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골짜기 세대’ 반란 이끈 ‘샤프’
[이슈메이커] ‘골짜기 세대’ 반란 이끈 ‘샤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6.29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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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치밀함 앞세워 대회 기간 돌풍
감독 데뷔 무대에서 4강 진출 큰 성과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골짜기 세대’ 반란 이끈 ‘샤프’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서 막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위를 달성했다. 지난 2019년 준우승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다.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 프랑스전부터 보여준 김은중 호의 출중한 경기 내용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끝이 아닌 진짜 시작”

김은중 감독은 이번 대회 기간 완성도 높은 실리 축구 전술로 주목받았다. 한국은 준결승에 오르기까지 매 경기 상대에게 볼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위력적인 역습을 앞세워 무패(3승 2무) 가도를 달렸다.

 

특히 스타 선수가 마땅히 없어 이른바 ‘골짜기 세대’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기에 4강 진출의 여운은 더욱 컸다. 2003~04년생이 주축인 이번 대표팀에는 앞서 U-20 월드컵 무대를 누볐던 이승우나 이강인과 같은 기대주가 없었다.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에 대회 준비 과정에서 돌발 악재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개최지가 개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갑작스럽게 아르헨티나로 변경된 것이다. 2시간에 불과하던 한국과의 시차가 12시간으로 늘어났고, 경기 장소가 지구 반대편으로 바뀌며 기후와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공들여 준비한 모든 사전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독였다. 한편으로는 현역 시절 별명인 ‘샤프’처럼 날카롭고 정교한 전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대회 한국이 터뜨린 9골 중 4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미리 준비한 플레이로 만들어졌다. 더불어 특유의 꼼꼼한 성격을 바탕으로 한 명 한 명의 장단점과 특성을 세심하게 파악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김은중 감독은 이번 대회 기간 완성도 높은 실리 축구 전술로 주목받으며 U-20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
김은중 감독은 이번 대회 기간 완성도 높은 실리 축구 전술로 주목받으며 U-20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

 

선수 시절 한 풀었다

김은중 감독은 왼쪽 눈의 시력이 거의 없다. 동북중 3학년 때 경기 중 공에 맞은 이후 사실상 실명 상태가 됐다. 그는 이러한 핸디캡을 오히려 자극제로 삼아 K리그 무대에서 통산 123골을 터뜨렸다. 청소년 대표 시절에는 이동국과 ‘영혼의 투톱’으로 불리며 1998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우승을 일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출전한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는 최하위로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24년이 지나 이번 대회에서 당시의 아픔도 말끔히 씻어낼 수 있게 됐다.

 

물론 김 감독에 대해 온전한 평가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제 막 성인 레벨 진입을 앞둔 U20 대표팀 선수들처럼, 첫 레이스를 마친 김 감독도 지도자로서는 새싹이다. 다만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지도자가 이처럼 큰 무대서 좋은 경험과 결과를 얻은 건 한국 축구에 더없이 반가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 승리 후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눈길을 받으며 이곳에 왔다. 잠재력이 있는데 그것조차 인정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1년 7개월 동안 함께 발을 맞추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자신도 알지 못하던 잠재력을 끌어내는 모습이 반가웠다”면서 “그동안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이번 대회 분위기를 살려 더 많은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제자들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U-20 월드컵에서 두각을 보인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김 감독 자신의 성장이 향후 한국 축구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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