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인종·계층 갈등에 잊을만하면 ‘몸살’
[이슈메이커] 인종·계층 갈등에 잊을만하면 ‘몸살’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7.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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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사망’에 분노 시위 이어져
다시 시험대 오른 마크롱 대통령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인종·계층 갈등에 잊을만하면 ‘몸살’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성난 군중의 폭력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졌다. 다소 안정세로 접어들었으나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 속, 이번 시위는 연금개혁 시위로 흔들렸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에 또 다른 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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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차별이 부른 폭력시위

이번 시위의 발단은 알제리-모로코계 프랑스 시민인 17세 소년 나엘의 죽음이었다. 프랑스 사법 당국에 따르면 나엘은 지난 6월 27일 오전 버스전용 차로에서 난폭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단속됐다. 그는 차량 앞 유리창을 통해 권총을 겨눈 경찰관의 엔진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차량을 출발시키지 즉시 경찰관이 총기를 발포했고 나엘은 사망했다.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폭력시위가 발생해 방화, 약탈 사건 등으로 이어지며 약 1주일간 치안 불안이 고조됐다. 이 기간 발생한 시위로 인한 피해 규모는 2005년 이민자 폭동 때 3주간 나타난 피해를 훌쩍 넘어설 정도였다. 결국 나엘의 유족이 시위대에 “폭동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고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 강도는 잦아들었다.

 

이와 함께 사건의 전말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과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불량 비행 청소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방어행위였다는 주장과, 이에 맞서 프랑스 내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기인한 경찰의 과도한 방어행위가 17세 소년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반박도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촉발한 ‘분노’는 단순히 17세 소년의 죽음에서만 비롯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프랑스 사회의 뿌리 깊은 사회적·인종적 차별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수십 년째 이어진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폭력에 더해 주로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프랑스 주요 도시 변두리 지역의 소외가 인종차별과 낙후된 주거 및 교육 환경으로 이어지며, 이곳 젊은이들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악화된 상태다. 이러한 ‘소외감’이 나엘의 죽음으로 ‘분노’로 뒤바뀌며 폭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성난 군중의 폭력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졌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성난 군중의 폭력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졌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경찰개혁 쉽지 않은 마크롱 정권

나엘의 사망이 촉발한 경찰개혁에 대한 논쟁도 프랑스 사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미국과 영국은 과거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계기로 경찰 권력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마크롱 정권은 경찰의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을 막는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전까진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그가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발발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노란 조끼’ 시위 이후 경찰개혁을 추진하는 부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반(反)정부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해주고 있는데, 이런 경찰을 압박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은 경찰의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을 막는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Richard PICHET/Wikimedia Commons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은 경찰의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을 막는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Richard PICHET/Wikimedia Commons

 

더욱이 올해 초부터는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까지 추진하며 여론과 반대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경찰과의 갈등까지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경찰 노조 역시 강경 성향으로 유명한 집단이라 경찰개혁에 순순히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 노조는 나엘의 죽음에 반발한 폭력시위가 한창이던 6월 30일 성명을 통해 현 시위를 “폭력적인 소수자들의 독재”라고 칭했다.

 

프랑스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경찰 공권력에 대한 개선뿐만 아니라 낙후된 지역 거주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해법을 제시해 나가야 반복되는 폭력 사태를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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