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휴먼 혁명’ 시대에 대한 찬반 논쟁
[이슈메이커] ‘휴먼 혁명’ 시대에 대한 찬반 논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7.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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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럴링크, 뇌에 칩 이식 임상 돌입
일론 머스크 “내 뇌에도 칩 삽입할 것”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휴먼 혁명’ 시대에 대한 찬반 논쟁

 

미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는 최근 “최초의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린다”며 “FDA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이뤄낸 믿을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다. FDA도 “환자의 뇌 이식 임상시험을 위해 수술 로봇을 사용하도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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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뇌 이식 임상에 수술 로봇 사용 승인

인간의 몸에 컴퓨터 칩을 심는 기술을 ‘칩 임플란트’라고 부른다. 뇌는 워낙 복잡해 관련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손이나 발 등에 각종 칩을 이식해 실생활에 활용한 지는 이미 20년이 넘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억 달러였던 의료용 마이크로칩 시장 규모는 오는 2035년이면 3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재 1억 달러를 들여 2016년 설립한 기업이다.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면서 “사람 뇌와 컴퓨터의 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러면서 사람의 두개골 속 뇌 표면에 전자식 칩을 심어 직접 뇌의 전기 신호를 읽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아왔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폴리머 소재 전극과 초소형 칩(N1)으로 구성된 인터페이스 장치를 공개했다. 이듬해에는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경과를 실시간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시술을 한 돼지와 시술 후 칩을 제거한 돼지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는데 양쪽 다 생활에 지장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후로도 뉴럴링크의 동물 대상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머스크는 2021년 뉴럴링크가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원숭이가 (뇌에 심은 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시각 신호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인 사실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FDA 승인은 이제껏 금기로만 여겨졌던 실험을 인체에 일부 적용하는 길이 열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의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은 전기 신호로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이때 칼륨과 나트륨, 이온 등의 화학 물질을 교환해 전기 신호를 생성한다. 뉴럴링크는 이런 전기 신호를 통해 뇌의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뇌 임플란트’라고 뉴럴링크는 부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사재 1억 달러를 들여 지난 2016년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ApolitikNow/Flickr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사재 1억 달러를 들여 지난 2016년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ApolitikNow/Flickr

 

인류 수명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까?

머스크와 뉴럴링크가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뇌와 척추, 안구 등의 각종 질환, 질병을 쉽고 빠르게 치료함으로써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선천적 시각 장애로 인해 태어나서 한 번도 시력이 없던 이라도 시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억력 감퇴나 청력 손상, 우울증, 불면증 등도 치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람이 뇌와 결합한 컴퓨터를 통해 생각만으로 인체 곳곳을 제어하는 게 가능해져 각종 불치병이나 난치성 질환·질병 극복의 길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나 심지어 알츠하이머(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나 자폐증과 같은 정신 질환까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머스크와 뉴럴링크는 최종적으로는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에도 도전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의 기술에 대해 “인터넷에 사람 뇌를 업로드하고 다시 다운로드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예로 들었다. 언젠가는 사람의 뇌를 옵티머스에 다운로드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얘기였다. 이어 머스크는 “우리가 인체를 통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기억과 자아가 존재하는 한은 (로봇 등을) 우리라고 판단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 유명해진 인물답게 머스크는 “기술이 완성되면 나의 뇌에도 칩을 삽입할 것”이라고도 호언장담한 바 있다.

 

 

뉴럴링크는 사람의 두개골 속 뇌 표면에 전자식 칩을 심어 직접 뇌의 전기 신호를 읽는 ‘BCI 기술’을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뉴럴링크
뉴럴링크는 사람의 두개골 속 뇌 표면에 전자식 칩을 심어 직접 뇌의 전기 신호를 읽는 ‘BCI 기술’을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뉴럴링크

 

윤리적·안전 문제로 비판도 쏟아져

이처럼 칩 임플란트 기술을 활용하면 종국에는 ‘트랜스 휴먼’이 탄생할 수 있다. 트랜스 휴먼은 몸 안에 칩과 같은 기계장치를 삽입해 타고난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인류 발전 과정의 하나라는 주장과 함께, 인위적으로 인간을 조작한다는 거부감도 상당하다.

 

그래서 머스크의 구상을 놓고 여론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지자들은 “인류의 위대한 진일보를 가져올 것”이라며 뉴럴링크를 열렬히 응원 중이지만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애나 웩슬러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외신을 통해 “윤리적인 관점에서 뉴럴링크에 대한 과장된 주장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심각한 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전했다. 정치 사상가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사람의 마음, 기억, 정신세계, 영혼을 함부로 조작하면 인류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 적 있다. 미겔 니코렐리스 듀크대 교수도 “사람의 기억·감정을 컴퓨터로 옮기는 건 실현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일축했다. 뇌는 전기 신호로만 정보를 교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뇌 임플란트로 전극을 아무리 많이 심어도 기술적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뉴런은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서로 떨어진 뉴런 간의 시냅스(접합부)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로 신호를 교환해 전기 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뇌 임플란트’를 두고 인위적으로 인간을 조작한다는 거부감과 동물 학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Pixabay
‘뇌 임플란트’를 두고 인위적으로 인간을 조작한다는 거부감과 동물 학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Pixabay

 

칩 이식 기술 개발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뉴럴링크의 경우 뇌에 칩을 심는 실험을 하면서 2018년 이후 원숭이, 양, 돼지 등 동물을 1,500마리가 희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대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기 위해 동물 대상 실험을 서두르다가 실패해 많은 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온 것이다. 이에 미국 농무부 감찰관실은 지난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안전성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에도 FDA에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바 있다. 당시 FDA는 뉴럴링크의 장치에 폭발 위험성이 있는 리튬 배터리가 들어가는 점과 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장치를 추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한편 뇌가 아닌 다른 부위의 피부 밑에 칩을 이식해 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은 20년 전부터 조금씩 발달해왔다. 머리에 칩이나 전극을 심는 기술 역시 이미 개발에 성공해 실제 치료에 적용하는 기업들이 있다. 미국의 메드트로닉, 보스턴사이언티픽 등은 환자의 뇌 깊숙한 곳에 전극을 심고 가슴 부위에 이식한 칩을 연결해 각종 뇌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을 상용화했다. 언어 장애나 사지 마비를 앓는 사람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칩 이식 기술도 개발되고 있고, 유럽에서는 2020년 네덜란드국립신경과학연구소가 원숭이의 뇌에 칩을 이식해 시력을 회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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