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실리콘밸리 대신 시애틀로
[이슈메이커] 실리콘밸리 대신 시애틀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5.16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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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산업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 중인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복귀 비율 절반 안돼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실리콘밸리 대신 시애틀로

‘빅테크’의 고향이라면 흔히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자리한 실리콘밸리가 떠오른다. 이곳에 알파벳, 애플, 메타, 엔비디아 등 굵직한 기업들의 본사가 있으니 빅테크의 대명사라 할 만하다. 그런데 팬데믹을 지나며 일각에서 ‘실리콘밸리가 한물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글로벌 부동산 업체 CBRE에 따르면 ‘2020년 테크 기업 사무실 임대 면적 순위’에서 실리콘밸리는 6위에 그쳤다. 1위는 미국 서부의 시애틀이 차지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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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시애틀에서 첫걸음
시애틀은 스타벅스와 코스트코 1호점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출범한 기업들의 관심이 이곳을 향하면서 테크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이 2021년 시애틀에 12층짜리 건물을 올렸고, 구글도 이듬해 인근 도시 커클랜드에 빌딩 2개를 매입해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올해 초에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력들이 선호하는 최고 도시에 오르기도 했다. 일자리 수와 중간연봉 수준, 삶의 질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애틀에서 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1975년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시애틀에서 사업을 시작해 이곳을 역동적인 테크 산업의 본거지로 재탄생시켰다. 두 사람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5년간 MS 사업을 이어가다 1979년 고향인 시애틀로 이사를 결정했다. 당시 앨버커키에서 능력 있는 기술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고 전해진다.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도 1994년 시애틀에서 문을 열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창업 전까지 미국 동부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플로리다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뉴저지주의 프린스턴대에서 물리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 후 30세까지 뉴욕 월가의 금융·투자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낯선 서부의 도시를 창업의 본거지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존과 베이조스의 이야기를 담은 브래드 스톤의 책 ‘에브리싱 스토어(The Everything Store)’에 따르면 근처의 워싱턴대가 꾸준히 컴퓨터공학 졸업생을 배출해 ‘기술 허브’라는 평판을 가진 도시라는 점과 인구가 캘리포니아나 뉴욕, 텍사스보다는 작아 세금 부담이 적었다는 부분이 이유로 꼽힌다.

  현재 시애틀로 많은 테크 기업들이 모이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싱턴대가 시애틀의 많은 기업과 산학 협력 등을 맺으며 인력을 제공하고 있고, 주 정부와 시도 실리콘밸리의 약점이라 꼽히는 교통 인프라와 생활비 등에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뉴욕, 실리콘밸리와 다르게 개인 소득세가 없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시애틀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출범한 기업들의 관심이 이곳을 향하면서 테크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Pixabay
시애틀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출범한 기업들의 관심이 이곳을 향하면서 테크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Pixabay

 

치솟는 공실에 대책 내놓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이 주목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후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비율이 늘어나 뉴욕의 경우 사무실 출근 비율이 8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그에 비해 훨씬 저조한 상황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관 플레이서닷에이아이의 전국 오피스빌딩 지수를 인용해 뉴욕에서 펜데믹 이후 사무실로 복귀하는 이른바 ‘RTO(Return-to-office)’ 비율이 77%로 미 전역 평균인 63%보다 높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전역의 약 1,000개 오피스 빌딩의 유동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월가 은행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의무화하면서 맨해튼의 평일 유동 인구 반등에 기여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실제 대형 은행들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강력하게 촉구해왔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활성화됐지만, 금융권 특성상 대면 관계 맺기나 교육을 대체할 수 없고 수십억 달러의 거래가 이뤄지는 산업의 특성상 보안이나 리스크 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효과가 크지 않자 해고 등 압박으로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4월 모든 고위 관리직에 주 3~5일 근무를 요구한 바 있다.

 
  나머지 미국 내 주요 도심을 보면 사무실 복귀율은 댈러스 70%, 워싱턴 67%, 시카고 75%, 로스앤젤레스 55% 순이었다. 이 가운데 실리콘밸리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45%에 그쳤다. 플레이서닷에이아이는 보고서에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복귀 비율은 여전히 2019년의 약 45% 수준으로 다른 주요 도시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사무실 공실 문제도 여전해 CBRE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은 3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빈 사무실을 주택으로 바꾸는 것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무실을 주택으로 전환하면 일자리가 지금보다 더 감소하고, 지역 경제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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