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Ⅱ] 트럼피즘, 신냉전시대 부르다
[불확실성 Ⅱ] 트럼피즘, 신냉전시대 부르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03.08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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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트럼피즘, 신냉전시대 부르다

 


예측불허 외교로 한반도 정세 격랑 예고


▲ⓒMovinhand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 러시아간의 이합집산이 펼쳐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인 막을 올리면서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이익 중심의 외교 정책은 냉전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와 혼돈을 예고하며 벌써부터 신냉전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초불확실성’ 야기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

범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제러미 셔피로 연구소장은 트럼프 당선 뒤 한 기고문에서 ‘트럼프에 대해 안다고 하는 사람은 믿지 말라. 그 사람이 트럼프일지라도’라는 글을 썼다. 이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그만큼 ‘초불확실성’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담겨 있는 자국 이익 중심의 외교정책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단극 체제에선 경험하지 못한 혼란과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0일(현지시각) 취임 이후 연일 좌충우돌식 외교 행보로 국제사회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취임 첫 주부터 민감한 사회문제인 난민, 이민자 정책에 칼을 빼들었다. 멕시코에 국경을 설치해 난민 유입을 막는 한편,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난민들의 입국도 차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리아에 민간인 보호지역인 ‘세이프 존’ 설치를 추진하는 등 이민자 정책과 맞물려 외교 정책에 중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같은 그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외교정책 노선은 현지에서는 냉랭한 반응을 받고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선보인 외교는 ‘전략 부재에 따른 헛발질의 연속’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LA타임즈는 “외교 무지 상태인 트럼프가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혹평했고, 월스리트저널은 “트럼프와 외국 지도자들 간 연쇄 접촉이 매끄럽지만은 않았고, 일부 동맹국과 미국 의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미국 외교팀은 철학과 주장이 다른 그룹들이 나뉘어 주도권 쟁탈권이 격심하다”며 “문제는 이들 그룹의 공통된 인식이 없고, 상호 불신감이 적지 않아 일관성 있는 정책입안과 실시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면밀한 시나리오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밀월관계 깊어지는 트럼프와 푸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으로 인해 동북아를 기반으로 한 미국, 중국, 러시아 간 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트럼프는 앙숙으로 여겨졌던 러시아와는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대선 기간부터 친(親) 러시아 성향을 감추지 않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뜻을 시사했다. 또한, 러시아가 해킹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줄곧 부인하다가 최근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조는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시리아 문제 해결이라는 업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은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악화시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팀’의 입장이 그대로 견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같이 내각 곳곳에 러시아 강경파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이들은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트럼프는 당선 직후 핵능력 강화를 외치며 양국간 군비경쟁이 재발하는 듯한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각)에 열린 연례 국방부 연말 순시에서 “전략적 핵무기 부대의 군사적 잠재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관한 분별력을 되찾을 때까지 핵 능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친정인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전임 대통령들의 사례를 들며 관계 개선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미·중 관계, 대만 문제놓고 갈등 전망

이처럼 트럼프의 ‘핵 능력 강화’ 의지는 동북아 정세에 끼칠 파장이 무척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벌어진 냉전시대의 군비 경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곧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 인정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선 중국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국의 값싼 제품 수입과 무역역조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적대적 대(對) 중국관이 남중국해 문제와 대만과의 관계 등 안보 분야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향후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의 핵심기조인 ‘하나의 중국’ 정책까지 건드리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미국 행정부의 국무장관 내정자인 렉스 틸러슨은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의 대중국 강경정책을 가감 없이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은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었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는데, 중국이 가장 아파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도 시사한 것이다. 틸러슨의 이러한 발언은 향후 미국이 정치, 경제, 외교 전반적인 부분에서 중국과 갈등구조를 빚게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강행하며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으며,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의 수중 드론을 나포했다가 6일 만에 돌려주는 등 양국 간 긴장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보호무역주의에 반기를 들며 트럼프를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올 한해 새롭게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자국내 입지를 다져야 하는 입장이라, 앞으로도 미국의 공세를 수세적으로 방어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미·중간의 갈등 격화는 중국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으므로 종국에는 긴장 국면 속에 서로간의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만나 미국에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마 회장은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우호적이고 공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인이 트럼프를 만난다는 것은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으며 강경 입장과 관계 개선의 의지가 동시에 담긴 메시지로 해석했다.

  

미·중·러 패싸움에 한반도에 미칠 영향 우려

이처럼 트럼프의 행보를 통한 주변국들의 복잡한 구도의 형성은 향후 세계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기 힘든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만들었다. 미국 일간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이와 같은 전략을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을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상대국을 위협해 불안하게 만들어 양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치광이 이론의 최대 난점은 전략의 종착지를 알기 어렵고, 안다고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냉전 시대에 통용되던 미국 정치의 뿌리 깊은 ‘적국 만들기’가 재현된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같은 ‘루소포비아(Russophobia, 러시아 공포증)’와 시노포비아(Sinophobia, 중국 공포증)는 어느 쪽을 더 큰 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진영이 달라진다. 러시아 경계론자들은 중국을 통한 러시아 견제를, 반대로 중국 위협론자들은 러시아를 통한 중국 제어를 주장하는 식이다. 이는 미국이 세계 패권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끝난 시점에서, 적대적 사고방식의 견지는 트럼프 집권 시기 내내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때문에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탄핵 정국 속 북핵 등 많은 현안이 얽힌 한국 정부에 부정적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주변국 간 갈등이 더욱 표면화하기 전에 선제적인 관계 설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 후 곧바로 고위급 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달 중순에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1차 회의를 개최하는 등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각급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윤병세 외교장관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한미 외교장관 회의를 가지겠다는 방침하에 관련 일정을 협의하고 있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트럼프 취임 이후 전화 통화를 가지며 북핵 문제에 있어 공조를 재확인했다.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김준형 교수는 “북핵을 빌미로 한 안보 포퓰리즘이 동북아에서 격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럼 남북관계가 이들의 세력경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며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빨리 들어서 선제적으로 남북문제를 풀지 않으면 주변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북핵 문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결국 빅3 군사대국의 지형 재편은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에게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인 만큼, 정부가 주변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느 때보다 냉철한 외교적 역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 속 불확실성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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