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악성 민원에 칼 빼든다
[이슈메이커] 악성 민원에 칼 빼든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9.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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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요구로 일선 공무원 스트레스 커
직원 보호 적극 나서는 국세청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악성 민원에 칼 빼든다

 

최근 경기도 화성 동화성세무서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던 세무서 직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경을 헤맨 끝에 사망했다. 세무서에 따르면 당시 민원인은 부동산 관련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자 민원봉사실장에게 여러 번 고성을 질렀고 그 과정에서 직원이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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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기피 부서’ 낙인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으로 정상적인 공직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다. 국민주권 시대를 맞아 민원 처리 과정에서 대국민 서비스 기능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으나, 이를 악용한 막무가내 민원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을 징수하고, 이에 대한 각종 증빙자료 등을 국민 개개인이 필요로 할 때 발급해주는 등의 민원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국세청은 태생적으로 민원 응대가 힘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악성 민원으로 일선 공무원의 스트레스 사례는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민원 담당 세무공무원들이 시달리는 악성 민원의 유형은 서류 찢기부터 폭언, 욕설, 협박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일선 세무서 민원실을 포함해 악성 민원이 빈번하다고 알려진 부서들은 국세청 직원들에게 ‘기피 부서’로 낙인찍혀 있다. 어쩌면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장 사망 사건은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국세청 악성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3년간 국세청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전국 세무서 악성 민원은 70건으로 집계됐다. 한 해 평균 약 23건의 악성 민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연도 별로 살펴보면 2020년 18건, 2021년 15건이었던 악성 민원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며 대면 민원이 활성화된 지난해 37건으로 급증했다. 여기서 집계된 악성 민원은 정당한 처분에 승복하지 않고, 자기 의사 관철을 위해 반복 주장하거나 불법적 행동을 하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더욱이 직원들이 직접 전산에 입력한 사례만 집계한 현황이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악성 민원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도의 차이일 뿐 악성 민원은 비단 국세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중 민원 발생이 가장 많았던 상위 3개 기관은 경찰청(136만 8,713건)과 국토교통부(69만 6,889건), 고용노동부(12만 5,661건)다. 분야별로는 경찰 분야가 49.2%로 가장 많았고, 교통(10.8%)과 도로(7.4%), 행정안전(6.3%), 환경(4.3%), 주택건축(3.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직생활 실태조사 데이터를 살펴봐도 악성 민원 대응으로 인해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는다는 반응이 3.58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고충이 커지자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국세청
​김창기 국세청장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고충이 커지자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국세청

 

종합대책 마련한 국세청

이에 국세청은 악성 민원 차단을 위해 주요 세무서 민원봉사실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전담 경비인력을 배치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원봉사실 전 직원에게 녹음기를 지급하고 민원인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녹음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는 배너 및 스티커를 비치해 예방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직원과 신원이 확인된 외부인만 출입 가능한 스피드게이트(스크린도어)도 설치 가능한 전국 세무서로 확대할 방침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직원과 민원인을 보호하기 위해 외주 경비인력을 민원인 방문이 많은 수도권 내 6개 관서에 우선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방호 인력에게 방검조끼와 호신용 스프레이 외에 삼단봉을 추가 지급해 비상 상황에 대처하도록 했다.

 

국세청은 법률적·경제적 지원 등 직원 보호를 위한 사후 조치도 강화할 예정이다. 폭행·상해 등의 범죄행위는 기관 차원의 법적조치를 원칙으로 삼아 엄정히 대응하고, 세무서에서 주로 발생하는 악성 민원 처벌사례를 수집 및 분석해 법적 대응을 위한 판단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피해직원이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 내부 법률지원 및 외부 법률상담, 변호사 비용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민원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률지원이 결정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직원이 업무 수행 중 폭행 등으로 치료받는 경우 본인 부담액 제한 없이 지급하도록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피해 위로금도 상향할 예정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번에 마련된 종합대책 중 즉시 시행이 가능한 사항들은 바로 조치하고 예산 등의 이유로 전면 시행이 어려운 사항들은 일부 관서에서 우선 도입 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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