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한옥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한옥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
  • 박진명 기자
  • 승인 2017.03.0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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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한옥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
[이슈메이커=박진명 기자]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한옥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극복에 관심을 모으다



지난 2010년,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은 서울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혐오 받는 도시로 선정했다. 서울은 ‘끔찍하게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고속도로,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표현됐으며 ‘이 도시에는 아무런 정신도, 마음도 없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스쳐지나가는 것들로 가득 찬 좌충우돌의 도시’라고 서울을 표현했다. 


 

 

 

조상의 얼과 멋이 서려있는 한옥과 젊고 독특한 감성이 어우러지다

한국은 고속성장의 시대를 달려오며 오래된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태도가 만연해졌다. 전문가들은 조상과의 유대를 깔끔하게 지워버리는 휘발성 문화를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도시마을재생사업은 이런 평가들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익선동은 도시마을재생사업의 일환 중 하나다. ‘더욱 착하고 잘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익선동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때 민족주의자인 부동산 개발업자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한국적인 전통 건축양식을 적용해 서민을 위한 한옥마을을 조성했다. 2004년 이후 익선동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여느 마을과 같이 고층복합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건물주들의 반대로 인해 재개발 계획이 무산된 후 작가들과 아티스트들이 익선동에 둥지를 틀었다. 그들은 전통 한옥의 틀을 유지하고 각자의 개성을 녹여내 서울 시민들에게는 물론, 관광객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익선동은 빼곡하게 서있는 고층 건물들 사이에 느닷없이 나타난다. 세 개의 골목으로 이뤄진 한옥거리는 두 사람의 어깨가 맞닿을 만큼 좁다. 골목에는 한옥에 걸 맞는 한식당부터 허물어진 담장을 그대로 사용해 감각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술집, 빈티지한 소품들로 가득한 옷가게, 골목 사이사이 좋은 향기를 내는 향수 공방까지 젊은 층들을 사로잡는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있다. 또한, 고즈넉한 한옥으로 둘러싼 하늘을 올려다보면 개량한옥의 처마와 그 위로 얽힌 전선들이 보인다. 익선동을 방문한 60대 중반의 박기원 씨는 “이 모습들은 중장년층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줍니다.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밀린 전통 찻집에서의 차 한 잔은 각박한 도시생활을 달래주는 위로이기도 합니다”라고 전하며 익선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익선동은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주고, 중장년층에게는 시간여행을 하게 하는 공간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우려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본래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현상을 의미했다.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은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것을 의미하면서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부상됐다. 서울에서 실행됐던 서촌을 비롯해 홍익대 부근의 연남동이나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곳들은 2000년 이후 정비되지 않은 도심의 골목길 등에 저렴한 임대료로 새로운 상권을 불러들였다. 모두 점점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점들이 입점하며 본래 자리 잡고 있던 소상인들을 몰아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후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던 장소들은 그 특색을 잃게 됐고 보통의 일반 상권을 형성했다. 

‘뜨는 동네’인 익선동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과제로 가지고 있다. 현재 익선동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유명 대형 프랜차이즈가 없지만, 젠트리피케이션 진행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동네 주민들과 익선동을 터전으로 하는 자영업자들은 공동체 모임인 ‘익선포럼’ 등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개성 있는 상업 지역으로 가꾸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익선동 골목 ‘아마추어 작업실’의 운영자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급속한 상업화를 조절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상점들이 개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익선동의 상점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개성을 지켜야 합니다. 트렌드만 쫓기 보다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노력이 익선동 골목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동네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100년의 세월을 지킨 익선동의 한옥거리가 특색을 잃지 않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들, 상권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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