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주 69시간’ 논란에 여론 수습 나선 정부
[이슈메이커] ‘주 69시간’ 논란에 여론 수습 나선 정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4.0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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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안 발표되자 각계 반발 이어져
윤석열 대통령 직접 법안 보완 지시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주 69시간’ 논란에 여론 수습 나선 정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제동이 걸렸다. 주 52시간으로 제한된 현행 근로시간을 확대하려는 계획에 거센 비판이 따라붙고 있어서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대신 근로자가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부여된 연차조차 눈치를 보고 써야 하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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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시대 역행하는 정책”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52시간으로 제한된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가능케 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이에 정부 발표 직후 직장인들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셌다.

 

특히 이번 개편안을 반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MZ세대마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상한캡’을 씌우라고도 주문했다.

 

고용부는 3월 초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전제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입법예고 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해 총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으로 계산해 특정주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겨도 한 달 연장근로 총량만 넘지 않으면 된다.

 

이와 함께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퇴근 후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휴식은 보장하기로 했다. 이 경우 남은 13시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식 시간 1시간 30분을 빼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 30분이고 1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노동자와 협의로 11시간 연속휴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는 주 64시간으로 제한된다.

 

단위 기간이 확대될수록 연장근로의 총량은 줄어든다. 월 단위 연장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분기는 156시간의 90%인 140시간, 반기는 312시간의 80%인 250시간, 1년은 625시간의 70%인 440시간으로 제한된다. 연장근로시간을 돈으로 보상받는 대신 저축했다가 향후 한 달 휴가 등 장기휴가로 쓸 수 있게 법 제도를 정비하기로도 했다. 필요할 때 집중해서 일하고, 쉬고 싶을 때 더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합리적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합리적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고용노동부

 

기존 입장 선회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하지만 노동계는 크게 반발했다. 장시간 노동이 여전히 한국 사회의 병폐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정부 개편안에 따라 아침 9시 출근과 저녁 12시에 퇴근하는 노동을 5일 연속으로 시켜도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평균(1.716시간)보다 200시간가량 많다. 일주일 노동시간이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이란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직장인 사이에서는 장시간 근로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주 69시간 근로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며 연장근로 단위 기간 연장은 노사 합의가 원칙인 데다 총량 제한이 있어 장시간 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노조 가입률이 낮은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노사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근로자 2,058만6000명 중 노조 조직원은 293만 9.000명으로 노조 가입률은 14.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기업 노조 조직률은 11.2%에 불과했고, 사업장 규모별로 근로자 300명 이상은 46.3%였으나 100~299명 10.4%, 30~99명 1.6%, 30명 미만 0.2%로 규모가 작을수록 노조 조직률이 미미했다.

 

여기에 MZ세대 노조가 반발하면서 ‘근로시간 개편안을 MZ세대가 선호할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개편안 발표 직후 “2030 청년층도 다들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요새 MZ세대는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69시간제 악용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노동자 근로조건을 개선해 온 국제사회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장관도 “가능성은 다 열어 놓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와 함께 “현장의 우려나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현재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제도 개편의 취지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최대한 신속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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