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저감에 발 벗고 나선 예술가들
탄소 저감에 발 벗고 나선 예술가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11.30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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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탄소 저감에 발 벗고 나선 예술가들

한주예슬 램레이드(Ram-raid) 대표사진=김남근 기자
한주예슬 램레이드(Ram-raid) 대표
사진=김남근 기자

 

 - 숨겨진 아름다움으로 대중의 마음 훔치는 선한 도둑
 -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 영화 속 ‘BTS’를 찾다

미디어 산업의 영향력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업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의 특성상 미디어 산업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적 책임이 존재하지만, 최근 화두로 떠오른 분야는 바로 ‘환경’ 부문이다. 미디어와 환경,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미디어 현장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촬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바로 그것이다. 영상에 비치는 화려함 이면에는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그늘이 존재하고 있다.

 

램레이드(Ram-raid)는 미디어 촬영 과정에서의 폐기물과 쓰레기를 최소화함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 아트 프로덕션 기업이다. ⓒ 램레이드(Ram-raid)
램레이드(Ram-raid)는 미디어 촬영 과정에서의 폐기물과 쓰레기를 최소화함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 아트 프로덕션 기업이다.
ⓒ 램레이드(Ram-raid)

 

폐기물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
지난 2021년,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는 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저해를 문제로 인식하고 세트장에서 사용되는 디젤 발전기를 제거하고 가상 기술의 사용 빈도를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영화 촬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문제를 저감하기 위한 장치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는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요소인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관점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동영상 콘텐츠 등과 같은 미디어 촬영 현장에서는 세트장과 소품은 물론 커피차, 도시락, 행사, 상황 연출 등을 이유로 수많은 폐기물과 쓰레기가 발생한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촬영 현장 폐기물 수거 전문 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과거부터 업계에서는 발생하는 폐기물과 쓰레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우려했지만, 여의치 않은 현장 상황을 이유로 이 문제에 대해 묵인하는 관습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며 이러한 관습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아닌 그린블러싱(Green Blushing)을 실천하며 미디어 촬영 과정에서의 폐기물과 쓰레기를 최소화함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 아트 프로덕션 기업, 램레이드(Ram-raid/대표 한주예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슈메이커가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한주예슬 대표는 프랑스에서 설치미술과 순수미술을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기업가이자 현직 작가로도 활동해나가고 있다. ⓒ 램레이드(Ram-raid)
한주예슬 대표는 프랑스에서 설치미술과 순수미술을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기업가이자 현직 작가로도 활동해나가고 있다.
ⓒ 램레이드(Ram-raid)

 

반갑습니다. 기업 이름이 독특해 눈에 들어옵니다. 의미가 궁금하네요.
  “안녕하세요. 공간 연출과 공간 연출 부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 프로덕션 기업 램레이드를 이끌고 있는 한주예슬입니다. 램레이드는 ‘차를 타고 상점으로 돌진해 쇼윈도 혹은 유리를 부순 뒤 들어가 물건을 훔쳐 가는 습격’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들리겠지만, 이렇게 기업 이름을 정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숨겨져 있어요. 램레이드에 기업적 의미를 담아 ‘시각적 충격을 선보여 훔치고 싶을 정도의 욕망을 이끌어 낸 뒤 폐기물까지도 책임지는 선한 도둑들’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죠. 그래서 조금은 과격하지만, 디스플레이에 다양한 오브제를 담아낼 수 있기에 넓은 영역을 아우를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램레이드라는 기업명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램레이드를 이끄는 기업가이지만, 현직 작가로도 활동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설치미술과 순수미술을 공부한 후 홍익대 영상·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현직 작가로도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제가 사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셨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기업가가 된 것은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어요. 공공미술과 관련된 설치 미술 전시 참가를 위해 사업자가 필요했기에 처음 사업자를 내게 된 것이기 때문이에요. 결국 작가로서 작품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지만, 막상 사업자를 등록하고 난 뒤에 저는 점차 사업가로서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프랑스 유학 당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파리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인턴으로 일도 해보고, 촬영 현장에서 제작팀 겸 보조출연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의 전공을 살려 미술팀에서의 경험도 쌓게 되죠. 이후 한국으로 귀국하게 됐고, 우연찮은 기회에 프랑스에서 함께 귀국한 영화업계 종사자분들의 제안으로 <샐러드데이즈, 2016>이라는 첫 영화의 연출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점차 미술 감독에 대한 매력을 느껴 미술 감독으로 4년 정도 활동했어요. 이 과정에서 사업자를 등록하게 된 것이고요. 사업자를 내고 나니 작가 개인으로 활동할 때보다 더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중 하나가 KT&G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상상스타트업캠프 7기 성과발표회의 공간 연출 프로젝트였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로만 공간을 연출해야하는 프로젝트였어요. 개인 작가로 활동할 때부터 콜렉티브(Collective) 적 성향을 지향했던 저였기에, 여러 작가와 협업을 진행하며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친환경 소재만으로도 이렇게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라는 것을요. 그리고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과거 영화 현장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불편하게 느껴졌던 세트장 및 소품의 폐기물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거나, 기획과 제작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면 탄소 저감을 실천할 수 있는 영화 제작 환경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말이죠. 그래서 이러한 생각을 보다 구체화하고자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램레이드(Ram-raid)는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 영화 속 ‘BTS’(Behind The Story)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흥미 유발과 동시에 공공의 캠페인을 진행해 인식의 개선도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좌측부터 박유선 실장, 한주예슬 대표, 이채린 실장)사진=김남근 기자
램레이드(Ram-raid)는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 영화 속 ‘BTS’(Behind The Story)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흥미 유발과 동시에 공공의 캠페인을 진행해 인식의 개선도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좌측부터 박유선 실장, 한주예슬 대표, 이채린 실장)
사진=김남근 기자

 

어려움은 없었나요?
  “거대한 자본이나 개인적 책임의 부담을 안고 시작된 사업이 아니었기에, 사업 자체에 있어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작가와 기업가라는 상반된 역할에서 오는 ‘경계혼탁’에 조금은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이는 작가로서 창작활동을 하면서도 느꼈던 혼란이었기에 무탈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외부에서는 제가 작가로서 기업가의 역할을 병행하며 중심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를 해주시지만, 오히려 제가 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에 이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르며 목표로 한 가치 실현에 조금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창업 후 현재까지 어떠한 활동들을 이어오셨나요?
  “2020년 램레이드 설립 후 다양한 문화예술 업체들과 협업을 펼치며 영화 미술을 기반으로 한 램레이드만의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램레이드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최근에 공개된 작품은 20대 청년 봉준호와 90년대 시네필 동아리 ‘노란문’ 멤버들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입니다. 그동안 단순하게 공간을 인테리어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제에 맞는 아이디어를 통해 공간 제작 준비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책임지며 함께 작업한 이들로부터 긍정의 평가를 이끌어냈었기에 이처럼 좋은 작품에 램레이드가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와 함께 영화 미술에 집중하며 공공 미술, 뮤직비디오, 무대 디자인 및 전시회 예술 작품 활동 등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간 연출 후 발생되는 부산물과 폐기물, 소품 등을 재판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러한 공간 부산물을 채워 아름답게 재탄생시킨 공간인 쏘파슬(So Facile)이라는 파티룸의 대여 서비스도 펼치고 있으며, 영화 촬영 현장의 스태프분들을 위한 다양한 굿즈 아이템도 제작해 판매하며 램레이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세상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램레이드가 사회에 미치고 싶은 영향은 무엇인가요?
  “예술 산업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주는 활동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램레이드의 활동 역시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 영화 속 ‘BTS’(Behind The Story)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흥미 유발과 동시에 공공의 캠페인을 진행해 인식의 개선까지도 야기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램레이드를 어떠한 기업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램레이드는 앞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및 산업 간의 콜라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램레이드 5주년에는 그동안 램레이드와 인연을 맺었던 국내외 뮤지션들과 함께 램레이드라는 브랜드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뮤직 앨범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입니다. 이 앨범을 통해 램레이드에서 추구하는 ESG의 가치와 업사이클링의 당위성을 대중들에게 알려 탄소 저감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착한 문화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글로벌 독립영화 제작사들과의 협업을 펼쳐 대한민국에도 미술과 공간 연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젊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려보고 싶습니다.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영화 제작의 판도를 바꿔나갈 아트 프로덕션 램레이드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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