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후 두문불출 행보로 주목
노벨문학상 수상 후 두문불출 행보로 주목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01.11 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 후 두문불출 행보로 주목 

‘저항의 상징’ 답다는 찬사와 무례하다는 지적 맞서


 

▲ⓒ노벨상 홈페이지

 

 

지난 10월,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밥 딜런(Bob Dylan). 하지만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수상 거부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그는 끝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불참 사유는 다름 아닌 선약. 그간 문학상 수상자의 시상식 불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사유로 불참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그의 결정을 두고 무례하다는 지적과 음악인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선약’ 때문에 노벨상 시상식 불참

밥 딜런의 노벨상 시상식 불참은 다른 분야 수상자에 대한 관심을 뚝 떨어뜨릴 정도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발표부터 애를 먹었다. 발표 직전 수상자에게 전화로 통보하는 관례 대신 한참이 지나서야 매니저에게 그의 수상 소식을 알려야만 했다. 더군다나 수상자 공개 직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무대에서도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한동안 수상 거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한참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딜런은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하겠다는 통보를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에 대해 “딜런이 ‘개인적으로 상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다른 약속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라고 밝히며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회원인 페르 베스트베리는 현지 언론을 통해 “딜런의 이 같은 행동은 무례하고 오만한 행동이다”며 불쾌한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딜런은 수락연설문을 대독하는 형태를 통해 불참을 대체했다. 
 

  그동안 문학상 수상자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작가 앨프레데 옐리네크는 대인기피증으로 불참했고, 이듬해 수상한 영국 극작가 해롤드 핀터와 2007년 수상자인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은 건강상의 문제로 참가하지 않기도 했다.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는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자체를 거부했지만 수상자 목록에는 오르기도 했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뮤지션이 된 밥 딜런은 1941년 태어났다. 1962년 가수로 데뷔한 뒤 이듬해 발표한 ‘The Freewheelin’ Bob Dylan’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미국 민주화 운동 열풍 속 일약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대엔 반전 가수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이후 로큰롤과 컨트리 음악, 다시 포크와 블루스 등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예술가로의 입지를 다졌고, 1999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진가는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듯 가사에 있다. 문학적인 가사로 인해 1960년대 중반에는 미국의 각 대학 영문과에 ‘밥 딜런 시분석’이라는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고, 지난 2005년 영국의 잡지 ‘언컷’이 실시한 ‘세상을 바꾼 가장 뛰어난 대중문화 작품’에 딜런의 노래 ‘Like a Rolling Stone’이 1위를 차지했다. 

  사라 다니우스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은 그의 수상을 발표하며,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더해 “지난 5천 년을 돌아보면 호머와 사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연주를 위한 시적 텍스트를 썼고, 밥 딜런도 마찬가지다”고 평했다. 영문학자 중에서는 그를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T.S 엘리엇, 월트 휘트먼 등에 견주는 사람들도 있을만큼 딜런의 시대 비판정신과 깊은 고민이 담긴 가사는 높은 찬사를 받고 있다.

 

시상식 불참과 달리 강연 규정 지킬지 촉각

밥 딜런에 대한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래에서 가사는 선율 안에서만 의미가 있기에 그의 수상으로 인해 문학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문학이 위대한 것은 언어로만 직조되어 있기 때문이다”며 “한림원의 파격적인 결정은 상의 취지를 무너뜨린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시상식 불참은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12번의 그래미상과 자유의 메달상 시상때는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던 딜런이 유독 노벨상만은 불참한 것이다. 반골기질로 살아온 그가 음악이 아닌 외부 기관의 평가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는 분석과 지난 10년간 광고모델로 활약한 딜런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지적도 있다. 더욱이 시상식 불참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최한 미국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축하연에도 참가하지 않으며 두문불출 행보를 이어갔다.   
 

  한림원 측은 수상자가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강연만큼은 6개월 안에 해줄 것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가 이마저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번도 자신이 쓴 가사에 대해 설명한 적이 없는 딜런은 호사가들의 분석을 여전히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대표곡 ‘Blowin’ in the wind’의 한 구절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처럼 그의 향후 행보도 정말 바람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