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우승 트로피 대신 산적한 과제만 생겨
[이슈메이커] 우승 트로피 대신 산적한 과제만 생겨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2.2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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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1년도 되지 않아 클린스만 감독 경질
정몽규 회장 리더십 타격 받으며 사퇴 요구 거세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우승 트로피 대신 산적한 과제만 생겨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월 16일 경질됐다. 선임 354일 만의 불명예 퇴진으로 1992년 전임 감독제 도입 후 가장 빨리 경질된 사령탑이라는 불명예도 쓰게 됐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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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사령탑 선임 급선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브리핑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에서 우리가 기대한 지도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앞으로도 개선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력강화위원회는 전술적인 준비 부족과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는 의지 부족, 선수단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지도자로서 팀 규율을 세우지 못한 점, 한국 체류 기간이 적었던 근무 태도 등을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축구협회에 건의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한국 축구로선 후임 사령탑 선임이 급선무가 됐다. 축구 대표팀은 당장 3월 21일, 26일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있다. 협회는 곧바로 후임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감독 후보군 선정과 면접 등의 역할을 맡는 전력강화위원회부터 새로 구성하기로 했다. 전력강화위원장도 새로 뽑는다. 지금의 마이클 뮐러 위원장은 독일 출신으로 전력강화위원들 중 유일하게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반대한 인물이다.

  축구협회는 최대한 빨리 새 감독을 임명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음 달 태국 전까지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3월 태국과 2연전을 위한 ‘원포인트’ 사령탑을 먼저 내세운 뒤 좀 더 시간을 갖고 바통을 이어받을 감독을 뽑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협회가 경질을 공식 발표하기 약 2시간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든 선수와 코치 그리고 한국 축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글을 대표팀 사진과 함께 올렸다. 아시안컵 준결승전까지 1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12개월을 두고서는 ‘놀라운 여정(incredible journey)’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화상으로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석했을 때도 “아시안컵 4강은 나쁜 성적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전술이 없는 감독’이라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 354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대한축구협회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 354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대한축구협회

 

축구 대표팀 외국인 감독 잔혹사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들의 경질은 낯선 일이 아니다. 국민적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되거나 중도 사퇴하는 일이 많아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여겨져 왔다.

  1994년 7월 부임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8강 진출 실패로 현지에서 해고됐다. 2003년 취임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이듬해 예정됐던 아시안컵 준비 과정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연패하고, 월드컵 2차 예선 몰디브 전에서 비기는 등 성적 부진이 이어지며 물러났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의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리더십 부재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1년 2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에도 잔혹사는 계속 됐다. 2005년 10월 대표팀을 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보장된 임기를 채우며 독일월드컵 이후 한국을 떠났으나, 재임 기간 내내 하나의 포메이션만 고집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핌 베어백 감독은 1년여 만에 사퇴했다. 2014년 부임한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역시 2015년 호주에서 개최된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월드컵예선 돌입 후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지나 결국 경질됐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경기 외적인 갈등도 쉽게 표면화됐다. 쿠엘류 감독은 자신을 보좌하던 박성화 수석코치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본프레레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바람 잘 날 없을 정도로 불편한 사이였다.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을 놓고 프로 구단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성공한 외인 사령탑이 아예 없진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쓰고 국민적 영웅이 됐고,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행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 4개월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역대 최장수 사령탑으로 이름을 남겼다.

 

리더십 위기를 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 목소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리더십 위기를 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 목소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탁구 게이트’ 극적 봉합
한편 한국 축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큰 홍역을 앓았다.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서 졸전 끝에 0-2로 지면서 시작된 거대한 소용돌이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축구팬과 미디어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축구협회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로 인해 리더십 위기를 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회장으로 집권한 11년간 축구 외교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클린스만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공식 서포터 붉은악마는 “이 처참한 현실을 극복하는 길은 정몽규 KFA 회장 및 이하 지도부의 사퇴만이 유일하다”며 “KFA는 한국 축구를 위한 곳이자 한국 모든 축구인의 영예와 발전을 위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마치 정 회장 개인의 영예와 영전을 위한 장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탁구 게이트’로 번진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대표팀 분위기도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손흥민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탁구 게이트’로 번진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대표팀 분위기도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손흥민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한편 요르단 전을 앞두고 선수단 내부에서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의 몸싸움 사건까지 있었다는 폭로도 터졌다. 탁구를 놓고 벌어진 두 선수의 싸움은 진실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대표팀을 향한 여론과 민심에 치명타를 날렸다. 일부 선수들이 ‘이강인을 선발하면 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며 ‘보이콧’ 선언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다만 이후 이강인이 런던까지 찾아가 사과하고, 손흥민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초유의 선수단 내 내분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2월 21일 소셜 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렸다. 이강인이 먼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며 고개를 숙였고, 손흥민은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라며 후배를 품었다.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대표팀 분위기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이 사과문에서 다짐한 대로 동료를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그를 향한 시선도 다시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협회가 그간의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치유 로드맵’이 남았다는 지적이다.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과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등 중요한 대표팀 일정도 이어지는 만큼 철저한 준비도 요구된다. 이와 동시에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한 아시안컵을 꼼꼼히 돌아보고 교훈을 얻어야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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