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지핀 개헌론, 국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다
다시 불 지핀 개헌론, 국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다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8.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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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다시 불 지핀 개헌론, 국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다


권력구조에 대한 정략적 계산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논의되야

 

 

 

 

 

20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로 당선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 연설에서 개헌을 20대 국회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고,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2017년 4월에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권력 구조를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로 바꾸자는 것이 주요 골자로 해석되고 있다. 



20대 국회를 둘러싼 끊임없는 개헌 논의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헌 발언을 시작으로 국회의 개헌 논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제7공화국’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가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헌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250명(83.3%)이 “그렇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은 77%, 더불어민주당은 86%, 국민의당은 92%가 개헌에 동의했다. 이처럼 압도적인 개헌 찬성은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을 기본으로 하는 현 권력구조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여야나 진보·보수진영, 청와대, 국민 모두 개헌에 대한 생각이나 깊이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인식은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지금의 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점이다. 현 체제에서는 정부의 핵심정책이 5년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뒤바뀌는 상황이다 보니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틈이 없다.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지만 실제 임기는 2~3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첫해는 새 정부 출범에 힘써야 하고 4년차 이후부터는 레임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진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혼자 모든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3김 시대나 박근혜 대통령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인도 없는 상황에서 다양해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내각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의 개헌 논의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흐를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행복 대신 권력장악이나 방어에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며 “경제가 살아났을 때 국민들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해서 공감대를 모아서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는 상황인데 지금의 개헌 논의는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그들만의 개헌’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 중임제 VS 내각제


정치권에서 개헌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과 국회의원, 재계에서는 대체로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헌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정치인들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회 다수당이 행정부까지 책임지는 의원내각제나 권력분점이 가능한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의회권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개헌의 과실’을 독차지하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의 국회의원 설문에 따르면 개헌 찬성론자(250명) 가운데 46.8%(117명)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택한 의원은 61명(24.4%), 의원내각제가 적합하다고 답한 의원은 35명(14.0%)이었다. 이와 함께 리얼미터의  ‘권력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1.0%가 4년 중임제를 바람직한 권력구조로 지목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꼽은 비율은 각각 19.8%, 12.8%였다.

 
또한 국내 경제 전문가들 또한 중임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비대한 국회 권력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을 통해 강화되면 지속적인 정국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문화의 풍토상 내각제로 바뀌면 포퓰리즘이 판칠 것”이라며 “여소야대 국면으로 바뀌자마자 ‘기업 두들겨 패기’ 식 입법이 쏟아지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물질적 토대는 안정적인 경제라며 “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거시경제를 아우르는 전문성이나 책임감이 결여된 의회 실정을 감안하면 대통령 책임제를 유지하되 중임제로 바꾸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권력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의 경우 지역에 따른 정치적 분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경제가 이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가 존재했기 때문임을 감안하면 의회권력 강화보다는 대통령 중임제 쪽으로 논의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은 물론 현역 국회의원 조사에서도 중임제 선호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정작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 의회권력 강화를 위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장기적으로 내각제가 좋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으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권력구조를 바꿔 협치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대표나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우 현행 제도하에서 대권을 거머쥐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내각제·이원집정부제 등을 통해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밖에 여권의 친박계와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 등은 권력분점이 가능한 이원집정부제를 바람직한 개헌의 형태라고 보고 여론의 불을 지피는 중이다. 

 
국회의원들이 원하는 내각제적 요소가 크게 반영되는 쪽으로 개헌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은 없을까. 한국의 정치 토양이 내각제적 요소를 충분히 소화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내각제하에서는 과반 의석의 다수당이 나오지 않을 경우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연립해 연립정부(연정)를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 간의 토론과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역과 이념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우던 정당들이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순탄히 연립정권을 구성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연정을 구성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국정운영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을 어떻게 할지가 걱정이다. 예를 들어 A당이 B부처 장관을, C당이 D부처 장관을 맡았을 때 B부처와 D부처의 업무 및 예산 조정이 잘 되겠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분권화로 가게 되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한국에는 정책에 의한 정당이 없다. 정당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한 것을 감안할 때 내각제로 가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분권화가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주체에게는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다당제와 분권화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힘’을 가진 집권세력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경제 주체에게는 훨씬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경제학자는 분권화된 시스템보다는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의 합의 문화가 구축돼 있지 않고 경제정책도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다당제 정치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정치적으로 성숙했느냐도 문제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내각제하에서는 군소정당도 연정을 통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따라서 다양한 이념·정책적 지향점을 지닌 정당이 출현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 양당제나 지역당에 익숙한 한국 유권자들은 군소정당의 정부 참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치권 내 확산되는 개헌론, 국민은 ‘글쎄’


정치권 내에서 개헌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국민의 시각은 다르다. 국회의원 대다수는 개헌을 바라지만 국민 여론은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개헌 관련 여론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46%가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에 관해 관심 없다’고 답했다. ‘관심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3%에 그쳤다. 국회의원의 80%가 개헌에 찬성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처럼 국민여론이 개헌에 회의적인 것은 개헌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에 쏠리다 보니 국민 대다수가 아직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법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에 논의가 국한될 수 있어 정치권이 개헌 논의를 이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헌의 필요성과 개헌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현 개헌론을 정치인들의 ‘권력 나눠 먹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권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치권과 국민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개헌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괴리는 ‘정치 불신’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정치의 주 무대인 국회에 대한 불신은 ‘식물국회’ ‘무생물국회’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현 권력구조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회에 권력이 집중되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헌을 진행한다 해도 국민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개헌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정치 문화의 성숙도를 높이지 않으면 개헌은 결국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개헌을 뒷받침할 탄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개헌 문제는 오늘의 한국을 넘어미래의 통일된 한국까지도 내다보면서 전 인류에 모범이 될 헌법을 쓰겠다는 자세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권력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개헌에 대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국회의 노력이 펼쳐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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