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과 함께 만드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
고려인과 함께 만드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1.0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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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나눔과 연대의 가치 실현
환경전문공사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고려인과 함께 만드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
 

고려인은 19세기 중엽부터 광복 때까지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지역으로 이주한 한민족 동포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1930년대 스탈린 정권의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 및 고려인 강제 이주 조치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지만, 한민족 특유의 끈기와 부지런함으로 척박한 땅에 빠르게 적응하며 정착했다.

 

사진=손보승 기자
사진=손보승 기자

 

고려인이 조국을 떳떳하게 ‘대한민국’이라 외치게 되는 그날까지
2000년대 중반 이후 뿌리를 찾아 한국을 찾는 고려인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거주 고려인은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고려인이 55만 명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많은 고려인이 ‘조상의 땅’ 대한민국에 온 셈이다. 이후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과 같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의 관심 속에 이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 시장과 통합 체계 구축의 부재, 부적절한 교육 시스템 등 해결이 필요한 과제가 가득하다. 이로 인해 희망을 품고 찾은 한국에서 상처받는 고려인들도 줄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에 사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KCS)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활동가로 일했던 김종천 대표가 지난 2019년 고려인 근로자 1명과 함께 공장에서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백 교체 서비스로 ‘혈혈단신’ 창업을 시작해, 여러 부침 속에서 땀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이제는 어느덧 환경전문공사 기업으로의 발돋움을 도모할 만큼 성장을 일궈냈다. 김 대표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안산 지역에서 시민사회 활동가로 여러 족적을 남긴 것으로 들었는데
  “2005년 안산YMCA에서 처음 시민사회 활동을 시작했고, 영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 노동운동 관련 콘텐츠 및 아카이빙 제작과 미디어 교육 등을 전개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4.16 기억저장소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기록물을 수집해 영상과 책, 사진집 등을 만들어 배포하고 전시하는 일을 했다”

고려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개선 활동 과정에서 2013년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 故 김말로자 씨의 사연을 통해 처음 고려인 동포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됐다. 가죽염색공장에서 일하다 폐결핵 재발로 고인이 되었는데, 주소는 안산으로 되어있었으나 연고도 없고 가족들이 한국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 두 달이 넘어서야 안산시민장례위원회를 꾸려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고려인 원탁회의를 구성해 제도개선 캠페인을 시작했고, 그 활동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줘 안산시 고려인지원조례, 경기도 고려인지원조례 제정,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추방 위기에 몰렸던 4세대 이후 고려인들도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는 최상의 집진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전문공사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는 최상의 집진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전문공사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

 

창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안산시에 사는 고려인 동포 수가 올해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13년 6,307명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있겠으나 일자리도 많고 단원구 선부동에 고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땟골마을’이 있는 등 이들이 입국해 정착하기 좋은 곳이다. 이렇게 고려인들이 늘어나며 저에게 경제적 활동에 도움을 얻을 방도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렇다고 제가 사업을 해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여러 고민이 들었고 저 역시 시기적으로 인생 이모작을 위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때라는 결심이 생겼다. 그래서 2019년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를 설립했다”

기업 성장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을 듯한데
  “물론이다. 기술과 자본, 인맥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라 처음에는 공장에서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백 교체 서비스를 진행했다.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함께 일하는 고려인들의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몸짓으로 대화해야 했고, 작업 속도 역시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땀은 배신하지 않더라. 전국을 다니며 집진기를 뜯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치며 우리만의 노하우와 전문성이 생겼고 조금씩 매출이 상승했다”

 

숙련된 한국의 기술자와 성실성을 갖춘 청년 고려인 근로자의 공생은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의 경쟁력이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
숙련된 한국의 기술자와 성실성을 갖춘 청년 고려인 근로자의 공생은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의 경쟁력이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

 

사업 방향성도 전환된 것으로 들었다
  “단순 백필터 교체가 아닌 환경전문공사업으로 KCS의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시니어 전문기술자 이정원 이사님을 영입했다. 집진기 설계가 가능하고 주요 부품인 하이브리드 인젝터 특허가 있어, 이를 기반으로 쌍용 시멘트 영월 공장과 마포 소각장 집진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를 KCS가 맡아 책임 있게 시공 완료하였다. 지난해에는 전문 탈진 장비도 개발했다. 이처럼 우리 기업은 환경 기술 은퇴자를 모셔 이분들의 기술을 통해 고객사에 최상의 집진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생산성을 안정적으로 높이고, 깨끗한 공기를 끌어당겨 다시 깨끗한 공기를 대기로 보낼 수 있게 되는 선순환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창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는 무엇인가
  “고려인들을 집진 설비 전문기술자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들 청년 노동자는 이곳에서 자녀를 낳고 기르고 있기에 한국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친구들이다. 더욱이 학력이 높아 기술을 빠르게 배우며 익히고 특유의 성실성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기술자와 고려인이 함께 하며 환경공사업의 세대교체를 이루고자 한다. 실제 플랜트 업체 노동자의 평균 나이는 55세에 달하는데, 고려인 노동자의 평균 나이는 35세에 불과하다. 숙련된 노동자의 기술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고려인에게 전수되어 흡수되는 상생이 이뤄지는 셈이다.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이 가장 원하는 건 한국 국적 취득이다. 이를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연 소득이 필요한데, 고려인들이 전문 기술력을 보유해 열심히 노력하면 이것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이제 우리 기업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에 머무는 게 아닌 2026년까지 10명의 고려인 정규직 근로자를 만들고자 한다”

 

김종천 대표는 고려인 근로자 자녀 세대의 교육 활동에도 도움을 주고자 성장기금 기부를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
김종천 대표는 고려인 근로자 자녀 세대의 교육 활동에도 도움을 주고자 성장기금 기부를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주)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

 

고려인 가족의 한국 사회 정착이 가능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 고려인 청년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고, 한국에서는 자녀들이 ‘너희 나라는 어디냐’는 이야기 속에 자라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들이 고연봉자가 되어 배우자와 함께 한국 시민권을 취득할 자격을 얻는다면 그 자녀는 내일의 한국 청년이 되어 당당히 조국을 대한민국이라 외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 교육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성장기금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KCS는 숙련된 은퇴 기술자와 이들의 노하우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고려인 근로자가 함께하는 기업이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집진시설 유지관리를 자부하니 많은 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렇게 우리 기업이 성장한다면 고려인의 조국을 되찾는 일에 함께하게 되는 것이라 전하고 싶다. 이러한 과업이 달성된다면 제가 지난 수십 년간 시민사회 활동가이자 창업가로 노력하며 한국 사회에서 이루고자 했던 가치 창출도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난관이 많겠으나 팀원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여러 도움을 주고 계셔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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