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黨 정치Ⅱ] 양당 체제의 종식
[三黨 정치Ⅱ] 양당 체제의 종식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6.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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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20년 만에 부활한 3당 체제

삼국지 시대 펼쳐진 제20대 국회, 패권자 자리 노리는 눈치싸움 시작


 

 

 


지난 2016년 4월 13일, 총선이 종료된 후 제20대 국회가 구성됐다. 이번 국회는 새누리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여소야대(與小野大)체제로 이뤄졌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 선전하면서 여당과 야당, 두 개의 당으로 구성돼왔던 국회가 3당 체제로 변화했다. 무려 20년 만에 3당 정치가 다시 시작된 셈이다.



3당 체제에서 힘 잃은 여당


제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쳐 과반확보에 실패했다. 중앙선거위원회에 의하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새누리당이 122석,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 당선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1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동안 강세를 보여 온 영남권에서도 총 65곳 가운데 1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렸다. 한 때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목표로 삼았던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인 145석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며 국회 주도권을 상실하게 됐다. 또한, 경제 활성화 및 노동개혁 입법 등 향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14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640일 만에 총선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새누리당은 원유철 전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기존 최고위원회는 해체됐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선거 후 개최한 새누리당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 국민들은 민생 현장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데, 위로는 못할망정 공천 과정에서 추태를 보이며 실망을 드렸다. 그래서 참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 전 원내대표는 이어“진정성 있는 반성은 사죄하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정과 민생을 챙겨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새누리당이 참패해 2당으로 전락했지만 대통령과 함께하는 집권당으로서 책임과 소임을 다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헌신하겠다는 우리 당의 분골쇄신을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워크숍에서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워크숍 비공개 회의에서 총선 참패 원인을 정리하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주문했다고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해 원인을 공천 파동과 관련해 ‘국민을 무시한 공천, 국민의 기대치와 괴리된 공천, 당의 스펙트럼을 좁히는 공천’이 돼 결과적으로 수도권 참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는 야당의 슬로건이 민생불안 심리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먹혀들어, 국민과 야당심판을 담은 ‘뛰어라 국회야’라는 여당의 슬로건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 홍보에 대해서는 ‘홍보 참사’라 규정하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컨셉을 차용했다고 밝혔다. 여론 조사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조사가 엉터리 수준임에도 그 수치에 도취돼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홍보 전략보단 그동안 여당과 청와대에서 시행한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참패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3당 체제에서 새누리당의 입지는 좁아졌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다가오면서 제1당에서 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됐다. 국민의 신용을 잃은 만큼, 새누리당은 원 전 원내대표의 말처럼 변화가 필요해졌다. 3당 체제에서 국민이 추구하는 변화를 만들지 않는 이상 여당은 두 야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어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기 싸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승리자다. 집권당인 새누리당보다 1석 많은 123석을 확보했다. 총선 후에도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을 앞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2030세대의 결집 이었다.여론 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3월 25일부터 선거일까지 실시한 예측조사를 심층 분석한 결과, 19·20대의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도는 ‘42.2%(3월 25일)·40.0%(3월 31일 ~ 4월 2일)·43.6%(4월 6일)·53.2%(4월 12일)·49.2%(4월 13일)’순으로, 3월 25일 대비 7.0%p 상승했다. 30대의 더민주 후보 지지도 역시 ‘43.0%(3월 25일)·45.4%(3월 31일 ~ 4월 2일)·54.1%(4월 6일)·51.8%(4월 12일)·51.9%(4월 13일)’순으로, 3월 25일 대비 8.9%p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는 선거 후 ‘국민들께 드리는 글’을 당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김 대표는 글을 통해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습니다.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문제는 경제’였다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투표로 심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것이 총알보다 강한 투표의 힘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높은 표를 가져가며 여소야대(與小野大)체제를 이룬 더불어민주당이지만 텃밭이었던 호남권을 국민의당에게 빼앗긴 것은 당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기록으로 남았다. 김 대표는 “당의 호남권 패배는 인과응보”라며 “호남의 민심을 받아 분골쇄신하겠다”라고 밝혔다.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차후 목표는 대선 승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당에서는 최적의 대선후보를 꼽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석 차이로 승리자가 됐다. 새누리당의 과반수이상 의석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3당 체제가 되면서 더불어민주당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특히 비례대표 선거결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동일하게 13석을 얻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이 최고를 선택할 수 없어 최악을 막기 위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당이 가야할 역할이 크다”라고 말했다. 3당 체제에서 몸집이 커진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3당 체제에서 새롭게 선출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역할이 커졌다.ⓒ새누리당

 

 

20대 국회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의당


제20대 국회를 3당 정치 체제로 바꾼 주인공은 바로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38석을 기록하며 3당 정치의 부활을 알렸다. 또한, 국민의당은 앞으로 정치 방향의 흐름을 쥐고 있는 열쇠가 되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4월 14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4·13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녹색바람을 만들어주셨고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셨다”며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로 국민 여러분께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강력한 리더십과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점이 꼽힌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단일화 요구를 줄기차게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거절하며 독자세력으로서의 심판을 요청했다. 또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였던 우유부단한 모습이 아닌 강력하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호남권 지역 위주로 당선자가 나온 점은 국민의당이 보여주는 한계다.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 지역에 갇힌 당이 되기보다는 진정한 국민을 위한 당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양당 체제가 깨지면서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의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새누리당도, 더민주도 단독 과반을 넘기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각종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됐다. 이미 ‘어버이연합’에 대항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에게 손을 내민 상태다.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도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유일한 탈출구는 협치와 혁신”이라며 “협치는 3당 체제를 만들어낸 국민의 지상 명령이다. 대통령이 지시해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국회 문턱을 넘을 수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앞으로 정치방향을 설정할 때 보수와 진보사이에서 국민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20년 만에 3당 정치 시대가 개막됐다. 3당 정치를 이루게 한 것은 투표를 한 국민의 의지였다. 맹목적으로 당을 보고 투표를 하던 사람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국민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거 공약이나 필요한 정책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영화 내부자에 나온 대사인 “민중들은 개,돼지입니다”라는 말은 이제 틀린 말이 됐다. 그만큼 앞으로 각 당의 행보가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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