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무관의 설움 씻은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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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3.2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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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아카데미 취향 저격하며 7관왕
감독 데뷔 26년, 12편의 장편 연화 연출 끝 성과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무관의 설움 씻은 거장
 

‘무관의 제왕’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3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는 시상식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총 7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놀란의 감독 데뷔 26년, 12편의 장편 영화 연출 끝에 이룬 성과다.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설 픽쳐스

 

놀란, “최고의 작업을 함께 했다”
놀란은 그동안 아카데미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01년 두 번째 연출작 ‘메멘토’로 아카데미 각본상, 편집상 후보에 오를 당시만 해도 이것이 긴 도전의 시작일 뿐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슈퍼 히어로’ 영화 사상 첫 흥행 수입 10억 달러 돌파 작품의 자리에 올랐던 ‘다크 나이트’는 남우조연상과 음향편집상을 받는 데 그쳤고, 국내에서 천만 흥행에 성공했던 ‘인터스텔라’는 시각효과상 하나만을 수상했다. 또한 개인 트로피를 받을 수 있는 상으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인셉션’, ‘덩케르크’를 통해서도 기술 부문 상은 다수 수상했으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8번째 후보에 오른 이번 시상식에서 긴 인내 끝에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이미 오스카 시상식에 앞서 ‘바로미터’로 불린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등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한계로 지적받았던 것들을 극복해 내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유니버설 픽쳐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한계로 지적받았던 것들을 극복해 내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유니버설 픽쳐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 불렸던 오펜하이머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내적 갈등과 딜레마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미국의 우월감을 보여주는 듯하면서 ‘죽음의 신’이라 불렸던 한 인물의 내적 갈등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피력한다. 실화이자 논쟁의 여지가 있는 실존 인물, 명확한 메시지가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점과 시네마의 위엄을 보여준 극장용 영화라는 부분에서 아카데미 회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기술적 완성도에 빼어난 연출력으로 호평
놀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한계로 지적받았던 것들을 극복해 내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그간 매 작품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영화들을 연출했음에도 기술적 완성도에만 집중하는 감독이라는 시선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관객의 두뇌를 자극할지언정 가슴을 울리지는 못한다는 비판의 시선도 존재했다.

 

‘오펜하이머’는 킬리언 머피의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연기상 부문에서도 두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유니버설 픽쳐스
‘오펜하이머’는 킬리언 머피의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연기상 부문에서도 두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유니버설 픽쳐스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달랐다.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있는 불안한 국제 정세를 살아가고 있는 현시점에 이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생각할 화두를 던졌다. 또한 ‘시간의 분해’라는 놀란의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철학은 이번 작품에서 컬러와 흑백 화면의 전환으로 극대화됐다. 극 중에서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시점은 컬러로,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비롯한 다른 인물의 회고는 흑백 영상으로 등장하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놀란 감독은 65mm 흑백 IMAX 필름을 직접 제작해 촬영을 진행했다. 이러한 기술적 실험은 이야기와 만나 예술성을 획득했다.

  한편 ‘오펜하이머’는 연기상 부문에서도 두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와 남우조연상을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모두 첫 수상이었다. 머피는 2005년 ‘배트맨 비긴즈’로 놀란과 처음 인연을 맺어 ‘다크 나이트’, ‘인셉션’, ‘다크 나이크 라이즈’, ‘덩케르크’에 이은 ‘오펜하이머’까지 연이어 출연한 놀란의 ‘페르소나’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던 그는 첫 주연을 맡은 이번 작품에서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 수척한 외형을 지녔던 실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하루에 아몬드 한 알만 먹으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등의 투혼으로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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