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걷어내는 이색 선거운동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걷어내는 이색 선거운동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5.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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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걷어내는 이색 선거운동  


 LED 어깨띠부터 랩까지, 선거운동 트렌드의 변화 


 

▲ ⓒ 정세균 공식 페이스북


대한민국의 ‘정치혐오증’이 점차 심화되면서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고 정치 혐오를 불식시키기 위한 후보들의 다양한 선거운동이 화제가 됐다. 단순히 트럭에 몸을 싣고 확성기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은 이제 옛말이 됐다. 



다양한 선거운동 방법으로 유권자들의 시선 집중  


지난 4월 13일에 열린 20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불만이 컸던 선거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유례가 없는 ‘깜깜이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선거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후보가 가까스로 확정됐고, 여야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도 늦어지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공약에 대해 알지 못하는 유권자가 대부분이고, 역대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선거전부터 팽배하게 나돌았다. 

 
과거의 선거기간만 하더라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껏 선거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유권자들의 정치혐오 탓에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과거 1980~90년대 '3김(金) 시대'로 불리던 시절만 하더라도 선거는 전국 축제나 다름없었다. 한 사람의 등장만으로도 수 백에서 수 천명이 몰려들었고, 지역은 크게 들썩였다. 마이크에서 울려퍼지던 후보들의 육성과 각종 공약들을 듣기 위해 유권자들은 생업을 마다하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2016년 현재의 선거기간 모습은 과거와 매우 대조적이다. 정치인들이 제아무리 발 벗고 뛰어도 민심은 외면하기 일쑤다. 여권의 공천파동과 야권의 분열상을 보면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극대화 됐기 때문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정책과 인물, 그리고 관심이 없는 이른바 ‘3무(無) 선거’였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정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후보들의 선거운동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2016년의 선거운동은 과거와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는데, 선거운동의 트렌드가 점차 변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요즘의 후보들은 대규모 청중들이 운집한 광장형 유세 대신 ‘3S 선거문화’를 선호하는 추세다. ‘3S’란 ‘Silent(조용한)’, ‘Smart’, ‘Special(특이한)’을 뜻한다. 후보들은 조용한 선거운동을 추구하는 대신 특이한 방식이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특히나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길거리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확성기를 켜고 연설을 하거나 운동원들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심해진 상황에서. 확성기 볼륨을 높였다가는 오히려 유권자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유세차량과 운동원을 동원해 크게 떠들면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급기야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조용하게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거나 명함을 건네는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최근 선거운동의 핵심은 바로 ‘스마트(smart)’에 있다. 스마트 기기의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선거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젊은 유권자들의 선호도와 직결되면서 후보들은 온라인 또는 스마트 선거운동을 필수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앞다투어 SNS 계정을 만들어 지역민들과의 소통에 열을 올렸다. 저마다 공약이나 선거운동 활동 모습을 SNS에 담아 올리기 바쁘기 때문에, 선거사무소마다 온라인, 혹은 SNS 전담 직원이 상주할 정도다. 선거 트렌드와 정치인의 모습이 과거의 대중을 몰고 다니는 모습에서 이제는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자로 변화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부산지역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자신의 선거 출정식을 온라인 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TV’로 생중계했다.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원들에게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공약이나 활동 사진 등을 홍보하도록 했다. 이러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은 후보 개인 뿐만 아니라 정당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새누리당은 선거운동기간 전 '새누리당', '기호1번' 등의 문구로 4행시를 지어 댓글을 단 사람에게 새누리당 야구점퍼를 증정하는 이벤트인 '드립치고 점퍼받자'를 진행했다. 해당 이벤트는 선거운동 시작 전에 마감했지만 재치있는 4행시는 선거운동기간 중에도 SNS를 통해 공유됐다. 

 
이처럼 농촌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후보들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선거운동은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이다. 과거의 경우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했지만 최근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과 같은 실시간 SNS로 옮겨가고 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후보는 ‘황소카’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송영길 선거캠프

 

개성 넘치는 이색선거운동의 각축장이 된 20대 총선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뚝 끊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후보들 색적인 선거운동이 크게 눈길을 끌었다. ‘3S' 선거문화 중 가장 유권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Special’한 이색선거운동들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후보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시큰둥한 표심을 잡기 위해 선거운동 방법에 매우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후보들은 인기 모바일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로 분장해 머리에는 인형탈을 쓰고 파란색 부리까지 쓰는가하면, 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모습을 선거 벽보에 담기도 했다. 늘 싸움만 하는 정치판에서 반성하는 심정으로 맨발로 뛰겠다며 하루종일 신발을 신지 않고 시장과 골목길을 누볐던 후보도 있었다. 특히 행사장 방문이나 거리인사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모습도 유권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야광이나 LED를 활용한 어깨띠와 팻말을 들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고 1인 운송수단인 ‘세그웨이’를 타고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후보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난히 튀는 유세 차량이 많이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후보는 자신의 별명을 활용한 ‘황소차’를 타고 유세를 다녔는데, 차량에 황소의 눈과 귀ㆍ뿔ㆍ꼬리를 달고 황소 울음소리까지 나와 가는 곳마다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한 새누리당의 정운천 후보는 책임 정치인이 되겠다며 조선 시대 죄인을 실어 나르던 ‘함거’를 끌고 나와 출정식을 했다. 대구 달서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조석원 후보는 리어카를 끌고 거리 유세에 나섰다. 단돈 500만 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은평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는 6호선 지하철 복선화 공약을 지키겠다며 굴삭기 위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역을 지나는 지하철 복선화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를 꼭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고 후보가 안전장치 없이 도로표지판 바로 아래 높이까지 들어올려진 채 유세를 하자 일부 시민들이 불안해하기도 했다.

 
영화 포스터 패러디도 등장했다. 광주 관산을에 출마했던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의 페이스북에서는 영화 '헝거게임'을 패러디한 '선거게임' 포스터를 볼 수 있다. 권 후보의 얼굴이 합성된 포스터와 함께 재치있는 제목 패러디가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권 후보는 이밖에도 영화 '끝까지 간다' 등의 포스터를 패러디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운동에는 랩까지 등장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재근 후보는 자신이 출마한 도봉갑 지역에서 랩 로고송을 활용해 거리 유세를 하며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인재근 후보의 국회 보좌진인 성하림 씨가 직접 창작한 랩 로고송은 특히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 랩은 “며칠 후면 선거라는데 누구를 찍어야지 이 동네가 살아날꼬?”라는 물음의 가사로 시작해 “그저 그런 만만한 후보가 아냐. 민주화를 위해서 평생을 달려왔단 말이야. 김근태의 바깥사람이란 별명을 지난 4년 동안 증명했잖아”라며 인재근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리듬의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쳐주는 주민들이 많았으며, 주로 2~30대의 젊은 층과 초?중?고등학생 등 청소년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재근 후보는 “요즘 유행하는 랩, 힙합 음악을 통해 지역 주민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인 만큼 유권자들이 즐거워야 한다”라며 “경쾌한 랩 음악을 통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조금이나마 걷힐 수 있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과거의 선거운동처럼 시끄러운 선거보다는 재미있고 특색 있는 선거운동을 해야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이렇게 이색적인 선거운동들은 유권자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지만, 뒤따르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에 관심이 떨어진 대중들은 자신의 공간에 정치인들의 접근하는 것 자체를 불쾌해하기도 한다. SNS에 정치인의 일상이 반복해서 올라와 그들과 접촉해야 하는 경우가 반(反)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NS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생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정치인들의 글과 사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도 한다. 한 50대 유권자는 “지인들과의 개인적인 소통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한 정치인이 자신의 소식을 반복적으로 게재하는 바람에 불쾌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구와 상관없는 후보자로부터 발송되는 문자메시지도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 불신으로 인한 사상 최악의 선거가 도래하면서 총선 주자들의 생존 전략이 치열하다"면서도 "선거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데다 각종 매체나 이색 아이템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시대의 트렌드에 발 맞춰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후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20대 총선,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씻어내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곧 이어지게 될 대선에서는 또 어떤 후보가 개성 있는 선거운동으로 눈길을 사로잡을지 지켜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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