대선에서는 어떠한 팬클럽들이 지지자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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