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시대의 욕망 꿰뚫은 명품 제국의 황제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시대의 욕망 꿰뚫은 명품 제국의 황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5.03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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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늑대, 세계 최고 부자 등극
다섯 자녀 중 누가 후계자 자리 차지할지도 관심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시대의 욕망 꿰뚫은 명품 제국의 황제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거느린 세계 1위 부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방한에 유통업계가 떠들썩했다. 장녀 델핀 아르노 크리스찬 디올 최고경영자와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 티파니 부사장까지 대동한 아르노 회장은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유통가를 둘러봤다. 그의 방문엔 유통업계 수장들이 총출동해 ‘특급의전’을 펼쳤다.

 

 

ⓒEcole polytechnique – Jeremy Barande/Wikimedia Commons
ⓒEcole polytechnique - Jeremy Barande/Wikimedia Commons

 

아르노 회장 방한에 국내 유통가 들썩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국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1조 6,92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4,17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38.4%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24.6%에 달한다. 고금리와 고환율에도 최고급 명품을 선호하는 심리가 사그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5조 2,106억 원과 2021년 17조 9,845억 원에 이어 지난해 19조 4,488억 원으로 커졌다.

 

루이비통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3월 20일 3년 만에 방한해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 기간 롯데와 신세계, 현대는 각 2곳, 갤러리아는 1곳 점포를 둘러보고 서울 성동구 ‘디올 성수’와 용산구 리움미술관도 찾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지난 방한 때 롯데·신세계·갤러리아 백화점 각 1개 점만 방문하고 현대백화점은 찾지 않았던 것과는 대비된다. 한국 1인당 명품 소비액이 세계 1위를 기록한데다 명품 시장은 세계 10위로 올라선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은 국내 유통가 주요 경영진을 만나 백화점 및 면세점 신규 매장 확대와 마케팅, 협업 제품 출시 등 협력 강화를 논의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주요 명품은 운영 방침상 지역별 매장 개수를 제한하고 있어 백화점별 명품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유통가는 이에 저마다 셈법에 맞는 ‘러브콜’ 보내기에 총력전을 폈다. 각 일정엔 장녀와 차남은 물론이고 펜디와 디올을 이끈 ‘2인자’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CEO와 세르주 브륀슈위그 펜디 CEO 등 관계자 30여 명이 함께하며 국내 명품 유통 핵심 곳곳을 살폈다. 이번 아르노 회장의 방문 소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부터 손영식 신세계 대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등이 직접 의전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5조 2,106억 원에서 지난해 19조 4,488억 원으로 커졌다. ⓒLouis Vuitton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5조 2,106억 원에서 지난해 19조 4,488억 원으로 커졌다. ⓒLouis Vuitton

 

일론 머스크 제치고 세계 1위 부자 등극

아르노 회장의 LVMH는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4,000억 유로를 넘어섰다. LVMH는 루이비통을 비롯해 크리스찬 디올, 셀린느, 로에베, 펜디, 지방시 등 패션 브랜드와 태그호이어, 티파니앤코, 불가리, 쇼메 등 시계 및 주얼리 브랜드까지 80여 개에 달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 매장 5,500여 개를 갖고 있고 전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수만 17만 5,000명이 넘는다.

 

이에 힘입어 아르노 회장은 포브스지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와 미국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서 1위 자리를 확실히 꿰찬 상태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아르노의 순자산은 2,1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이다. LVMH의 1분기 매출액이 210억 3,500만 유로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 증가한 영향도 컸다.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시가총액 역시 유럽 기업 최초로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러한 성장에 대한 반감도 프랑스 현지에서는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프랑스에서 연금개혁 반대 운동이 시작된 이래로 억만장자를 상징하는 아르노가 시위대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파리의 LVMH 본사 건물을 습격하기도 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은퇴 시점을 늦출 것이 아니라 '억만장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노 회장은 앞서 지난 2012년 사회당 소속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집권기에 부자 증세 정책에 반대하며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지만 부자 증세를 피하려 한다는 비난에 이를 철회한 적도 있다. 당시 그는 “어쨌든 나는 프랑스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LVMH는 루이비통을 비롯해 80여 개에 달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Pixabay
LVMH는 루이비통을 비롯해 80여 개에 달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Pixabay

 

인수합병으로 완성한 명품 제국

아르노 회장은 1949년 프랑스 북부 소도시 루베의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명문 대학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1971년 졸업한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후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 정부에 반발해 돌연 미국으로 떠났는데, 뉴욕에 머물던 그는 택시를 타고 가다 기사에게 “‘프랑스’ 하면 딱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게 계기가 되어 명품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당시 택시 기사의 답은 ‘에펠탑’이 아닌 “크리스천 디올”이었다.

 

프랑스로 돌아온 그의 첫 인수 대상은 파산 직전에 놓였던 크리스찬 디올의 모기업이자 섬유 기업인 부삭이었다. 크리스찬 디올과 프랑스 최초 백화점 봉 마르셰만 남기고 부삭을 매각한 후, 그 자금으로 패션기업 루이비통과 주류기업 모에헤네시가 합병돼 설립된 LVMH의 지분을 사들여 뼈대를 만들었다. 이후 역사와 전통은 있으나 위기에 빠진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몸집을 불렸고 1989년 불과 40세의 나이에 LVMH 그룹 회장 및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방한 소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부터 유통 총수들이 직접 의전에 나서기도 했다. ⓒMTN 머니투데이방송 뉴스화면 갈무리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방한 소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부터 유통 총수들이 직접 의전에 나서기도 했다. ⓒMTN 머니투데이방송 뉴스화면 갈무리

 

그는 언제나 깔끔한 고급 정장 차림에 미소 띤 얼굴이지만, 눈 여긴 기업을 인수할 때는 치밀하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늑대’라는 그의 별명도 이로 인해 만들어졌다. 다만 기업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관대하고 전문 인력을 존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자회사나 계열사 경영은 적임자에게 맡기며 중앙집권 방식을 버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패션사업의 생명인 디자이너에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존 갈리아노, 칼 라거펠티,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아르노는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CEO 연령 제한을 기존 75세에서 80세까지 5년 늘려 자리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LVMH를 자신의 가족에게 물려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슬하에 4남 1녀를 뒀다. 현재 아르노의 자녀들은 모두 LVMH에서 일하고 있다. 장녀인 델핀 아르노가 주력 브랜드인 디올의 CEO를 맡고 있고 장남 앙투안 아르노는 LVMH 지주회사 CEO,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티파니의 임원, 3남 프레데릭 아르노는 태그호이어 CEO로 일하고 있다. 막내아들 장 아르노는 루이비통에서 근무한다. LVMH에 자신의 왕조를 세우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고 부호답게 그는 각국 정·재계 주력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Trump White House Archived/Flickr
세계 최고 부호답게 그는 각국 정·재계 주력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Trump White House Archived/Flickr

 

현재 후계 구도를 둘러싼 다섯 자녀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노 회장은 “우리 가족 내에서 승계는 금기 주제”라면서 “각각의 의지와 능력을 보겠다”고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의 특별 식당에서 아르노 회장은 다섯 자녀와 90분 동안 식사를 진행한다. 이 자리는 아르노가 미리 준비한 아이패드로 토론 주제를 읽고 자녀에게 의견을 묻고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르노는 LVMH 왕국의 사소한 문제부터 중차대한 결정 모두 자녀들과 상의한다.

 

세계 최고 부호답게 그는 정·재계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8년 카를라 부르니와 결혼할 당시 증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과도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뉴욕에 거주할 당시 알게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당선됐을 때 트럼프 타워에 초청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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