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로 인간의 감정을 대체하는 서비스의 등장
재화로 인간의 감정을 대체하는 서비스의 등장
  • 서재창 기자
  • 승인 2016.05.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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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서재창 기자]

 

 

 

 

 

재화로 인간의 감정을 대체하는 서비스의 등장

경제 논리에 속박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다



현대인은 학교 및 직장 생활에서 직면하는 어려움 중 하나로 인간관계를 꼽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정이 오가며 형성되는 인간관계는 개인에 시간 및 물리적 소요를 발생시킴으로써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됐다. 감정 대행 서비스의 등장은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적절히 부합했으며, 사용자 수도 늘어가는 추세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전달이 배제된 이 서비스는 오늘날 현대 사회의 변화하는 동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활용 가치가 높아진 감정 대행 서비스

인간관계는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집단이 이루는 사회에서 질서의 안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사람들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간과 재화 그리고 감정을 소모해왔다. 그중 감정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는다. 관계 형성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감정은 형태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현대인이 경험하는 감정의 불편함을 대행하는 업체가 등장해 세간에 이목이 쏠렸다.
 
일명 ‘감정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대행이라는 의미가 지니고 있는 영역을 확장시켜 감정이라는 분야를 섭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대행업체는 기사, 가사도우미, 통역, 공항 픽업 등의 업무적인 분야에서 남을 대신해 권한이나 직무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주력해왔다. 감정 대행업체는 실제 인간관계에서 벌어지고 나타나는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서비스를 진행함으로써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로부터 고무적인 반응을 얻었다. 진행되고 있는 감정 대행 서비스에는 하지 못한 사과, 부모님께 행하는 효도, 이별 통보 등의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으로 대처하는 활동이 포함돼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한 감정 대행업체는 사과 대행 서비스, 이별 대행 서비스, 효도 대행 서비스의 3가지 영역으로 나눠 콘셉트와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해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서비스를 대행하는 사업자는 “감정 대행에 있어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하기 위해 연기력은 필수적인 조건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빈틈없는 서비스 설계를 기획했다. 한 예로, 사과 대행 서비스의 경우에는 대행해줄 사람의 연령과 성별을 의뢰인의 요구대로 설정할 수 있다. 사과의 유형은 대면 접촉과 전화라는 두 가지 방법에 따라 각각에 맞는 금액이 정해져 있어 선택이 요구된다. 감정 대행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들은 주로 일일 아르바이트생이다. 감정 대행 서비스직은 투자 시간 대비 수익이 높아 단기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감정 대행 서비스의 등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역할 대행 서비스를 선호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약한 자아를 소유했거나 자아는 약하지만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마음은 강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business funding america




감정의 단절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사람들은 감정을 대행하는 서비스의 등장으로 효과적인 감정 전달과 시간, 물질적 소요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감정 대행 서비스를 신청한 의뢰인은 단계별 절차를 통해 감정 대행을 제공받는다. 서비스를 제공받았던 이용자는 감정 대행 서비스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한 이용자는 “업무 중 고객과의 마찰로 인해 사과를 해야 했다. 이 일 때문에 대행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대행업체 관계자는 사과나 효도뿐 아니라 의뢰인의 요구에 부합하는 세부적 분야로 확장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사법처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누명까지 대신 써주는 등의 활동도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 상품들은 섬세한 인간적 감정의 영역인 사과와 감사, 사랑과 이별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으며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해졌음을 시사했다.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기존에 진행됐던 대행서비스의 고객이 업무, 범죄 등 특정 목적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일반 대중의 모든 생활 영역으로 확산됐다”라고 말했다.
 
감정 대행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사례는 하나 둘씩 지적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9월, 범인은 사기과정에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결혼식이 진행되기 전에 예물 등 8천만 원어치 금품을 가지고 도망쳤다. 결혼이 예정돼있던 신랑 측은 부모 대행 서비스로 나온 사람들을 데리고 상견례에 나갔다가 일을 당했다. 그들은 부산의 모 호텔 사장 내외인 것처럼 연기하면서 신 씨의 부모인 척 사람들을 속였다고 한다. 한편, 감정이 오갈 때 빚어지는 마찰을 감당하기 위한 감정 대행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편리함을 안겨준 대신 사람과 사람 간에 필요한 소통의 부재를 불러왔다. 핵가족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경제 발전으로 획득한 일상의 편리함은 차치하고서라도 개인화 된 삶 속에서 오늘날 현대인은 정서적인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다. 소통의 부재는 인간관계에서 감정의 단절에서 기인하며 나아가서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 자기중심적이 된 생각에서 비롯해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 및 범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감정의 단절은 소통의 단절로 이어져 문제를 발생시킨다. ⓒpexels




소통이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심리 전문가는 개인과 개인의 감정의 단절이 이뤄졌다면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현대인은 소통을 지속하기 위해서 간편한 SNS 활등을 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적절한 대처가 될 수는 없다, 감정이 오가는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서로의 진심이 충분히 확인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중국에서는 애인 대행으로 만나 결혼에 성공한 커플이 있어 화제가 됐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하는 평범한 남성으로서 애인 대행 서비스를 활용해 가족에게 소개할 생각으로 SNS에 글을 올렸다. 글을 접한 한 여성은 평범한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길 원했던 마음이 크게 움직여 남자를 만나게 됐다. 이 후 가족의 환대를 받은 두 남녀는 역할대행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만남을 이어갔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돼 결혼까지 이어지게 됐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뒤 진실한 관계가 되길 원했기 때문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노력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닐 수 있다. 현대인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그로 인해 소통은 점점 줄어갔고, 단절된 관계에까지 이르게 됐다. 현실은 가정에서부터 원만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소한 일도 오해가 쌓이게 되고 누적된 갈등은 파괴와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소통 전문가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행 서비스의 등장에 대해 사회학 교수는 “최근 부족해진 일자리로 인해 창업 회사들도 돈이 개입되지 않던 분야를 신종 서비스를 만드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라며 “인간의 정이 포함된 부분까지 사고팔다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진심이 오가는 감정이 단절된 사회에서 각 개인이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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