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여야 잠룡, 갈림길에 서다
[이슈메이커] 여야 잠룡, 갈림길에 서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3.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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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정 탄력’, 野 ‘정권 심판’
성적표 따라 거대양당 사령탑 희비 엇갈릴 듯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여야 잠룡, 갈림길에 서다
 

4·10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4년의 의회 권력을 놓고 벌이는 승부인 만큼 차기 대권 주자들의 정치적 명운이 중대 기로를 맞게될 수 있어서다. 특히 거대 양당 수장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번 총선이 2027년 대선의 예비고사가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국회
ⓒ국회

 

시험대 오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통해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후반기 윤석열 정권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회 권력에서 밀려 ‘시행령 통치’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던 정부 입장에서 이번 총선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아울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 시 ‘한동훈 체제’가 공고하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차례 부딪히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다수당이 되면 대선 주자로서 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부터 차기 대선주자 명단에 올랐던 그가 위기에 빠진 여당의 구원투수로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으며 향후 여권의 대권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국민의힘이 패하면 한 위원장이 입을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권을 겨냥한 ‘운동권 청산론’ 선거 프레임을 직접 짠 것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과 공천 방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간의 각종 잡음과 문제점이 수면 위로 부상해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더욱이 불완전 해소 상태에서 덮어놓았다는 지적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구도가 재차 부각 될 가능성도 있다. 한 위원장은 “총선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통해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바꿈과 함께 후반기 윤석열 정권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 목표다.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통해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바꿈과 함께 후반기 윤석열 정권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 목표다. ⓒ국민의힘

  여권 내 다른 대권 잠룡들에게도 이번 총선은 기회의 장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며 민주당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격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원 전 장관이 ‘험지’에서 지난 대선 후보이자 민주당 현직 대표인 이 대표에게 승리한다면 대권주자로 올라설 수도 있다.

  또한 대표적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여의도 현안에 계속해 목소리를 내는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 등 장외 인사들도 총선 결과에 따라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로 정권 재창출에 일조했던 안철수 의원의 분당갑 수성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친노’ 핵심인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과의 ‘빅매치’를 치르게 되는데, 성적표에 따라 안 의원의 당내 영향력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도권 격전지인 ‘한강 벨트’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의 국회 재입성 여부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나 전 원내대표 역시 총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로부터 당 대표 불출마를 압박받은 바 있다.

  당 대표를 맡았던 ‘친정’ 국민의힘을 떠나 개혁신당을 차린 이준석 대표도 총선 성적표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당 차원에서 중도층 표심을 대거 흡수하면서 돌풍을 일으킨다면 차기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이 대표 본인에게도 승부처로 택한 경기 화성을에서 국민의힘보다 앞서거나 당선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정권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정권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총선 패배 시 이재명 대표 치명상
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정권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의석수 목표치를 151석으로 잡았다. 이 대표는 “우리가 1당이 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이고, 좀 욕심을 낸다면 151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자체 위성정당 등과의 비례연대를 통해 최소 과반을 해야 입법권으로 현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여전히 야권의 가장 무게감 있는 대권주자로 꼽힌다. 비록 지난 대선에서 졌지만, 역대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한 데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당내에 마땅한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그래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며 원내 1당을 지켜내면 이 대표의 독보적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이 대표는 직접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며 ‘정권심판론’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 메시지를 내는 것은 물론,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자신의 지역구 경쟁자가 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겨냥해 양평고속도로 의혹 현장을 찾아 정부 실책을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대권 재도전뿐 아니라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총선 패배는 대체로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공천 과정에서 ‘사천 논란’에 휩싸이며 계파 간 내홍이 불거진 상황으로 이 대표에게 등 돌린 당내 인사가 많다.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그중 한 명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성적표에 따라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이 ‘친명계’가 쥘지, ‘비명계’로 교체될지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낙천한 현역 의원 중심의 탈당파가 새로운 간판을 달고 출마하면서 박빙 구도인 수도권에서 야권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선 설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을에, 3선 이원욱 의원은 이번 선거구 개편으로 신설된 경기 화성정에, 재선 조응천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갑에 출마한다. 해당 지역은 민주당이 의석을 보유했으나, 3자 구도의 등장에 따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새로운미래를 꾸린 이낙연 공동대표의 경우 이번 총선에 대권 가도는 물론 정치적 명운까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미래
새로운미래를 꾸린 이낙연 공동대표의 경우 이번 총선에 대권 가도는 물론 정치적 명운까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미래

  이에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이재명 대체재’가 급부상할 전망이다. 이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 입지가 워낙 탄탄한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야권 잠룡들은 민주당의 패배 시 오히려 기지개를 켤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주자로 ‘호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지사는 최근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후 “(문 전 대통령이) 당에 대해 혁신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내게) 더 큰 역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비명계들의 탈당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쓴소리하며 건재를 알린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잠행’ 속에서도 여전히 차기 주자로 묶인다.

  아울러 민주당 내 부산·울산·경남(PK)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두관 의원은 경남 양산을에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는데, 총선에서 승리하면 차기 대선주자로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천 배제(컷오프)에도 당 잔류를 선택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수년간 닦아놨던 서울 종로를 포기하고 당 요청에 ‘험지’인 경기 분당갑에 선뜻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 등도 총선 이후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을 떠나 탈당파를 주축으로 새로운미래를 꾸린 이낙연 공동대표의 경우 이번 총선에 대권 가도는 물론 정치적 명운까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새로운 미래가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지 못하면 야권 분열만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번 총선에서 차지하는 제3지대 지분에 따라 야권의 차기 잠룡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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