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공장으로 대량생산 할 수 있다!
식물도 공장으로 대량생산 할 수 있다!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6.30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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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공장으로 대량생산 할 수 있다! 

권문혁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 / 식물합성생물학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권문혁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 / 식물합성생물학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식물 유래 천연물질 메커니즘 연구
상추에서 고무 연구를?

(자료출처=프리픽)
(자료출처=프리픽)

 

인공단백질, 바이오센서, 합성미생물학 등은 모두 합성생물학 관련 용어들이다. 합성생물학의 기본 개념은 세포합성, 유전자 합성 그리고 생물학적 요소들의 합성이며 여기에 부품화, 모듈화, 표준화의 공학적 개념이 더해져서 완성된다. 권문혁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해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를 갖출 수 있는 연구다. 그는 미생물 합성생물학뿐 아니라 특히 식물 합성생물학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 합성생물학
전화기 너머 들리는 권문혁 교수의 목소리가 정말 호탕하다. 일사천리로 이뤄진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경상국립대를 찾았다. 서울대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그는 캐나다 캘거리대학에서 박사후과정으로 재직했다. 권 교수가 박사과정에 있을 때 그의 지도교수가 중국 투유유 박사가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개똥쑥의 항말라리아 활성물질인 아르테미시닌을 생합성 하는 유전자를 발견했고, 그의 캐나다 박사후과정 지도교수가 또 다른 마지막 유전자를 발견한 후 두 유전자를 조립하여 아르테미시닉산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효모를 합성생물학적인 방법을 통해 개발했다. 합성생물학으로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에게 필요한 수량의 약을 필요한 시간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권 교수가 합성생물학에 빠져들게 된 원동력이 됐다. 그는 경상국립대 식물생명공학연구소에서 학술연구 교수로 있으면서 캐나다 캘거리대학에 방문 교수로 합성생물학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고, 그 과정 중, 2022년 고대부터 아스텍 인디언들이 종교의식이나 치료제로 활용하여 ‘매직 민트’란 별명이 붙은 ‘사루비아 디비노럼(Salvia divinorum)’의 환각물질을 생합성하는 유전자를 규명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환각물질을 합성하는 유전자들을 발굴해서 효모에 도입하면 새로운 항정신병 치료제의 훌륭한 골격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권 교수는 2022년 9월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조교수로 부임했고, 식물생화학과 합성생물학의 융합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의 식물 유래 천연물은 자연에 극히 미량 존재하고, 많은 약용식물은 제한된 지역이나 특정 계절에만 서식하며, 품종개량이 미비하여 역병에 취약합니다. 이에 환경파괴 없이 기존 식물을 활용할 수 있는 식물 유래 천연물 생합성 메커니즘 연구는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며 세포공장에 적용 가능한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식물 유래 천연물 유전자원 확보와 미생물 혹은 식물 기반 천연물 생산 공장을 개발하는 합성생물학은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추에서 천연고무 생산 가능성 찾다!
권문혁 교수가 속해 있는 식물생명공학연구소와 항노화 바이오 소재 세포공장 지역혁신연구센터(ABC-RLRC, 센터장:김선원 교수)는 항노화 바이오 소재를 발굴하고, 세포공장을 이용한 대량생산, 표준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과학적으로 천연물 생산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화가 눈에 띈다. 경남 지역이 항노화 산업에 특화된 만큼 관련 산업을 이끌고 성장시키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최근 센터의 지원을 받아 주목할만한 성과를 발표했다. 상추를 모델 식물로 천연고무 생합성 과정을 규명한 논문인데, 그는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고무가 없어서 졌다는 소리를 들어보셨나요?”라고 운을 뗐다. 동남아가 주 생산지인 천연고무는 물길이나 하늘길이 막히면 얻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다. 그 말인즉슨, 국가 생존에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권 교수는 합성생물학이라는 첨단기술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로 고무나무를 대체해보겠다는 것이다. “상추에서는 아주 소량의 고무가 나오나, 질은 좋습니다. 상추에서 천연고무 생합성 과정을 규명해, 양은 많으나 질이 낮은 고무를 생산하는 다른 식물에 그 메커니즘을 적용하면 질 좋은 천연고무를 다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세포공장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며,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고무의 국내 생산이라는 감격스러운 일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은퇴하기 전에 이뤄보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그의 연구실에서는 항노화 관련해서 남해 유자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이로운 약용식물이라면 모두 연구 대상에 두고 생합성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권문혁 교수는 “학생들이 즐기면서 배운 과학적 사고방식은 훗날 무슨 일을 하더라도 꼭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사진=임성희 기자)
권문혁 교수는 “학생들이 즐기면서 배운 과학적 사고방식은 훗날 무슨 일을 하더라도 꼭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사진=임성희 기자)

국내 식물 합성생물학 분야 씨 뿌린 선배 연구자에 이어, 뿌리 잘 내릴 수 있는 역할
“식물 유래 천연물질 생합성 대사를 연구하는 분이 국내에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소합니다. 저도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으로부터 관련 분야를 이어받았는데요, 합성생물학이 융합학문인 만큼 다른 전문가와 협업해 더 배우고, 전문적인 조언을 받거나 공동연구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내서 이 분야가 더 발전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활동하고 싶습니다” 권문혁 교수는 자신의 스승인 서울대 고(故) 김수언 교수, 캘거리대학 노대균 교수(권문혁 교수 첨언:앞으로도 평생 연구를 함께할)를 언급할 때 굉장히 경건했고, 현재 같은 학교에서 연구에 도움을 주는 김선원 교수, 김재연 교수를 언급할 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묻어났다. “전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하나에 호기심이 생기면, 가설을 세우고, 관찰하고 증명하며 그 호기심이 풀릴 때까지 연구합니다. 저의 연구는 호기심으로 만들어지며, 성과나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시작부터 호탕해서 마침 말까지 호탕하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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