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의 공존, 인간이 풀어야 할 큰 숙제
인공지능과의 공존, 인간이 풀어야 할 큰 숙제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3.29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인간 Vs 알고리즘 AI


 

인공지능과의 공존, 인간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세계를 강타한 ‘알파고 쇼크’

 

2016년 3월, 우리 지구촌 사회 전체는 ‘알파고 충격’에 휩싸였다. 인공지능(AI)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세계 최강 바둑고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장면은, 마치 지구촌에 핵폭탄이 투하된 듯한 혼란에 빠졌다. 사실 그동안 인공지능은 엄청난 진화를 일궈왔음에도, 우리는 애써 외면해왔다. 아니, 인정하기 싫어 피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고 있는 ‘미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이다. 실제 AI와 관련되어 기업과 정부의 대책은 미약했고, 이제야 부랴부랴 긴급 처방을 내리고 있다. 전방위에 걸쳐 각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AI 혁명’,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격변의 시기 


최근 알고리즘 AI를 갖춘 기계와 컴퓨터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왔던 지능과 종합적인 판단력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사례가 눈앞에 등장했다. 인공지능이 두뇌를 쓰는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보다 더 확실한 ‘정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세돌 구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입증된 것이다. 

 
현재 알파고는 바둑만을 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바둑에서 보여준 정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구글은 알파고를 의료 분야와 가정용 로봇 등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의 판단이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믿음이 생기면, 그 분야는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며 “집을 팔고 사거나 적합한 직장을 정하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서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을 사람이 그대로 따르는 맹목적인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의료·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전문가보다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1년 첫 선을 보인 IBM사의 왓슨(Watson)은 불과 5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의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진단 실력을 갖췄다. 미국 종양학회에 따르면 MD앤더슨 암센터 등 5개 유명 병원은 왓슨을 바탕으로 암 진단을 실시해 진단율 정확도 82.6%를 기록했으며, 대장암은 98%, 직장암 96%, 췌장암 94%, 방광암 91%였고 자궁경부암은 100%로 나타났다. 인간 암 전문의의 초기 오진 비율은 20~44%에 이른다. 헤지펀드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 펀드매니저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HFR에 따르면 올해 1~2월 인간 펀드매니저들은 헤지펀드에서 평균 3%의 손실을 냈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한 헤지펀드는 5%의 수익을 거뒀다. 돈을 벌고 싶다면 사람보다는 인공지능을 믿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장대익 서울대학교 교수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은, 지구의 지배자였던 인간이 가장 강력한 상대와 생존 경쟁을 펼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자리,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과거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격변의 시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경쟁’보다는 올바른 ‘활용’으로


그동안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언제나 복합적인 축복을 선사해왔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게 만들었고, 가난과 노역에서 해방시켰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게 했고 많은 이들에게 만족과 행복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생명공학은 질병을 막고 노화를 되돌렸고 나노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청정에너지를 얻게 했다. 이처럼 이미 기술과 인간의 편익은 뗄 수 없게 얽혀있다. 이는 인간이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뛰어나고, 좀 더 강하게 만드는 기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의 공동 창립자인 빌 조이는 지난 2000년에 내놓은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라는 논문에서 “우리는 계획도, 통제력도, 브레이크도 없이 새로운 세기에 밀어붙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인공지능은 미래 먹거리이자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총아다.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이 화두에 오른 것은 AI 산업에서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확인한데 따른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저서 ‘제2의 기계시대’를 통해 “기계를 활용할 줄 아는 인간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기계는 그 자체보다, 인간이 제대로 활용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난다는 주장이다. 이는 1997년에 있었던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게리 카스파로프와 슈퍼컴퓨터 ‘딥블루’의 대결에서 잘 나타난다. 게리 카스파로프가 딥블루에 패하자 사람들은 앞으로 체스 게임에서 승자는 무조건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기계와 사람이 팀을 이뤄 자유롭게 경쟁하는 ‘프리스타일’ 체스 대회가 열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프리 스타일 경기에는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 인간과 인간 등 다양한 조합으로 팀을 구성해 출전할 수 있는데, 인간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조언을 참고해 대국하는 인간·기계 혼합팀은 가장 강력한 컴퓨터와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이처럼 인간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기술 자체보다 더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바둑 전문가는 아니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최첨단 프로그램과 함께 이세돌 구단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맥아피 교수는 “‘인간의 ‘전략’과 컴퓨터의 전술적 ‘예리함’이 결합해 압도적 힘을 발휘하면 일반 컴퓨터를 이용한 일반인도 알고리즘 AI를 탑재한 기계를 이길 수 있다”며 “기계와 인간이 어떻게 협업하느냐에 따라 그 시너지 효과는 달라진다. 기계와 경쟁하지 말고,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 바둑고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대결 결과는, 마치 지구촌에 핵폭탄이 투하된 듯한 혼란을 일으켰다. ⓒ한국기원

 

 

새롭게 대두될 일자리 혁명


올해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등의 발전으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로봇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

 
알파고의 개발자 허사비스 구글 딥 마인드 CEO는 알파고가 워드프로세서 수준의 자기 인식능력만을 갖고 있다며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비록 바둑이라는 한 분야에서 보여준 학습능력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하는 전이학습 기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학자들이 기계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 일자리는 정형적이고 단순·반복적인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30년 후에는 무인자동차가 택시나 버스 기사, 대리운전자 등을 대체할 전망이다. 무인기(드론)는 택배 기사, 음식·우편 배달원, 경비원 등을, 3D 프린터는 배송·물류창고 노동자, 목수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 

 
현재 미국 땅을 누비는 장거리 트럭 기사는 약 170만 명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이들에 대한 수요가 11% 늘 것으로 본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교의 제리 카플란 교수는 “인공지능을 조합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기 때문에 그럴 리는 만무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자율주행 트럭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전후좌우를 훤히 내다보며 정체나 위험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시간은 0에 가깝다. 차간 거리를 몇 ㎝로 유지하며 줄지어 달릴 수 있다. 기사의 졸음이나 음주 운전, 부주의한 휴대폰 통화,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해마다 대형 트럭 사고로 3,800명이 목숨을 잃고 44억 달러의 손실을 보는 미국에서 기사들이 설 자리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창의성이나 판단력 등 인간의 역량을 요구하는 업무는 기계와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기자’의 경우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 상위권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실제로 미국의 ‘LA타임스’, ‘로이터’ 등은 속보 기사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했을 정도다. 지난달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600명을 대상으로 로봇저널리즘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로봇 저널리즘이란 인간이 기사를 작성하는 절차를 알고리즘으로 만든 뒤, 해당 알고리즘이 AI를 이용해 자료를 검색하고 기사 작성까지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기사 자체만으로는 로봇과 사람 중 누가 쓴 기사인지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복수의 언론 관계자들은 로봇 알고리즘이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떨어뜨리고 의미 없는 기사만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언론 관계자는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public spher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공론장은 사회구성원간의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사회구성원들의 보편적 이익에 관한 사회적 합의(social consensus)를 도출하는 담론적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 개념은 언론, 즉 인간이 생산해내는 기사의 가치와 영향력에 관련이 있습니다”라며 “특히, 언론은 하버마스가 이야기한 공론장으로서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 알고리즘 AI가 과연 공론장으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듭니다”라고 전했다.

 

이분법적 구도 아닌 창의적 사고로의 공존 필요


이번 ‘알파고 쇼크’는 과연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만 만족할까?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인류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알파고는 인간으로 치면 1,000년 이상 바둑을 공부했다. 전문가의 기보 3,000만 건을 바탕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진행해 알파고가 빠른 시간에 바둑 실력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은 세 번의 대국 만에 알파고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인간의 위대함은 특별한 알고리즘을 입력하지 않아도 직관과 경험으로 새로운 사실을 학습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대체할 수 있는 한계점이 드러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의문점은 ‘알고리즘 AI가 얼마나 윤리적으로 인간의 삶에 개입하게 될까?’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미래학자 중 한 명인 캔턴 회장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창조물이 어떤 식으로든 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 역시 이번 대국 후 “AI는 인간이 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돕는 하나의 도구”라며 “자체 윤리위원회에서 AI와 관련된 알고리즘을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발할지 숙고하고 과학계, 다른 업체들과도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은 뛰어나지만,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고 모든 강력한 기술과 마찬가지로 기회와 과제가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같은 알고리즘 AI의 발달을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간만의 고유 성향인 인성과 감성을 토대로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의 전문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에서 탈피해 사고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이제 인간은 보다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기후 변화 등 미래를 예측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융합 시대에 접어들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로 보는 이분법적 구도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그’들과 함께 공존하며 인간다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영위하는 것.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가장 큰 숙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