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신호탄 쏜 한국 전통소주
부활의 신호탄 쏜 한국 전통소주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11.01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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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부활의 신호탄 쏜 한국 전통소주

과거의 아픔 잊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증류식 소주


 

 

  

한국 전통소주로 알려진 ‘증류식 소주’가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중에게 친숙한 일반 ‘희석식 소주’와 달리 증류식 소주는 곡물을 발효해야 하는 등 제조방법이 까다롭고 가격이 비싸 그간 소량 생산돼왔다. 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로 증류식 소주가 다시 조명 받으면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주류업체 역시 잇따라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며 새로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 보이는 증류식 소주시장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증류식 소주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광주요그룹의 ‘화요’와 화이트진로의 ‘일품진로’의 판매량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일품진로는 9월 기준으로 10년간 누적 판매량 200만병을 돌파했다. 화이트진로 측은 2006년 4월 출시된 일품진로가 지난해 168% 증가한 44만병이 팔리며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무섭다. 일품진로는 지난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대가 비교적 고가인 프리미엄 소주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품진로의 라이벌로 불리는 화요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월에 출시한 ‘화요53’의 판매량은 출시 1년 만에 3,500병, 매출로는 3억 원을 돌파했다. 

 
증류식 소주는 주정에 물을 탄 일반 ‘희석식 소주’와 달리 쌀이나 옥수수, 고구마 등을 삶거나 쪄서 발효시킨 뒤 만든다. 따라서 제조방법이 까다롭고, 일반 희석식 소주에 비해 도수가 높다. 가격 역시 일반 소주에 비해 비싼 편이다. 따라서 그동안 생산량과 판매량이 적었다. 증류식 소주 시장(업계 순매출 기준)은 2014년 40억 원에 이어 지난해 70억 원 정도를 기록했다. 2015년 희석식 소주시장의 규모가 대략 1조 7천억 원이었던 점을 비교해볼 때 미비한 수치다. 하지만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전체 매출 109억 원을 올려 증류식 소주 업계 1위를 차지한 화요는 이 가운데 절반가량 세금을 제외한 순매출 5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 규모가 7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44만병이 팔려 세금을 제외하고 20억 원가량 순매출을 올린 일품진로도 올해는 60만병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증류식 소주의 성장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요와 일품진로로 구성된 양대산맥에 도전장을 내민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2015년 중순 지방 소주업체 금복주가 ‘제왕’을 출시한 후 올해 초 리뉴얼 제품을 내놨다. 지난 5월에는 대기업 롯데주류가 25도짜리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롯데는 조만간 21도짜리 대장부 신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국순당과 배혜정도가를 비롯해 농촌진흥청도 증류식 소주 신제품을 연거푸 출시하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은 일본 가고시마대학과 함께 국내 재래누룩에서 증류식 소주에 적합한 효모 ‘N9’을 분리하는데 성공해 우리 효모로 만든 증류식 소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처럼 신제품이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면 올해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 규모는 확실히 1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일제시대 사라진 전통 소주, 새로운 음주문화로 다시 사랑받다

증류식 소주는 한국 전통 술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소주는 대부분 전통 증류식으로 제조됐다. 하지만 증류식 소주는 일본의 영향으로 인해 희석식 소주에게 입지를 빼앗기고 말았다. 일제강점기 시절이었던 1919년, 일본은 한국에 현대식 주정 공장을 도입했다. 주정 공장이 등장하면서 희석식 소주가 국내 소주 시장을 잠식해나갔다. 광복 이후 전통 소주가 부활할 수 있었지만, 전쟁과 빈곤으로 곡물이 부족해지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특히 1965년 식량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쌀로 술을 제조하지 못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증류식 소주는 쇠퇴기를 맞이했다. 간간이 이어지던 증류식 소주 업체는 1976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증류식 소주가 다시 등장하게 된 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부터다. 올림픽 개최와 동시에 한국은 전통방식의 술인 증류식 소주 생산을 다시 허용했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와 위스키, 브랜디에 익숙해진 한국인들 입맛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2005년 ‘화요’가 등장한 이후에야 증류식 소주는 조금씩 그 명맥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증류식 소주가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로 전문가들은 ‘맛’을 꼽는다. 대다수 애주가는 증류식 소주는 희석식에 비해 곡물 발효 원액을 맛볼 수 있어 뒷맛이 깔끔하고, 높은 알코올 도수에도 숙취는 오히려 덜하다고 평가한다. 30대 직장인 한 모씨는 “증류식 소주는 가격이 비싸지만, 다음날 숙취가 편하고 술도 맛있어서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희석식 소주는 알코올 도수를 계속 낮춰가는 데만 경쟁을 주력하고 있고, 최근에는 과일맛을 더한 새로운 품목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소주보다는 정통 소주를 마시는 게 더 좋다”라고 말했다. 술자리 문화의 변화도 증류식 소주의 상승세를 뒷받침 하고 있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과거에는 희석식 소주를 사용한 포음 문화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고급 전통 소주를 적당히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다”며 “기성세대 뿐 아니라 젊은 층도 이러한 문화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증류식 소주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아픔을 뒤로하고 증류식 소주가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전통 술인 만큼,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전망돼 음주업계의 증류식 소주 전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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