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감사원 독립 논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감사원 독립 논란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3.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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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감사원 독립 논란

개헌 흐름을 타고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에 대한 논의 계속돼

 

▲감사원 전경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 독립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다원화되면서 ‘행정 국가화’ 현상을 감사원이 적절하게 통제해야 하지만, 감사원이 대통령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어 그동안 부실감사·정치감사 등 직무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감사원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국가 최고 감사기관이다. 감사원의 임무와 기능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검사, 국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 및 기타 법으로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 행정기관의 사무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이다. 해당 정부부처나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감사를 통해 위법사실이나 직무의 불이행을 발견할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하거나 해당 부처나 투자기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결과는 다음 해에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감사원이 본래의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부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직속기관이지만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이러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감사원이 의회에 소속되어 행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감사원이 헌법상 행정부나 의회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며 비리행위자에 대한 수사권, 체포권, 은행장부열람권까지 가지고 있다.

 
다른나라와는 달리 대통령직속기관인 대한민국 감사원이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을 제대로 감사하지 않아 ‘최순실 국정농단’을 키웠다는 비판론이 정치권과 감사원에서 제기됐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감사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실세인 최순실씨가 개입된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요 사업을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다.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창조경제추진단,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등 최순실과 연관된 사업에 대해 감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 문화융성·창조경제·국민행복·평화통일을 4대 국정기조로 삼겠다고 밝혔고 관련 사업에 인력과 예산을 대거 투입했다. 감사원 입장에서 보면 정권의 주요 사업은 예산 규모 등에 비춰 볼 때 예의주시해야 할 중요 감사 대상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집권 4년 차가 마무리되는 현재까지 최순실이 개입된 사업에 대해 감사 계획조차 세운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부처를 손쉽게 주무를 수 있었던 것도 감사원의 감시가 느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일반감사 및 직무감찰을 통해 공무원들이 정상 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를 수시로 감사한다. 공무원에게 업무 추진 중 문제가 생길 경우 감사와 징계조치를 받는다는 경각심을 주는 게 감사원의 기능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박근혜 정부 집권 5년 차를 앞둔 현재까지 정부의 주요 사업에 대해 감사하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정권 역시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집권 초 국정기조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벌인다면서 기구와 조직을 대거 신설한 것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부처 산하에 각종 재단도 설립했다. 2013년 7월 문화융성을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로 태동한 문화융성위원회를 비롯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2014년 1월 출범한 창조경제추진단, 대기업이 출연해 전국 17개 지역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세종시에 있던 담당 공무원이 직접 재단 설립 자료를 접수하기 위해 서울로 출장을 왔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벌였던 주요 사업들이 전임 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논란 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라는 점에서도 감사원의 태도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예컨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추진 초기부터 그 실효성이 논란이 됐다. 특히 대표적 사업인 문화융성은 최순실게이트와 뒤엉켜서 현재 검찰이 비리를 파헤치는 중이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주요 관련자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후임이었던 여명숙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현 정부의 문화창조융합 사업을 ‘문화부판 4대강 사업’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통상 감사원은 대통령 임기 1~2년 차에 지난 정부의 사업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대통령 집권 3년 차가 되면 감사원의 고민이 시작된다. 통상 1~2년 주기로 실시하는 기관운영 감사가 도래하는데, 이때 신설된 기구나 새로 예산이 투입된 신규사업을 살펴봐야 한다. 정권 핵심사업에 대한 감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정권 초반 집권세력과 밀월관계에 있다가 하반기부터 정권과 멀어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감사원의 통상적 흐름과 달리 집권 하반기에도 정권의 사업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실제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연보 등에 따르면 감사원의 감사 실적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감사는 총 79건으로 전년 상반기(87개)에 비해 다소 줄었다. 또 감사 실시 이후 처분건수는 2011년 501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현 정부 들어 2013년 3798건, 지난해 3607건으로 줄었다. 따라서 최근들어 개헌의 움직임에 힙입어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닌 독립기관으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지난 2월 13일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감사원 독립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 독립성 강화 방안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 계속돼   


감사원 독립성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지난 2월 7일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에서 닻을 올렸다. 개헌특위는 감사원을 독립기구화하거나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열린 국회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감사원의 소속을 개편할 경우 국회 소속으로 변경하기보다는 독립기구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참석한 헌법기관, 정부부처, 헌법상 자문기구 등이 제출한 발제문에 따르면 황찬현 감사원장은 "감사기능과 관련해서는 효과적인 감사수행과 국회 지원을 위해서도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분리에 따른 폐해는 이미 역사적으로 경험했다"고 밝혔다. 황 감사원장은 "소속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헌법적 결단에 따라 이뤄질 사항"이라며 "현 감사원 체제가 유지될 경우, 직무상 독립성과 국회 지원기능 보완을 통해 개편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의회소속형으로 정부의 재정통제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는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할 경우 의회의 국가재정통제기능이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감사원의 회계검사결과가 수시로 의회에 보고되면, 의원들이 각 부처의 재정 운영상황을 파악해 이를 토대로 예·결산 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게 된다. 국회는 재정통제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의 대정부 견제권 행사에 있어서도 감사원으로부터 보다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감사원이 국회 아래로 이관될 경우 감사원의 활동이 국회의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국회의 다수당과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르거나 행정부와 국회의 대립이 있으면 감사원은 여야 간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이 감사 주제와 방향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상이한 입장을 가진 정파의 요구에 따라 객관성을 잃거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독립기관형이다.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운영할 경우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하는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구성할 경우 감사원 활동에 있어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상의 독립성이라는 것은 실제 활동에 있어서 독립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감사원 지위 유형이 의회소속형보다 독립기관형이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물론 실제 감사원의 활동 내용이 독립적이고 공정하려면 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원 인적구성도 정치적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등 구체적인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 측이 감사원의 감사활동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감사기능과 관련해서는 효과적인 감사수행과 국회 지원을 위해서도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분리에 따른 폐해는 이미 역사적으로 경험했다”며 “감사원 소속을 개편하는 경우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이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충실한 행정감시 기능 수행도 가능해 국가적인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개편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쟁이 심한 한국의 정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보다는 독립기관형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다수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이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했을 때 복지예산 확대 및 지역구의 민원 해결성 감사 등의 ‘로비’ 창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감사원 독립방안의 모델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는 헌법재판소가 꼽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감사원은 다른 기관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헌재와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 “감사원이 공정한 업무수행을 통해 국민 지지를 얻어 권위를 확립해야 감사원의 감사활동에 권위가 생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감사원장의 재임기간도 관심거리다. 대부분의 감사원장이 헌법상 정해진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2월 이후 지금까지, 총 6명의 감사원장 가운데 임기 4년을 채운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평균임기는 2년 4개월에 그쳤다.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년의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걸쳐 18대 감사원장을 역임한 이종남 전 원장이 유일하다. 

 
감사원장이 정권교체 기타 정치적인 이유로 중도 사퇴하면 감사원장이 대통령의 심기를 살필 수밖에 없어 감사원의 독립성이 훼손 된다. 정권교체시마다 ‘코드감사’ 논란이 되풀이 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대통령에 소속 되었음에도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감사원법의 규정에도 위배된다. 반면, 미국·호주·독일 등 선진국은 감사원을 대통령이 아닌 의회 산하에 두고 감사원장의 임기를 10년 이상으로 두어 정권과 관계없이 감사원장으로서의 직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을 결산하고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는 감사원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감사원과 감사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어 공정하고 엄정하게 감사할 수 있도록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과 맞물려 개헌의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은 개헌내용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기관으로서 국민적 지지와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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