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로비스트
‘보이지 않는 손’ 로비스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01.1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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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보이지 않는 손’ 로비스트


각종 현안 속 로비스트법 재공론화 주목


 

▲ⓒHyser 홈페이지

 


한국 사회엔 로비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과거 린다 김 사건, 최규선 게이트를 비롯해 2016년을 뒤흔든 정운호 게이트 등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불법비리 사건들은 로비스트를 부정부패의 대명사로 인식하게 했다. 이같은 전관·후관예우의 해악은 다방면에서 국가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최근 로비스트 양성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속속 드러난 음성적 로비의 폐단 

‘로비’란 특정한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일정한 대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작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수행하는 ‘로비스트’는 과거 미국이나 영국의 의회나 관청 로비에서 정치인들을 만나기 위해 서성대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1970년대 후반, 중앙정보부가 로비스트 박동선에게 자금을 제공해 미국의 정치인들을 매수하고 의회에 영향을 미치려했던 ‘코리아 게이트’가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폭로되면서 국내에도 로비스트의 세계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로비는 엄연히 불법이다. 변호사법 111조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변호사든 아니든 대가를 받는 로비 활동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형 로비스트’라는 이름 아래 기업들은 대관(對官) 담당자들을 두고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를 상대로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 상에서 아슬아슬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명목상으로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지만 정책 수립과 입법 과정에 개입해 자사 이익을 도모한다. 때문에 대관 업무 수행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온갖 편법이 동원된다고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실제 1998년 린다 김 로비사건, 1999년 옷 로비사건과 지난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은 모두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로비를 보여주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들이다. 한 대관 업무 관계자는 “엄연한 불법임에도 음성적 로비는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고, 결정적으로 주요 정책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로비스트 양성화를 둘러싼 팽팽한 의견대립 

로비스트의 지상목적이 곧 경제적 이익이다보니 각종 이권에 개입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많은 폐단을 낳았다. 이로 인해 로비 활동을 외국처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도화하자는 주장들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더욱이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로비 활동이 더 음성화될 것을 우려해 ‘로비스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비스트 제도가 법제화되면 다양한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표출할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가 생기게 된다. 이는 정책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로비스트간의 건전한 정책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때문에 로비스트법에 찬성하는 이들은 국회나 행정기관의 편향되지 않은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도모할 수 있다며 불법적인 로비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한다.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김진원 교수는 “김영란법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서 로비제도의 양성화가 필요하다”며 “로비스트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하면 특수계층만이 아니라 서민들도 자기 이익을 표출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고주의 문화라는 한국적 현실 속에서 단순히 법제화가 사적인 관계를 통제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로비 활동을 합법화하더라도 불합리한 권력관계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며 “제도 강화를 통해 시민이 직접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고 피력했다. 
 

  이처럼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며 국회의 로비 법제화는 매번 무위로 돌아갔다. 1993년 국회 제도개선위원회는 로비 행위의 양지화 주장을 시작으로, 16대 국회부터 지난 19대 국회까지 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의도와는 다르게 로비를 정당화시킨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 계기로 법 제정 본격화될 듯

많은 국가들은 이미 로비 행위를 합법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의 국민 청원 권리 조항에 의거해 1995년 ‘로비 활동법’을 제정했고, 캐나다는 1998년 ‘로비법’을 통해 로비 활동을 합법화시켰다. 호주는 ‘로비 관련 공무원 행동지침’을 통해 엄격한 통제하에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 중에서는 독일이 구체적인 법률을 통해 이익단체의 로비 활동 지침을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 역시 로비 제도의 법제화가 필연적일 수 밖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로비스트법 제정의 필요성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해부터 정무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역시 로비 양성화를 통해 로비 수사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로 ‘전관예우와 기득권 카르텔’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며 관련 내용을 토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비는 그동안 기득권 세력의 의견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로비를 양지로 끌어내 로비의 합법과 불법을 분명히 가르고, 허용되는 로비의 상한을 정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이처럼 로비스트법 제정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공익을 위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로비 활동의 환경이 20대 국회에서는 만들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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