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정치와 문화 분리해 바라보며 교류 활발해져
[이슈메이커] 정치와 문화 분리해 바라보며 교류 활발해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7.05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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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다양성으로 틈새시장 공략하는 문화 콘텐츠
‘엔저 현상’ 속 여행 수요도 폭발적 증가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정치와 문화 분리해 바라보며 교류 활발해져

 

‘역사는 역사, 문화는 문화’로 분별해 바라보는 세대의 등장으로 한일 문화 교류의 새 장이 열리고 있다. 불과 4년 전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전개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이 한국인이고, ‘노재팬’으로 외면 받던 일본산 맥주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영화는 관람객을 모으며 다양한 형태의 팬덤 문화도 형성하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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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장기간 박스오피스 상위권 차지

그동안 ‘소수 문화’로 여겨지던 일본 콘텐츠는 올해 국내에서 대중적인 사랑받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한정되던 범위가 예능과 음악까지 한층 넓어졌다. 극장가는 올해 초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N차 관람’ 열풍 속 깜짝 흥행을 거두며 주목받았다. 두 영화가 ‘쌍끌이’ 흥행하면서 일본 영화가 장기간 박스오피스 상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 놀라운 건 실사영화의 약진이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10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100만 관객을 돌파해 일본 실사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나이트 댄서’를 통해 제이팝(J-POP) 최초로 멜론 일간 차트 톱100에 진입한 일본 가수 이마세(imase)를 향한 국내 음악 팬들의 관심도 범상치 않다. 지난 4월 내한 쇼케이스를 개최한 데 이어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도 입점하는 등 국내 아이돌과 유사한 흐름으로 팬덤을 키워가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이 2017년 발표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가 국내에서 역주행하는가 하면, 요네즈 겐시, 후지이 가제 등도 숏폼 영상을 기반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제가를 부른 밴드 텐피트는 지난 4월 내한 행사를 연 데 이어, 오는 7월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과거에도 일본 음악이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인기 애니메이션의 OST로 한정됐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극장가는 올해 초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N차 관람’ 열풍 속 깜짝 흥행을 거두며 주목받았다. ⓒ(주)미디어캐슬
극장가는 올해 초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N차 관람’ 열풍 속 깜짝 흥행을 거두며 주목받았다. ⓒ(주)미디어캐슬

 

‘노 재팬’ 시들, ‘예스 재팬’

유통가에서는 일본맥주 수입·판매량 회복이 두드러진다. 올해 일본맥주 수입량은 수입량은 1월 2553t과 2월 2149t, 3월 3719t, 4월 386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으며 이미 2021년 연간 수입량을 추월했다. 편의점에서도 일본맥주 할인 행사를 재개했다. 일본 대표 맥주인 아사히는 ‘일본여행 잇템’으로 불리던 생맥주캔 신제품을 내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일본 캐릭터 컬래버 상품의 인기도 여전하다. 메가 히트 상품으로 등극한 ‘포켓몬빵’ 인기에 ‘산리오캐릭터즈 빵’, ‘짱구 시리즈’, ‘도라에몽동글단팥만쥬’ 등 일본 캐릭터 컬래버 상품이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소비 시장 내 반일 감정 해소 기류는 일본계 패션 기업 실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FRL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47억 5,792만원으로 전년 대비 73.04% 증가했다. 매출 또한 8,035억 8,567만원으로 전년보다 30.89% 늘어났다. 유니클로는 한일 관계 경색 시기 불매운동 여파로 매장 60여 곳의 문을 닫기도 했으나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선 현재와 비교하면 이는 과거의 일이 됐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도 크게 증가했다.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5월에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 수가 약 190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한국인이 51만 명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만 보면 방일 한국인은 160만 700명으로 전체 국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1분기 1위로 올라섰다. 2위인 타이완보다 2배 이상 많다. 이 기간 한국인들이 소비한 금액은 1999억 엔으로 1인당 12만 4,913엔을 쓰고 온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여행 급증세는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을 다시 허용하면서다. 일본이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재개한 것은 약 2년7개월 만이다. 일본 여행 시 비자 없이 관광, 친족 방문, 견학, 시찰, 단기 상용(商用) 등의 목적으로 최대 90일간 일본에 머물 수 있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점도 일본 여행의 매력으로 꼽힌다. 대부분 국가가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사이, 일본은행은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해 엔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쇼핑만을 위해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단순히 쇼핑을 하기 위해 한국과 가까운 후쿠오카 등을 1박2일이나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박스오피스 상위권 차지뿐만 아니라 굿즈 열풍과 2차 콘텐츠 재생산이 활발히 전개되기도 했다. 사진=손보승 기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박스오피스 상위권 차지뿐만 아니라 굿즈 열풍과 2차 콘텐츠 재생산이 활발히 전개되기도 했다. 사진=손보승 기자

 

일본의 한류 인기도 여전

반대로 일본의 Z세대 역시 음식과 뷰티, 언어 등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퍼진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일본 현지에서 일상 대화에서 한국어를 섞어 쓰는 문화가 유행하며 한국어를 사용해 ‘한국풍(風)’을 강조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한국 화장품과 음식의 인기와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이처럼 양국 젊은 세대의 등장은 과거 일부 계층만 상대 국가의 문화를 즐겼던 단계를 벗어나 서로 유연하게 향유하며 보완재로 여기는 형태를 보인다. 문화 교류가 2.0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문화와 역사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없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만 하더라도 일본 문화가 개방될 경우 우리 문화가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를 들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일관계 회복이 영향을 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본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데다 최근에는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며 한일 셔틀외교가 가동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음식 다큐멘터리 형식의 일본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 TV에 방송될 때면 반드시 본다”며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 중 한국인이 51만 명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Pixabay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 중 한국인이 51만 명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Pixabay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행보로 반중 정서가 높아진 정세 변화가 2030이 일본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아시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7명으로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비율(63.2%)을 훌쩍 넘어선다. 주은우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최근 너무 높아져 2030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본 문화 향유가 과해지면 국내 문화를 경시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외국어 간판이 도심을 점령하고 국내 역사 관광지 내에 일본 음식점과 카페가 주요 관광 요소가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박준형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양국 간의 활발한 문화 교류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다”며 “다만 적절한 공간인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들어선 외국 문화는 결국 고유한 지역적 특색을 사라지게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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