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미·중 ‘신(新) 아편전쟁’ 격화하나
[이슈메이커] 미·중 ‘신(新) 아편전쟁’ 격화하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3.1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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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작년 7만 명 펜타닐 중독 사망
기대수명 급감까지 초래되며 우려 커져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미·중 ‘신(新) 아편전쟁’ 격화하나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 문제가 최근 몇 년 사이 ‘펜타닐 사태’로 악화해 현지 사회의 최대 우려로 떠올랐다. 1년에 수만 명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면서 미국인의 기대수명마저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펜타닐 위기 해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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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과다복용으로 1년에 10만 명 이상 사망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미국인은 약 10만 7,000명에 달했는데, 이 중 펜타닐로 인한 비중이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나 척추질환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사용하는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로 얀센이 1960년대 개발했다. 뾰족한 연필심에 살짝 묻힐 정도의 양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기에 신중한 사용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는 펜타닐을 적정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도시 대로에 펜타닐을 투약한 이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거나 보행 중 그대로 서서 잠든 경우까지 목격되며 미국 사회의 위기감이 큰 상태다. 일각에서 19세기 중국 청나라를 패망시킨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는 아편과 비교해 펜타닐이 현대 미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미국에서는 펜타닐의 ‘원조’ 격인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문제가 이미 만연한 상태였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의료계에서 비(非)암성 만성통증에도 오피오이드를 처방하기 시작하며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미국 민간의료보험이 대체 치료를 보장하지 않아 의사들이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오피오이드를 과잉 처방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가 남용 및 중독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영향도 컸다.

 

 

지난해 1~8월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미국인은 약 10만 7,000명에 달했는데, 이 중 펜타닐로 인한 비중이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SBS 뉴스화면 갈무리
지난해 1~8월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미국인은 약 10만 7,000명에 달했는데, 이 중 펜타닐로 인한 비중이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SBS 뉴스화면 갈무리

 

펜타닐 불법 유통에 사태 악화

이런 상황에서 제조가 쉬운 ‘합성 오피오이드’라 할 수 있는 펜타닐이 SNS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경로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공급원으로는 멕시코 마약조직들이 거론된다. 이들은 중국 화학업체에서 펜타닐 원료를 공급받은 뒤 펜타닐을 제조, 이를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에 첨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국경수비대가 올해 2월 초까지 남부 국경에서 압수한 펜타닐 분량만 해도 약 4,264kg에 달한다. 미국 전체 인구의 무려 5배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불법 마약을 구매하는 이들이 해당 마약에 얼마나 많은 펜타닐이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약물을 복용한다는 점이다. 의료비가 비싸다 보니 저소득층 사이에서 진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펜타닐에 의존하다가 중독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미국 15~19세 사이에서 의도하지 않은 약물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은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150% 급증했다. 그 결과 약물 과다복용은 자살을 제치고 45세 이하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로 올라섰고, 미국인의 기대수명도 25년 만의 최저치인 76.4세로 추락했다.

 

 

‘펜타닐 위기 해결’은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됐다. ⓒThe White House/Flickr
‘펜타닐 위기 해결’은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됐다. ⓒThe White House/Flickr

 

‘원료 공급처’ 중국 압박 나서는 미국

‘펜타닐 위기 해결’은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됐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펜타닐 문제 해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중독 치료 확대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약물 과다복용률이 근소하게 감소하는 데 그쳐 국경 통제 강화나 SNS 단속 등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의회는 원료 공급처로 지목된 중국에 대한 강력 조치를 예고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2월 15일(현지시간) 청문회를 열어 불법 펜타닐 중독과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회의에서 “미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미국으로 밀수된 펜타닐의 대부분은 멕시코의 비밀 실험실에서 생산되며 핵심 원료인 화학물질은 중국에서 조달된다”면서 “(펜타닐을 막기 위한 시도는) 중국과의 대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3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엔 마약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인도 등에 펜타닐 원료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압박할 방침이다. 다만 중국은 2018년께부터 자국의 펜타닐 원료 생산자를 단속하며 미국에 협조했으나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협력 채널을 사실상 닫아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상황이 미국과 중국의 ‘신(新) 아편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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