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충돌 격화 속 커져가는 확전 공포
[이슈메이커] 충돌 격화 속 커져가는 확전 공포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10.2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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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무력분쟁 공식화
중동 전쟁 불쏘시개 될까 우려도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충돌 격화 속 커져가는 확전 공포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10월 7일 오전(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고 이스라엘이 대대적 공습을 통해 반격에 나서며 중동 지역 정세에 다시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인 전쟁 진입을 선언했고, 미국과 중국·러시아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며 한층 커진 분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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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가까이 분쟁 이어진 가자지구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을 둘러싸고 양측이 무력 충돌한 2021년 5월의 ‘11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하마스는 이번 작전을 ‘알아크사 홍수’로 명명하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수천 발의 로켓을 쏘고 무장대원 수십 명을 이스라엘에 침투시켰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 군은 ‘철검’ 작전 개시를 선포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가자지구는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며 수십 년째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 남부 지중해에 인접한 지역으로 현재 200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집단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정으로 이곳에서 군을 철수했으나 하마스가 통치하는 이 지역을 2007년부터 봉쇄해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 이집트 역시 남쪽 라파와 맞닿은 국경을 통제한 상태라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도 불린다.

 

 

가자지구는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며 수십 년째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Pixabay
가자지구는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며 수십 년째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Pixabay

 

역사적으로는 오스만 제국의 일부였으며 1918년부터 1948년까지 영국이, 1948년부터 1967년까지 이집트가 점령했다. 하지만 1948년 국가를 선포한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 통제력을 빼앗아 장악한 뒤 유대인 정착촌을 세웠다. 이후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오슬로 협정을 맺으면서 이듬해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됐고, 이스라엘 정부는 2005년 군인과 자국민을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통제권을 넘겨줬다.

 

하지만 하마스가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에 대한 무력 저항을 주장하는 무장 단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여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생필품 반입도 통제해왔다. 유엔(UN)은 가자 지구 봉쇄로 팔레스타인 지역 경제가 약 10년간 170억 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도 최근 몇 년 동안 가자 지구 봉쇄는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규탄해 왔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동 데탕트’ 전략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The White House/Flickr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동 데탕트’ 전략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The White House/Flickr

 

중동 평화 무드에도 제동

하마스는 표면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 중단을 내세우며 이번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크고 작은 폭력 사태는 있었지만, 하마스가 공습과 함께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에 침투시키는 전례 없는 군사 행동을 벌이고, 이스라엘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인질로 잡는 전쟁범죄의 행태까지 보여서다. 칼리드 카도비 하마스 대변인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이 수십 년간 겪어온 이스라엘의 모든 만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대대적 반격으로 악순환에 빠지면 팔레스타인도 인적, 물적으로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든 큰 타격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양측의 군사적 대응 수준도 커져가는 상황이라 전면전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이번 사태를 ‘전쟁’으로 규정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파괴하기로 결정하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 중단 등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에 진입하고 있다"며 "하마스의 치명적 공격 때문에 우리는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하마스가 자신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중동 평화 무드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하마스의 공격 배경을 확신할 수 없다며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꼽았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최근에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강력한 지지와 군사적 지원을 약속했다. ⓒPrime Minister of Israel/Flickr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강력한 지지와 군사적 지원을 약속했다. ⓒPrime Minister of Israel/Flickr

 

엇갈리는 미국과 중국 행보 속 글로벌 분열 조짐도

실제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동 정책의 축으로 삼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 협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중동 내 앙숙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역사적인 수교 합의를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고 사우디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인정을 끌어낸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대화가 최근 급진전을 보이면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근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퍼지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우디의 요구로 이스라엘이 합의를 위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정착촌 확장 동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인정 등 팔레스타인 관련 양보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번 폭력 도발로 네타냐후 정권이 이런 양보를 할 가능성은 당분간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가 발생하며 이슬람권의 분노가 커진 점도 바이든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폭발의 배후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중동에서 반(反)이스라엘은 물론 반미 정서가 고조 중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두 국가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UN Geneva/Flickr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두 국가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UN Geneva/Flickr

 

이로 인해 중재자로 나서 하마스 제거를 위한 주변국 동의를 얻고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자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태 봉합 계획도 어그러졌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균형자’ 대신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확고한 후원자’를 택했고 이러한 친이스라엘 행보는 중동 국가들의 더욱 큰 반발을 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실제 미국이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와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자 이란에 동조하는 이라크와 예멘 등 주변국의 시아파 무장세력들은 '저항의 축'을 자처하며 미국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인 압델 말렉 알 후티는 “가자 지구 문제에는 레드라인이 있다”며 “미국이 가자 지구 분쟁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후티는 또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에 속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틈을 타 중국은 중동 중재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미 올해 초 숙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해 외교관계를 복원시키며 ‘중동 해결사’ 역할에서 이미 성과를 낸 상황이다.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지배하려는 미국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던 러시아 역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가 어긋날 경우 부수적인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 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며 공조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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