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난민의 아버지
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난민의 아버지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11.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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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돕던 청년, 지구촌 해결사로 거듭나다
[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Cover Story]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차기 사무총장



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난민의 아버지

가난한 사람들 돕던 청년, 지구촌 해결사로 거듭나다

 

▲ⓒUN

 

유엔총회는 지난 10월 13일(현지 시각)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안토니오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를 제9대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했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포르투갈 총리를 거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를 지냈다. 유엔 193개 회원국으로부터 새로운 사무총장 자리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그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만장일치로 선출된 유엔 차기 사무총장


유엔 193개 회원국은 10월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안토니오 구테헤스 전 총리를 제9대 사무총장으로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구테헤스 전 총리를 새 사무총장으로 추천하는 안보리 결의안은 표결 없이 회원국들의 박수로 통과됐다. 회원국들의 박수 속에 총회장 단상에 오른 구테헤스 전 총리는 “한쪽에는 테러단체와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다른 한쪽에는 포퓰리즘과 외국인 혐오주의가 번지는 상황에서 둘은 서로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결합을 깨뜨릴 능력이 있다. 이 두 가지와 단호히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총회에 앞선 10월 6일, 구테헤스 전 총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으로부터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단일후보로 추천받았다. 이날 15개국 이사국에는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사와 서맨사 파워 미국 유엔대사가 포함됐다. 유엔에서는 구테헤스 전 총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안보리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단합된 모습은 이사국 스스로도 놀랄 만한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단일후보로 추천받은 후 구테헤스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일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분쟁과 테러 희생자, 인권침해를 받거나 가난과 불평등을 겪는 이들에게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같은 날 이탈리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테헤스 전 총리가 후임 총장으로 확정된 데 대해 “최상의 선택”이라며 “(구테헤스가) 국제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인식과 살아있는 지성으로 중요한 시점에 와있는 유엔을 잘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서유럽 출신이고 남성인 구테헤스 전 총리가 총장 자리에 오르게 된 건 예상 밖 결과다. 이번 사무총장 선정 과정에서는 동유럽권 여성후보가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출신 총장이 나왔기에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은 이번에는 동유럽 출신이어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50개 회원국은 첫 여성 총장을 요구했다. 막판 경쟁에서도 남녀 후보 각 5명이 각축을 벌였다. 하지만 안보리는 구테헤스의 경륜에 손을 들어줬다. 구테헤스가 유엔 총장으로 선정된 이유로는 1995∼2002년 포르투갈 총리를 지냈고, 지난해 말까지 10년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를 역임했기에 안보리에서 현재의 지구촌 난국을 헤쳐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돌아가며 맡는 안보리 의장직을 러시아가 맡을 때”라며 “러시아가 정치력 과시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전날 제6차 비공개 투표에서 사실상 구테헤스를 낙점할 때 결과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3개 나라가 찬성, 2개 나라가 의견 없음이었고 반대는 한 표도 없었다.

 

▲반기문 총장은 반기문 사무총장은 안토니오 구테헤스 전 총리가 후임 총장으로 확정된 데 대해 “최상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UN

 

 

국제무대에서 난민 전문가로 활동


구테헤스 전 총리는 1949년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국영 전기회사 직원이었다. 리스본대학 고등기술연구소(IST)에서 그는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진로를 물리학 박사로 잡았다. 하지만 대학 시절 빈민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의 진로가 바뀌었다. 그는 빈곤가정 아이들을 위한 여름학교 교사를 했고, 홍수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도왔다. 하지만 그는 자원봉사만으로 가난과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졸업 3년 뒤인 1974년 사회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발을 들였고, 포르투갈의 50년 군부독재를 끝낸 ‘카네이션 혁명’ 후 당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1976년 초선 의원이 됐고, 1992년 당 대표가 됐다. 이때 그는 이유의 통합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또한, 친기업적인 행보를 보이면서도 빈곤층을 위한 공공투자 확대 정책을 폈다. 이후 1995년 총선에서 사회당이 승리하면서 총리가 됐고, 연임한 뒤 2002년에 사임했다. 총리 때 그는 비판을 받을 만한 민감한 정책은 모두 피해 ‘소극적 총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05년에 그는 160여 개 사회·노동계 정당 협의체인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의 의장을 지냈다.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쌓은 것은 2005년부터 10년간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를 지내면서부터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유엔난민기구 대표로 활동하며 서방 부국들이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국경을 열고, 난민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리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난민 문제 해결에 힘써왔다. 유엔난민기구 최고 대표 시절 그는 본부 인력을 3분의 1가량 축소하고 이 인력을 긴급구호 쪽에 배치했다. 또한, 부유한 선진국이 난민들에게 국경을 열고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를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임명함으로써 난민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부각하기도 했다. 이 당시 활동으로 그는 ‘난민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한국에는 포르투갈 총리로 활동하던 2000년,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방문했다. 이후 2013년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자격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구테헤스 전 총리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강제 소환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2017년 1월부터 5년간 유엔을 이끌어갈 구테헤스 전 총리는 ‘약자 보호’를 출사표로 내걸었다. 그는 안보리에 제출한 성명에서 불평등, 테러리즘, 조직범죄, 기후변화, 무기 확산 등 여러 이슈를 거론하며 ‘이런 과제의 점들(dots)을 이어 극복하게 하는 것이 유엔의 임무’라고 작성했다. 그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이나 아이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전적으로 우선시돼야 한다. 사람들이 (유엔의) 푸른 깃발을 보면 ‘내가 보호받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차기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과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구테헤스 전 총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로는 5년 동안 25만 명의 사망자를 낸 시리아 내전 해결이 꼽힌다. 마이클 도일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리아 내전은 그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지만, 그는 그런 도전을 즐기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유엔 개혁도 그에게 남겨진 과제 중 하나다. 반기문 현 사무총장은 유엔의 개혁을 중심 과제로 내세웠으나 번번이 저항에 부딪혔고 심지어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범죄 등에 발목을 잡혔다. 대지진에 강타당한 아이티에 평화유지군을 보냈으나 이들이 오히려 콜레라를 옮겼고, 이 문제에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대처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구테헤스 전 총리도 이런 난제들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그는 유엔난민기구 대표 시절 사무국 규모를 3분의 1로 줄이고 ‘현장 인력’을 크게 늘린 바 있다. 5일(현지시각) 영국 BBC방송은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구테헤스가 유엔 직원들의 등을 걷어차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구테헤스 전 총리의 행보를 보았을 때 전문가들은 그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여성차별 개선, 빈부 격차 해소 등 반 총장이 추진한 이슈도 계승·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그가 국제문제 해결에 민간 기업의 개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안토니오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월 6일, 정례브리핑에서 “(구테헤스 전 총리가) 앞으로 안보리와 총회의 공식 절차를 거쳐서 차기 사무총장에 임명되면 그간의 경륜을 바탕으로 국제 평화와 번영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테헤스 후보는 포르투갈 전 총리를 역임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차기 유엔 사무총장 약력


1949년 4월 30일 출생(포르투갈 리스본)

1971년 리스본대 소속 고등기술연구소(IST) 졸업(물리학·전기공학 전공)

1974년 사회당 입당

1976년 ~ 1995년 포르투갈 국회의원

1995년 ~ 2002년 포르투갈 총리

1999년 ~ 2005년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대표

2005년 ~ 2015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

2016년 10월 제9대 유엔사무총장으로 확정



역대 유엔 사무총장


트뤼그베 할브단 리(1946년 ~ 1953년 · 노르웨이)

다그 함마르셀드(1953년 ~ 1961년 · 스웨덴)

우 탄트(1961년 ~ 1971년 · 미얀마)

쿠르트 발트하임(1972년 ~ 1981년 · 오스트리아)

하비에르 페레스 데케야르(1982년 ~ 1991년 · 페루)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1992년 ~ 1996년 · 이집트)

코피 아난(1997년 ~ 2006년 · 가나)

반기문(2007년 ~ 2016년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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