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일등 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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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8.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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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방산비리 일등 국가, 한국

국방력과 방위산업의 정직한 성장이 국가에 충성하는 길

 

 


한국 방산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4년 11월부터 국내 방위산업 비리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군용 침낭 보급 사업, 철갑탄 방탄복 교체과정, 해군 해상작전헬기 도입과정,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 등에서 방산비리가 적발됐다. 방산비리로 인해 한국 국방력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이 쇠퇴한 이유에도 방산비리가 존재한다.

 

 

수면 위로 떠오른 방산비리


제20대 국회는 첫 출발과 함께 방산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방산과 군납 비리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을 제정하기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6월 3일 “방산 비리와 관련된 재산상 이익에 대해서는 가혹하다고 할 만큼 추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손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산 비리와 군용물 납품비리에 대해 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이적죄에 준하는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법안을 원구성 직후 더민주 정책위의 ‘1호 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방산비리를 이적죄로 처벌할 경우 최고 사형 선고까지 내려질 수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갑균 의원은 지난 6월 30일 마지막 업무보고에 참석해 방산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대법원 업무보고에서 “1993년 ‘율곡사업’부터 ‘린다 김’, 최근 각종 군사기밀 유출까지 주요 방산비리 사건 대부분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며 “심급이 올라가면서 법원의 온정주의가 개입되었다”며 법원의 가벼운 처벌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방산비리 범죄자들이 재범을 저지르고, 죄의식도 희박한 지경까지 이르렀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매국·이적행위로 규정했지만 법원의 약한 처벌로 인해 방산비리가 척결됐다고 믿는 국민은 단 한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방산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에는 그간 국내에서 저질러진 비리의 규모가 터무니없이 많은 탓이다. 지난 2003년 국방부는 2012년까지 기존 침상형 내무반을 1인 침대형으로 100%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국방부는 총 6조 8,000억 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예산을 다 사용하고도 사업은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2조 6,00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요구했다. 문제는 시중에 판매하는 싱글 사이즈 침대를 일반 사병 45만 명에게 구입을 해줘도 총액은 겨우 2,565억 원이 든다는 데 있다. 군용 침낭을 신형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업체들이 군 고위 간부들과 로비전을 벌인 사실이 발각됐다. 올해 발각된 이 사업은 계획 자체가 무산되면서 현 장병들은 30년 전에 개발된 구형 침낭을 여젆기 사용 중이다. 장병이 먹는 음식에도 방산비리는 존재한다. 지난 2011년 사병들은 군납비리로 썩은 빵을 먹어야했다. 방위사업청과 군 간부가 군납용 건빵과 햄버거 식빵에 단가를 부풀려 수억의 부당이득을 챙긴 업체들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뇌물을 받은 결과다. 이들은 부패한 햄버거식빵 납품을 묵인하고 불시 위생점검 단속 정보를 업체에게 미리 알려주기까지 했다. 물론, 국방을 지키는 무기에도 방산비리는 존재한다. 2011년 대공포가 두 동강났다. 국내 무자격 업체가 만든 오리콘 대공포였다. 이 무기는 48억 8,000만원 상당이 국방부에 납품됐다. 그 일부는 훈련 준 두 동강나 과연 무기로서 제 역할을 할지 궁금증을 남겼다. 전쟁 중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방탄복도 비리로 인해 뚫리고 말았다. 국방부가 철갑탄을 막을 수 있도록 28억 원을 들여 개발한 액화방탄복을 내버려두고 로비를 하는 특정 업체의 일반 방탄복을 구입한 탓이다. 실험결과 해당 방탄복은 북한의 총탄을 막을 수 없었다. 불법 비리로 인해 3만 5,000벌의 불법 방탄복이 현재 장병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공군 조종사의 안전을 위해 대공미사을 회피 방어 장비인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도 문제가 있다. 국방부가 북한의 지대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1,101억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했지만, 현재 조사결과 진행된 사항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이긴 한국의 비리스캔들


지난 3월 미국 해군에서 역사상 최대 부패스캔들이 터졌다. 해군 대령 대니얼 듀섹은 한 회사의 청탁을 받고 군함들을 말레이시아에 있는 여러 항구로 보내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항구에 정박한 군함들은 연료와 음식 등을 이 회사에서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였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 벌어준 돈은 3천 480만 달러였다. 한국 돈으로는 410억 원에 달한다. 듀섹 대령은 그 대가로 뇌물과 향음, 성 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자국 국민에 큰 충격을 주었고, 미 검찰은 미군 해군 역사상 최대 부패 사건이라고 밝혔다. 듀섹 대령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 10개월과 벌금 7만 달러(약 8천190만원), 배상금 3만 달러(3천510만원)를 선고받았다. 이 사실에는 한국에도 충격을 주었다. 대중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보다 비리에 사용된 돈이 적다는 데 더 놀라워했다. 최근 한국 해군에서 발생한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자금은 5,890억 원이다. 비리 규모로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14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4년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국방예산 지출규모는 612조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1/17 수준인 36조이다. 방산비리 규모는 정반대다. 전문가들은 매년 한국 국방비의 5%가량이 방산비리로 새나간다고 말한다. 문제는 한국에서 방산비리는 군 수뇌부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서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군 사례처럼 지휘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은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려 든다. 적발이 되더라도 그 처벌은 솜방망이다. 현재 군형법에는 뇌물 수수 관련 조항이 없다. 방산 비리에 연루된 현역 군인은 통상 군형법 제80조가 적용될 뿐이다. 이 군형법이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고작이다. 수억 원대의 뇌물을 수수하고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한 방산비리에 대한 처벌로는 가벼워 보일 수밖에 없다. 제20대 국회에서 방산비리에 대한 처벌에 대해 ‘이적죄’까지 논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국 방위산업 하락세가 방산비리 탓일까?


검찰은 2014년 하반기부터 방산비리를 정확히 조사하고 타개하고자 비리 수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방산비리의 조사 때문에 한국 방위산업이 위축됐다는 의견도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 방산업계의 지난해 수출은 34억 9,000만달러로 전년(36억 1,200만달러)보다 3.4% 감소했다. 2015년 세계 무기 거래 규모가 6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부국들이 국방 강화를 위해 무기 수입을 크게 늘려 글로벌 시장이 호황인 이 때 한국 방위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국 방산 수출은 2011년 이후 상승곡선을 이어왔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산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1.6%였다.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본격화된 2014년 하반기부터 수출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정권마다 바뀌는 방산정책과 과도한 원가 규제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마당에 방산비리 수사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평판이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국내 방산업계 전망이 어두워지자 대기업은 손을 떼는 분위기다. 삼성이 2015년 7월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한화탈레스)를, 두산은 지난 5월 두산DST(한화디펜스)를 한화에 매각했다. 하지만 과연 방산수출 감소가 방산비리 수사에만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작년에 방산수출이 감소세로 꺾인 것은 방산비리 수사 영향도 있지만, 핵심 기술 부족이 더 근본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KAI가 추진 중인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우즈베키스탄 수출이 무산 위기에 놓인 게 대표적 사례다. KAI는 지난해 5월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T-50 12기(4억달러 규모) 수출 협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엔진 등 T-50 핵심 기술을 제공한 미국이 작년 하반기에 우즈베키스탄 수출에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KAI가 개발한 T-50의 엔진 등 핵심 기술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공했다. 이 기술은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EL·export license) 대상으로 다른 국가에 수출하려면 미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산비리에 대한 내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군 수뇌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방위산업 수출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 무기수입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방위산업은 앞으로 한국의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 방산비리 조사를 방위산업 발전에 저해하는 요소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방위산업이 위축될 정도로 비리를 저지른 자들의 문제라고 말하는 게 올바르다. 한국의 국방력과 방위산업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리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술 개발과 연구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 국방에 소요되는 자금은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다. 군 수뇌부와 관계자들, 무기 중개업자들은 무엇이 국가에 충성하는 행동이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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