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e스포츠 황제, 또 한 번 역사를 쓰다
[이슈메이커] e스포츠 황제, 또 한 번 역사를 쓰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12.19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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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결승전 동시 접속자 1억 명 이상 추산
가라앉았던 국내 e스포츠 산업 활성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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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e스포츠 황제, 또 한 번 역사를 쓰다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의 T1이 정상에 올랐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T1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중국의 웨이보게이밍(WBG)을 3-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팀의 주장 ‘페이커(Faker)’ 이상혁은 역대 최다인 통산 4번째 우승으로 새 역사를 썼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e스포츠계’의 마이클 조던
‘페이커’ 이상혁은 2013년 16살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이래 국내대회와 국제대회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 경력을 보유한 e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선수 생명이 짧은 e스포츠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데뷔 10년 차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페이커의 커리어는 줄곧 T1(이전 명칭 SK텔레콤 T1)과 함께했다. 데뷔 첫해인 2013년 하반기 국내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존재감을 각인했고, 같은 해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까지 제패하며 롤드컵 로열로더로 등극했다. 이어진 T1의 2015년과 2016년 롤드컵 우승을 비롯해 2016년·2017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 총 10회의 LCK 스플릿 우승까지 모든 영광의 순간에는 이상혁이 함께했다. 최전성기인 2010년대 초반에는 ‘e스포츠계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한동안 ‘예전만 못하다’는 평도 나왔으나 이번 롤드컵 우승과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여전히 최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번 대회 T1의 우승은 가히 ‘황제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그는 국내 프로선수 중 최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과의 계약에 따라 공식 언급은 없으나 국내외에서 50억~7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1년 T1과의 재계약을 앞두던 때 중국리그(LPL)에서 2,0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한국 리그에 남고 싶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혁은 이번 우승에 대해 “4회 우승을 차지해서 기분이 당연히 좋다. 무엇보다 많은 홈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며 “팀원들을 위해 꼭 우승을 차지했으면 했다. 고생한 팀원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기에 우승보다 그게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을 우승 삼아 앞으로 더 배우고 발전하겠다. 너무 오랜만에 우승이라 실감이 잘 안나는데 팬분들 위해서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의 T1이 우승 트로피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의 T1이 우승 트로피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역대급 흥행’으로 업계 활기 불어넣어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롤’의 전 세계 이용자는 1억 5,200만 명(2023년 2월 기준)에 달한다. 2011년부터 시작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전 세계 9개 지역의 22개 팀이 모여 최강팀을 가리는 e스포츠 대회다. 정식 약칭은 ‘월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e스포츠의 월드컵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롤드컵’이란 명칭이 널리 쓰인다.

  올해 대회는 그동안 가라앉았던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부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큰 기대를 받았다. 실제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이번 롤드컵은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만 2,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4강전의 시청자 수는 전년 대비 65% 성장했고, 올해 롤드컵 시청자 수(누적 접속자 수 기준)는 4억 명, 결승전 동시 접속자 수는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승전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의 18,000석은 예매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아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티켓 수익만 정가(8만~24만 5,000원) 기준 40억 원에 달한다. 암표가 3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전국 44개 CGV 영화관에서도 경기가 생중계됐는데, 좌석 가격이 일반 영화 대비 2배 이상 높았음에도 현장 예매를 놓친 팬들로 인해 영화관도 매진됐다.

 

‘페이커(Faker)’ 이상혁은 역대 최다인 통산 4번째 ‘롤드컵’ 우승으로 새 역사를 썼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페이커(Faker)’ 이상혁은 역대 최다인 통산 4번째 ‘롤드컵’ 우승으로 새 역사를 썼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광화문에는 e스포츠 팬 15,000명이 집결해 ‘거리 응원’을 펼쳤다. 서울시는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경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는데, 광화문 광장에서 e스포츠 거리 응원전이 열린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결승 경기 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롤드컵 축제’에도 3일간 8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결승전 티켓을 예매한 관객 중 15%는 외국인이다. 실제 광화문 거리 응원에 외국인들의 발길도 많았다. 이처럼 롤드컵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수적으로 발생시키는 경제 효과와 한국의 이미지 제고 등을 고려하면 이번 롤드컵이 발생시킬 경제 효과는 더 클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시 역시 개최 효과를 늘리기 위한 연계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혁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 경력을 보유한 e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Christina Oh/Riot Games/Flickr
이상혁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 경력을 보유한 e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Christina Oh/Riot Games/Flickr

 

한국 e스포츠 시장 세계 3위 수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e스포츠의 첫 전성기를 열었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 이후 주춤하던 e스포츠는 롤드컵을 계기로 부흥기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한국 e스포츠 시장 규모를 2억 7,440만 달러로 추산한다. 미국(8억 7,100만 달러)과 중국(4억 4,520만 달러)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e스포츠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496억 원으로 집계됐고, 기업들이 투자한 금액은 약 192억 원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e스포츠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은 SK텔레콤(SKT)이다. T1은 2004년 SKT가 창단한 SKT T1에서 출발한 팀으로 롤 팀은 2012년 꾸려졌다. T1은 2021년 인적분할 이후 SK스퀘어 포트폴리오사로 재편됐지만, SKT는 T1의 메인 스폰서로서 후원을 이어왔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 KT 등이 e스포츠팀을 후원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이번 롤드컵은 결승전 경기가 예매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아 매진되는 등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이번 롤드컵은 결승전 경기가 예매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아 매진되는 등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롤드컵 후원사이자 T1 공식 후원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이번 대회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T1 선수단 유니폼에 박힌 벤츠 로고는 롤드컵 동안 꾸준히 등장했고, 우승 트로피인 ‘소환사의 컵’이 벤츠의 전기 SUV인 EQS로 전달되어 이 장면이 전 세계 롤 팬들에게 노출됐다. 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게임인 만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잠재 고객’을 잡기 위한 e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해온 바 있다.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 오포, 레드불 등 기업들도 축제 행사 등으로 인한 부수적 광고 효과를 보게 됐다. 기업의 로고가 노출되면서 큰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대회나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마케팅을 내놓을 수 있어서다. 이번 롤드컵의 흥행으로 e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을 확인한 국내 기업의 후원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T1에 보낸 우승 축전에서 “7년 만에 롤드컵 우승이자, 네 번째 롤드컵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게임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e스포츠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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