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와 컴퓨터의 상호작용,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람의 뇌와 컴퓨터의 상호작용, 어디까지 가능할까?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4.0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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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충북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 기계지능및신경공학 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정지훈 충북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 기계지능및신경공학 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뇌파를 분석해 문장 단위 의사소통 기술 성공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마법사 이야기를 다룬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마음을 읽는 마법이 스토리를 관통하는 굉장히 중요한 마법으로 다뤄진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타락한 궁예의 필살기로 등장한 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관심법이었다. 마법, 관심법은 모두 다 초능력의 영역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초능력이 현대 기술의 산물인 컴퓨터의 힘을 빌려 과학기술 능력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 BCI) 기술이다. 물론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생각을 바로 읽어낼 수 있다는 기대는 먼 환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래서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연구자의 도전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심층 신경언어 모델로 문장 수준까지 해독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이하 BCI) 기술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지 마비 환자가 스스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 중 하나로 시작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BCI 기술을 활용해 생각만으로 타이핑하는 기술 영역에서 기존 기록을 경신했었는데, 기존 분당 8개 단어(40개 글자)에서 분당 18개 단어(90개 글자) 수준으로 속도를 높인 것이다. 뇌파를 읽어내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확도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단어나 아주 간단한 문장 수준까지는 기술이 돌파해냈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사람이 생각한 바를 그대로 문장으로 타이핑 해낼 수 있는 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국과 독일이 BCI 연구를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고 기술의 트렌드도 빨라, 누가 먼저 원천기술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충북대 정지훈 교수 연구그룹은 지난 2022년 10월 발화 상상을 문장 수준의 신경 언어 형태로 직접 해독하는 데 성공하며, 인공지능 분야 국제저명학술지인 IEEE Transactions on Cybernetics에 논문을 게재했다. “발화 상상을 기계가 해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단어가 아닌 문장 수준으로 해석하기 위해 심층 신경언어 학습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심층 신경언어 학습 기술은 인간이 말을 할 때 발현되는 뇌파와 음성 주파수 이미지의 상관 관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중 도메인의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융합 연구이며, 복잡한 뇌파를 실시간으로 해독하는 기술과 그 해독의 정확성까지 잡은 원천기술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정지훈 교수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사지 마비 환자나 대화가 힘든 사람들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기술이 되어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보완해야 할 점도 있는데요, 하드웨어적인 기술도 같이 성장해야 합니다. 뇌파 신호를 검출하기 위해 현재는 머리에 모자처럼 써야 해서, 대상자들이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뇌 속에 칩을 심는 등의 아이디어로 연구를 진행하는 민간기업들의 활동도 눈에 띄는데요, 전문가들은 BCI가 몇십 년 뒤에야 가능한 기술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현재 다양한 민간기업이 도전하고 있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빠른 시간 안에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사지 마비 장애인,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의사소통 보조기술
정지훈 교수는 “저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며 그중에서 패턴인식과 기계학습에 집중했는데, 이것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뇌파를 컴퓨터로 읽어내는 BCI 실험을 경험하면서 미래기술로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물론 사지 마비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면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고요. 그래서 이후 뇌공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며 인공지능 및 BCI 기술 연구로 전문성을 갖추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뇌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6개월 만에 충북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로 임용되며 조금은 빨리 자신만의 연구그룹을 꾸릴 수 있었다. “연구실 키워드를 인공지능으로 잡고 그 안에서 기계 지능(Machine Intelligence)과 신경 공학(Neural Engineering)에 집중하고 있어서 MINE LAB으로 명명했습니다. 현재는 BCI 기술과 인공지능 연구로 많은 과제를 진행하며 연구그룹의 내실을 다지고 있습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그도 2년 차 교수로서 새로운 학생을 맞으며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았다. “대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반응을 현장에서 직접 접하고 이를 바로 수업에 반영할 수 있어 좋습니다. 소프트웨어학부로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IT 기업 취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장 사례 위주로 설명해줍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소위 말하는 대표적인 IT 기업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SKT, Google, Microsoft, Amazon’ 등에 취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인재상에 학생들의 관심이 많다. 이에 정 교수는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자주, 많이 경험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분야는 경험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학교 프로젝트 그룹이 그대로 스타트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도 많아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는데, 실패도 맛봐야 극복할 수 있는 경험도 쌓게 되는 거니까요” 정 교수 연구그룹 학생들은 논문경진대회나 창업경진대회 등에 수시로 참가해 수상까지 하는 등, 활발한 프로젝트 활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반려동물 심장질환 조기예측 인공지능 모델 개발
아동과 청소년들의 비만 상태 실시간 예측진단 가능한 인공지능 모델 개발
얼마 전 한 방송인이 반려견이 짓는 소리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판독해주는 기계를 사용해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는 예능을 본 적이 있다. 뇌파로 사람의 생각과 정신상태를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다면 반려동물들의 정신 및 건강 상태도 실시간으로 해독할 수 있을까? 정지훈 교수는 뇌-컴퓨터 융합 연구인 BCI뿐만 아니라, 수의학-인공지능 융합 연구와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충북대 수의대학과 반려동물의 심장질환을 조기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년 급격히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이다 보니,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가 진행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도 흥미로운데, 최근 문제가 되는 아동과 청소년들의 비만을 조기 예측진단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주)인졀미와 같이 개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ADHD나 성조숙증 등 청소년들의 심신 건강을 해치는 다양한 질병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들을 위한 산업도 주목받는데, 정지훈 교수는 BCI 기술을 확대하려 계획하고 있다. 

 

 

 

정지훈 교수는 자신의 연구그룹은 꿈 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BCI 기술 발전을 위해 학생들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사진=임성희 기자)
정지훈 교수는 자신의 연구그룹은 꿈 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BCI 기술 발전을 위해 학생들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사진=임성희 기자)

“꿈만 같은 연구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
그는 BCI 기술을 뇌파를 이용한 소통창구라고 설명했는데, 사지 마비 장애인, 언어장애인,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을 만들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우리는 꿈 꾸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실현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기술이기에 상상해야만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기술들이죠. ‘이게 될까?’라는 상상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라며 정지훈 교수는 “교수로서의 롤모델이 돼 주시는 고려대 이성환 지도교수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해주는 학생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저와 같이 상상하며 BCI 기술의 발전을 이뤄가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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