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새로운 경험으로 빛날 레고의 디지털화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새로운 경험으로 빛날 레고의 디지털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05.15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도 빛난 레고그룹의 약진
ESG 경영 실천에도 힘쓰며 ‘브릭’의 힘 증명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새로운 경험으로 빛날 레고의 디지털화

 

전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장난감 중 하나인 레고(LEGO). 많은 이의 전 생애주기와 함께해 온 레고는 그 존재만으로 설렘과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어릴 때는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로, 어른이 되고서는 가장 주고 싶은 선물 중 하나로 여겨지며 우리의 기억과 추억 속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대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레고그룹(LEGO Group)이 만들어 가는 작은 ‘브릭’의 힘을 알아보았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레고그룹 CEOⓒ 레고그룹
닐스 크리스티안센 레고그룹 CEOⓒ 레고그룹

 

‘2023년 글로벌 평판 100대 기업’ 1위 선정

닐스 크리스티안센(Niels B. Christiansen/이하 크리스티안센) 레고그룹 CEO가 이끄는 레고그룹이 최근 글로벌 기업평가 컨설팅업체 렙트랙컴퍼니(구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평판 100대 기업(2023 Global RepTrak 100)’ 1위에 선정됐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위, 2022년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위로 재도약하며 레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ESG, 공정성, 리더십, 브랜딩을 주요 지표로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종합적으로 평가됐고, 레고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2백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레고 세트를 기부함은 물론 공장 폐기물 매립률 1% 미만, 여성 임원 비율 43%를 달성하는 등 다방면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1위의 영애를 차지했다고 한다. 단순히 매출의 증가나 기업의 크기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고속 성장세를 이어 나갔기에 렙트랙 1위 수성은 대단히 유의미한 결과다.

 

특히나 레고그룹은 중국과 같은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유명 IP와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판매 시자 근처에 전용 공장을 운영해 공급망 차질을 피할 수 있었고, 자체 매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한 것도 플러스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레고그룹은 앞으로 미국과 베트남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해 6,0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500명의 디지털 전문가를 추가로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는 경쟁사로 꼽히는 바비인형 제조사인 ‘마텔’과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제조사인 ‘하스브로’가 인원을 단축한 것에 대비되는 행보다.

 

 

레고그룹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고속 성장세를 이어나며 최근 렙트랙컴퍼니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평판 100대 기업(2023 Global RepTrak 100)’ 1위에 선정됐다.ⓒ 레고그룹
레고그룹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고속 성장세를 이어나며 최근 렙트랙컴퍼니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평판 100대 기업(2023 Global RepTrak 100)’ 1위에 선정됐다.ⓒ 레고그룹

 

‘경영의 귀재’의 합류가 불러일으킨 파장

레고그룹이 이러한 성장세를 달리고,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덴마크 재계에서 ‘경영의 귀재’로 통하던 닐스 크리스티안센 CEO의 취임 이후 내실 다지기와 변화를 동시에 추구했기에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17년 크리스티안센 CEO가 공식적으로 취임한 뒤 레고그룹은 최악의 매출 부진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레고의 브릭 장난감을 무단으로 복제해 판매한 중국 업체들과의 오래도록 이어진 저작권 소송에서 최종 승리하며 중국 진출의 본격화도 실현했다. 레고 본연의 경쟁력인 브릭 제품 개발을 강화함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 키우기에 집중하며 디지털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모습만 보더라도 크리스티안센 CEO가 가진 역량이 레고그룹의 변화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알 수 있다.

 

크리스티안센 CEO 영입 당시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 레고 회장은 “크리스티안센의 디지털화, 세계화에 대한 경험과 혁신적 전략이 레고그룹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더 많은 어린이에게 놀이에 대한 경험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가문과는 혈연관계가 아니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CEO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디지털 동영상 시장의 확장으로 위기에 빠진 레고를 구해내야 한다는 임무를 받고 CEO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전임 CEO인 발리 파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레고를 처음 접했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 상태였기에 더욱 부담스러운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센 CEO가 취임하며 한 말은 이러한 부담과 불신을 단번에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내가 손꼽는 레고 애장품은 포르쉐 911이다”라고 말하며 집에서 자신의 아들이 만든 해리포터 레고 모형에 걸려 크게 넘어진 일화 등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이전 CEO와 접근 방식부터 다른 크리스티안센 CEO에게 큰 안도를 받았고, 그렇게 그의 레고에서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1966년 덴마크 남부 쇠네르보르에서 태어난 크리스티안센 CEO는 덴마크 최고의 공과대학인 DTU의 토목기술학과를 졸업한 뒤 맥킨지에 입사해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로 일함과 동시에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인재다. 건설 자재업체 힐티 등을 거치며 30대의 나이에 보청기 기업인 GN스토어노르드의 부사장에 올랐고, 댄포스로 자리를 옮기며 4년 만에 CEO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42살. 그곳에서 13년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 올리는 등 실적개선을 성공시켰고, 디지털화에 적극 나서 전통 냉·난방 설비업체였던 회사를 에너지 효율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이후 그의 연봉이 알려졌는데, 당시 약 5,000만 크로네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덴마크 연봉 1위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돌연 자신의 분야와 결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장난감 회사로 자리를 옮긴다고 발표해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크리스티안센 CEO의 출생 배경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이유는 레고가 전통적으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가문에 의해 경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1934년 레고 설립 이후 레고는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가문만이 레고를 경영해 왔다. 하지만 2004년 레고는 18억 크로네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처음으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가문 출신이 아닌 맥킨지 출신의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를 새 CEO로 임명하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레고는 적자에서 벗어나 1년 만에 흑자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다. 이후 위기와 성장을 반복하던 중 2017년 닐스 크리스티안센 CEO의 선임 소식이 들리자 그의 출신에 이목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크리스티안센’이라는 같은 성을 쓰고 있어 그도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가문 출신이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지만, 설립자 가문 후손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레고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의 기업은 ‘단포스(Danfoss)’라는 덴마크의 냉난방 설비업체로 대기업이었는데, 이 기업 역시 레고를 소유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일가의 또 다른 비상장 소유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닐스 크리스티안센 CEO가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가문 출신이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었다.

 

 

레고그룹은 레고의 본질을 지키며 디지털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 레고그룹
레고그룹은 레고의 본질을 지키며 디지털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 레고그룹

 

지속 가능한 미래 설계도 놓치지 않을 것

한편, 닐스 크리스티안센 CEO에게는 넘어야 할 몇 가지 산이 있다. 그중 가장 큰 현안은 바로 플라스틱 문제일 것이다. 레고는 기본적으로 무수히 많은 플라스틱 브릭으로 구성되어 있다. 플라스틱 브릭은 연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 생산된다. 이는 곧 수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간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 외신들은 ‘레고가 100~1,300년 동안 바닷속을 떠다닐 수 있다’라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버려지고 폐기되는 레고 브릭이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환경 파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레고그룹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다. 제일 먼저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브릭으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주재료는 사탕수수. 이미 레고는 2018년부터 사탕수수 추출물로 내구성과 유연성을 가진 플라스틱 폴리에틸렌은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 이를 적용한 브릭들을 제품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재생플라스틱을 활용한 브릭도 선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비중은 전체 브릭 생산량의 2% 정도로 미약하나, 지속적인 R&D로 점차 이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 전한다. 뿐만 아니라 포장재 분야 역시 혁신을 예고했다. 2021년 레고 브릭 포장 용기를 국제산림관리협의회에서 인증한 재활용 종이봉투로 교체해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던 레고그룹은 현재 다양한 지속 가능 소재로 제작된 시제품을 테스트해 나가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포장재에 종이의 비율을 늘려 나가고 있고, 제로 폐기물 관련 계획도 수립해 실천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는 ‘레고 리플레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8,050상자 분량의 레고브릭이 재사용됐다.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재사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입장을 내놓고 있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레고그룹은 그동안 수많은 아이로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달라는 요청을 받아왔고, 환경을 염려하는 아이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다”라며 “기업, 정부, 부모, 아이, 그리고 NGO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내일을 설계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레고그룹은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고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레고그룹
레고그룹은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고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레고그룹

 

본질 지키며 성공해야만 하는 ‘디지털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레고그룹은 더욱 막강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의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항상 날을 세워야만 한다. 레고그룹의 디지털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었다. 이미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PC용 레고 디자인 프로그램), 레고 쿠수(레고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레고 시리즈를 만드는 프로젝트 웹 사이트), AFOL(Adult Fans Of Lego, 성인 레고 팬 커뮤니티) 등으로 디지털화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증강현실(AR)을 적용한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했다. 레고 아이디어스(소비자들이 브릭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앱), 레고 월드 빌더(레고 세계관을 창조하는 앱), 레고 라이프(레고 캐릭터를 활용한 커뮤니티 앱) 등도 구축했다. 이 밖에도 닌텐도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레고 슈퍼 마리오’와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비디요(VIDIYO)’를 선보이는 등 3D 프린팅 및 영화 등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산업군과 공존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레고를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즐거움과 행복을 전하고자 하는 레고그룹의 아이덴티티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 닐스 크리스티안센 CEO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 5번가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을 때 레고를 만들며 함박웃음을 짓던 부모와 아이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라며 “그들이 레고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말이다. 그의 이러한 발언이 변질되지 않고 이어져 나가 레고에 담긴, 그리고 앞으로 담길 추억이 아름답게 조립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