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초거대 커뮤니티의 ‘정전’ 사태
[이슈메이커] 초거대 커뮤니티의 ‘정전’ 사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8.1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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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유료화’에 사용자 강한 반발
플랫폼의 주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 수면 위로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초거대 커뮤니티의 ‘정전’ 사태

 

2005년 만들어진 세계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꼽히는 ‘레딧(reddit)’은 ‘인터넷의 1면(the frontpage of the internet)’을 지향한다. 광활한 온라인 세상에서 가장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모아 보여준다는 의미다. 실제 레딧에서는 뉴스와 속보, 각종 이슈와 유머, 생활 정보, 고민 상담까지 온갖 정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Pixabay
ⓒPixabay

 

하위 게시판 8,000개 ‘비공개 전환’

레딧은 방문자 수 기준 세계 30위 안에 드는 거대 사이트이자 기업가치 평가액이 10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이다. 월간 방문자는 4억 3,000만 명에 이르고,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는 주제별 게시판이 1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누적 게시물은 130억 개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서브레딧(sub-reddit)’이라는 주제별 게시판이 모여있는 구조인데, 누구나 마음대로 이를 만들 수 있다. 사용자 중 자원한 사람이 관리자가 되고, 서브레딧의 규칙을 직접 만들어 문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사용자를 제재하는 권한을 갖는다. 각 게시물과 댓글은 사용자들의 ‘올려’(upvote) 및 ‘내려’(downvote) 투표에 의해 상위 노출이 결정된다. 탈중앙화된 수많은 자치 커뮤니티로 구성된 초거대 정보성 소셜 사이트인 셈이다.

 

이처럼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레딧은 지난 6월 사이트가 사실상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레딧의 수익화 정책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이주 초부터 게시판 8,000개 이상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레딧은 최근 다른 기업들이 레딧의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서비스(API) 비용을 올리기로 했다. 레딧에는 2005년부터 쌓인 이용자 게시물을 두고, 챗GPT와 같이 인간의 언어와 이미지를 학습하는 인공지능(AI)은 이 데이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애초 레딧은 오픈AI·구글·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해 돈을 벌 계획이었다. 문제는 데이터 접근 비용을 올리자, 기존에 레딧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앱들이 서비스 포기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서비스가 축소되면서 이용자들은 유료화 정책을 개선하라고 주장하며 집단 시위에 나섰다. 운영자들은 그들이 관리하는 게시판의 글을 못 보게 하거나 글을 쓸 수 없게 만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스티브 허프만 레딧 CEO는 유료화 정책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에 대해 기업의 생존과 수익을 위해선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전했다. ⓒ레딧(reddit)
스티브 허프만 레딧 CEO는 유료화 정책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에 대해 기업의 생존과 수익을 위해선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전했다. ⓒ레딧(reddit)

 

레딧, “생존과 수익을 위한 결단”

스티브 허프만 레딧 최고경영자(CEO)는 “레딧은 서버 비용이 많이 들고, 광고 매출 외 수익이 없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며 “정치인은 투표로 선출되지만, CEO는 주주에 의해 해고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생존과 수익을 위해선 필요한 결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레딧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이나 사진, 정보 등 콘텐츠를 회사가 상업화해서 AI 학습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그래서 이미 미국에서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레딧 운영진은 일부 서브레딧 관리자의 권한을 회수해 시위에 참가해 비활성화된 서브레딧을 다시 강제로 여는 등의 조치를 했다. 시위에 참여한 많은 서브레딧은 다시 정상화 된 상태지만, 이용자와 레딧 운영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스티브 허프만 레딧 CEO는 유료화 정책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에 대해 기업의 생존과 수익을 위해선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전했다. ⓒ레딧(reddit)
스티브 허프만 레딧 CEO는 유료화 정책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에 대해 기업의 생존과 수익을 위해선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전했다. ⓒ레딧(reddit)

 

이번 사태는 인터넷 환경에서 사업자와 소비자 간 이어진 오래된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 셈이 됐다. 커뮤니티 플랫폼의 가치가 사용자들이 생성한 콘텐츠와 그 콘텐츠의 이용으로 생성되는 만큼, 이 가치의 획득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온 주제다. 특히 레딧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극단적인 API 정책 변화가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순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제3자 앱으로 분산된 사용자를 레딧 자체 앱으로 이동시켜 기업가치의 급격한 향상을 이뤄내려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강경한 API 정책으로 인해 레딧 생태계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손상된 만큼, 과거 과도한 이윤 추구로 인한 비난과 반발로 몰락한 서비스 사례에 빗대 이번 사태가 어떤 형태로 종결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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