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시장 과열
아웃도어 브랜드시장 과열
  • 김동영 기자
  • 승인 2012.04.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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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제품의 거품논란, 거품도 이제는 ‘아웃’
[이슈메이커=김동영 기자]

브랜드 싸움에 소비자 등 터지나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덤으로 왔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봉지 과자를 산 후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생각보다 적은 양에 실망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이는 제과류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아웃도어시장은 해마다 10%씩 늘어나면서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어 아웃도어브랜드 제품에 대한 가격거품 논란이 조명되고 있다. 봄철을 맞아 아웃도어 가격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 이와 관련된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할 시기가 왔다.

 

아웃도어 전국시대, 누가 한반도를 차지할까

코엑스에서는 지난 2월 23일부터 ‘2012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국내외 312개사의 업체들이 참여해 국내 아웃도어시장의 전망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SPOEX 아웃도어 패션쇼’였다. 2012년 아웃도어 패션을 내다볼 수 있었던 이번 패션쇼 행사는 한국인들의 아웃도어의 사랑을 보여주는 듯 관람객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한국 섬유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웃도어시장의 규모는 2009년 2조 4000억 원에서 2010년 3조 원대를 넘어 2011년에는 4조 5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삼성패션연구소에서는 2012년도의 아웃도어 시장은 5조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아웃도어시장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시장의 급성장 이유에는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여가활동시간의 증가’와 ‘국가 경제력 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아웃도어는 투박한 등산복’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기 때문이란 평가도 많다. 아웃도어 제조업체들은 아웃도어 의류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제품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캐주얼 의류를 대체하는 평상복 영역까지 흡수했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인 ‘바람막이 점퍼’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점점 성장하는 아웃도어시장의 규모만큼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거품’도 심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90%이상이 아웃도어제품에 가격거품이 심하다고 말했다.

 

‘가격거품’ 논쟁, 거품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의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원인에 대해서 “유통 경로 자체가 한 단계를 더 거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입 브랜드 같은 경우 국내 총판권을 갖는 수입업자가 도매마진을 붙이고 대리점에서 또다시 소매마진을 붙여서 판매하게 되는데 국내에선 수입 가격의 4~5배 이상으로 팔리다 보니 아웃도어 제품들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해외보다 국내에서 비싸게 가격이 형성된 이유는 국내 의류패션 유통 전반에 걸친 문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부동산 임대료, 백화점 수수료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아웃도어의 가격거품을 조장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톱 모델들을 기용한 아웃도어 마케팅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의류들이 패션 아이템의 영역으로 성장하면서 유명연예인을 기용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고급 브랜드 이미지 형성이 필요해지면서 특급 스타 영입이 촉발됐다. 아웃도어시장의 활기와 함께 이승기, 현빈, 원빈, 빅뱅 등 유명 연예인들이 마케팅에 등장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브랜드마다 모델료는 서로 다르지만 1년 계약모델료는 대략 7억 원대 수준이라고 한다. 유명 연예인을 이용한 마케팅 비용에 관해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고 있다. 이는 당연히 생산 원가에 반영이 돼서 가격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유명 브랜드들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붙으며, 아웃도어 업체들의 광고비 지출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광고 선전비는 2007년 약 74억 원에서 지난해 약 148억 원으로 급증했고, K2코리아 또한 57억 원 수준에서 119억 원 규모로 광고 지출비가 늘었다.

 

‘금강산 1만2천봉’보다 높은 ‘소비자는 봉’

아웃도어시장의 과열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고가 마케팅’과 맞물린 업체들의 상술도 높은 아웃도어 가격책정에 이바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수입 명품’으로 불리는 몇몇 브랜드는 현지 소비자가격보다 2배가 차이 나도록 가격을 높이고 있고, 국내 브랜드 역시 이들 가격과 동일하게 고가 위주 제품 판매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특히 ‘특수한 원단’이라는 명성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어텍스 제품의 경우 원가가 판매가의 25% 정도여서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업체들의 주력 제품은 20~30만 원대 였지만 올 들어 업체들의 주력제품은 70만~80만원까지 고가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70만 원짜리 고어텍스 재킷의 경우 한 벌당 총 10만5000원~20만2500원정도의 고어텍스 원단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는 고어텍스 재킷 전체 가격의 15~28% 수준이 된다. 여기서 백화점 마진이 30%정도 가산이 되며, 부자재 및 가공비용 등과 각종 마케팅 비용을 제하면 업체 마진이 30~40%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의 원인을 고어텍스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고어텍스 원단의 실제 가격은 최근 5년 동안 상승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어코리아 정영아 차장은 “고어텍스가 일종의 ‘브랜드화’하면서 매년 각 브랜드에서 고어재킷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며 고어사의 마진논쟁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지난 해 (사)소비자시민모임(회장 김재옥)은 최근 한국섬유기술연구소(KOTITI)에 의뢰한 ‘아웃도어 9개 브랜드의 12개 제품에 대한 품질 검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은 연구소에서 실시한 아웃도어 재킷의 내구성, 기능성, 안전성 측면의 품질 검사 결과였다. 검사 결과 저가의 제품도 국내 산행 및 레저 활동을 위한 기능성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고어텍스 등 고가의 제품은 국내 산행 및 레저 활동에 비해 지나친 고기능성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거품논란을 확산시켰다. 특히, 노스페이스 고어텍스 제품에서는 세탁 3회 후 내수도(방수기능)가 최고 52.4%나 떨어져 세탁 후 품질이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검사에서는 코오롱 액티브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아릴아민(아조염료)이 기준치의 약 20배를 초과하여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코오롱 박동문 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사과와 함께 해당 제품을 전량 리콜 실시했다.

 

지난 2월 16일 서울YMCA는 기자회견을 열어 “매장의 제품 판매가격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고가 정책을 편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정위에 노스페이스를 상대로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다는 것이다. 서울YMCA는 “서울시내 23개 매장을 조사한 결과 노스페이스가 백화점, 직영점 등 매장 종류나 위치 등 조건과 상관없이 동일 제품에 대해 같은 판매가격 표시 정책을 시행했다”며,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고가정책을 편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러한 행위들은 공정거래법 29조에서 제한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스페이스가 부당한 가격정책으로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지 신속히 조사하고 위법이 있으면 검찰 고발 등 후속조치를 취해 달라”고 공정위에 촉구했다. 서울YMCA는 또 “노스페이스와 관련한 청소년 폭력과 ‘일진 현상’ 등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고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법적·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의 허실’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상표’보다는 패턴에 맞는 ‘알찬소비’

주말마다 등산을 즐긴다는 김지환 씨(남, 32세)는 “아웃도어 의류를 구매할 때 유명 메이커 보다는 나에게 맞는 옷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알뜰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문을 연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은 아웃도어 제품 7만종을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합리적인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똑똑한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장성덕 사장은 자신들의 회사를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은 ‘카테고리 킬러숍’이라고 말한다. 위탁판매 형태의 국내 브랜드숍 아웃도어시장 유통구조와는 다르게 직접 물건을 구매한다는 차이가 있는데, 이는 재고를 감수하면서 까지 공급업체에게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장성덕 사장은 “오케이 아웃도어닷컴은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도 일부 철수했다”며, “이 결과 운영비를 절감하면서 제품 가격을 10%가량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소비자들의 똑똑한 소비를 권장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을 내놓을 것을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정부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판매사는 소비자가 제품의 기능을 확인 할 수 있는 정보를 제품에 함께 기재하여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소비자는 고가의 제품만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야외활동 패턴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소비를 권장했다. 이처럼 치솟는 아웃도어 제품들의 가격을 잡기위해 시민단체들과 소비자들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뚜렷한 정책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 일수록 상술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문화의 실천만이 잘못된 유통구조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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