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소재 합성’, 최첨단 기술을 이끄는 첨병
‘나노소재 합성’, 최첨단 기술을 이끄는 첨병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11.27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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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나노소재 합성’, 최첨단 기술을 이끄는 첨병

함명관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퀀텀나노재료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함명관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퀀텀나노재료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필요에 따라 맞춤형 신소재 개발
나노소재 기반 다양한 센서, 인공지능 소자 개발

우리는 나노테크놀로지 시대에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노 단위(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의 원자를 다뤄야만 새로움을 선보일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것이다. 이는 신소재의 탄생을 의미하며, 신소재 탄생의 비결은 바로 ‘나노소재 합성’이다. 나노소재 합성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하대 함명관 교수는 필요에 따라 맞춤형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인프라를 갖췄다. 그의 나노소재 합성 기술이 바라보는 지향점이 궁금하다.

나노소재 합성연구는 운명이었다!
함명관 교수가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로웠다. 학부 졸업 후 석사과정을 뛰어넘어 바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그는 말했다. 석사과정을 뛰어넘은 만큼 4년의 박사과정은 굉장히 혹독한 훈련 시간이었음이 짐작됐다. “당시 학계에 관심을 받던 탄소 나노소재 합성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학위 과정 동안 탄소 나노소재 합성 기반의 다양한 연구를 접할 수 있었고 향후 제 연구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시작과 함께 나노소재 합성연구를 우연히 시작했지만, 그의 각고의 노력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었다 “이후 나노소재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라이스대학 Pulickel Ajayan 교수님 연구그룹에 박사후연구원으로 합류해 다양한 나노소재 응용 분야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일본 Shinshu 대학에 조교수로 합류해 탄소나노튜브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신 Morinobu Endo 교수님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경력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재료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세계 최초로 초전도 2차원 나노소재 합성에 성공했고, 다양한 센서 및 반도체 소자 개발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의 전문성을 더했다. 그는 인터뷰하며 그의 스승들을 많이 언급했는데, 세계적으로 저명한 연구자와 머리를 맞대며 연구했다는 것은 선진적인 연구력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까지도 어깨너머 배웠다는 증거가 된다. 다양한 기관에서의 연구경력과 눈에 띄는 성과를 인정받아 함 교수는 2016년 모교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에 부임할 수 있었다. 모교로 부임하는 것도 힘들지만, 같은 과에 부임하는 건 더 문이 좁다. “처음 학위 시작했을 때부터 학위를 마무리하고 모교로 돌아가 후배들과 함께 재미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였습니다. 운 좋게도 준비가 돼 있을 때 좋은 기회가 와서,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나노소재 합성 디자인에서부터 응용까지
인하대 퀀텀나노재료연구실은 원자 단위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나노소재를 합성하고 그 특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나노소재의 합성을 기반으로 화학 센서, 광센서, 홀센서, 이미지센서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센서 개발을 응용연구로 삼고 있다. 그리고 2차원 나노소재 기반의 인공지능 소자, 1, 2차원 나노소재를 이용한 고온 복합재료 및 고효율 배터리개발, 퀀텀닷을 이용한 발광 소재 개발 연구 및 나노소재 기반의 초전도 소재 개발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주제는 1, 2차원 나노소재를 디자인하고 합성해서 초고감도 수광층을 개발해 고성능의 이미지, 광센서를 만드는 연구입니다. 인간의 눈이 인지할 수 없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감지해 낼 수 있는 초정밀 이미지센서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라며 “또 하나는 최근 전기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는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여 인명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화학 센서 소재 및 소자 개발 연구입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함 교수는 2차원 나노소재는 소재마다 물리적인 특성이 매우 흥미로워 소재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를 조절해 다양한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이 나노소재 디자인의 참재미라고 밝혔다. 그는 초전도체에 대한 비전을 밝히기도 했는데,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 연구다. 결론적으로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않은 상온 초전도체이기에 그의 도전이 기대된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의학 분야에 나노소재 적용을 구상하며, 미국에서 가장 큰 암센터인 MD 앤더슨 암센터와 화학요법이나 조기진단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함명관 교수는 최근 인하대병원 교수 겸직 제안을 받아, 인체 적용 가능한 인공지능 소자 연구와 암 진단 바이오센서 연구에 기대를 더 하고 있다. “바이오샘플 인프라가 있는 인하대병원과의 협업에 기대가 큽니다. 암 발병 기작을 화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바이오센서와 파킨슨병에 적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자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노소재 합성’ 레시피 공개 예정
맛집에서 음식 맛의 비결인 레시피는 며느리도 모르는 특급 비밀이다. 연구자에게도 연구를 이끄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고, 이를 보호받기 위해 ‘특허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나노소재 합성도 원자 단위의 물질을 어떻게 합성하고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 황금 레시피가 존재한다. 함명관 교수는 자신이 보유한 수많은 레시피를 공개해 누구나 쉽게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각오다. “나노소재 합성은 신소재를 만들어 응용까지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는데, 많은 연구자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제 노하우를 백과사전처럼 만들어 오픈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의 대단한 결심의 배경에는 하루를 25시간처럼 썼던 박사학위 과정의 노력이 있다. 끊임없이 합성하고 기록했던 경험이 그가 나노소재 합성 분야 전문가로 손꼽힐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때 쌓은 빅데이터는 그가 인공지능이 딥러닝 하듯 훈련할 수 있는 좋은 소스가 됐고, 그를 입력에 따라 빠르게 데이터를 출력해 내는 능력자로 만들었다. 함 교수는 너무 힘들었기에 이를 ‘흑역사’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흑역사는 나노기술 연구의 활발한 움직임을 이끌어 궁극적으로는 나노기술의 꽃역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함명관 교수는 “저희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실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임성희 기자)
함명관 교수는 “저희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실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임성희 기자)

‘자율’적인 연구실 문화, 속도보다는 방향 중요시
“학생들이 원하고 하고 싶어 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함명관 교수는 ‘자율’을 연구실 문화 키워드로 소개했다. 학생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떤 물질을 만들려고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합성법이 나올 수 있는데, 함 교수는 이런 자율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지만, 그의 소신은 확고했다. “저희 연구실은 결과는 늦더라도 최대한 학생이 능동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취업보다는 진학을 장려해 최근 졸업생 2명이 미국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였고 현재 대학원생 과반이 미국 및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꼭 연구와 논문을 떠나서, 기본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자 합니다. 그래야 사회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박사후연구원 시절, “좋은 논문을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라고 교수님께 물으니 “눈이 좋아야 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의 심각한 질문에 비하면 대답이 엄청 간단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듯하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현명하고 심오한 대답이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을 다루는 나노 연구에서 하찮아 보이는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발견하는 좋은 눈은 필수였던 것이다. “저는 계획된 연구 방향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 주위를 가려 앞만 보고 빨리 달리는 경주마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주위를 살피며 더 가치 있는 것을 찾으려 합니다. 저희 연구그룹도 하찮음 속에 감춰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역량을 학생들이 갖출 수 있도록 연구 및 교육을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함명관 교수를 보며 그의 성향이 대문자 E(Extrovert)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활발한 연구 Energy의 원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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