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선거제 개편 논의 급물살, 이번에는?
[이슈메이커] 선거제 개편 논의 급물살, 이번에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2.0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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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 제기
과거 선거제 개편 번번이 실패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선거제 개편 논의 급물살, 이번에는?

 

전문가들은 굵직한 선거가 없는 올해를 정치 개혁의 적기로 본다. 그 첫 번째 단추는 선거제도 개혁이 꼽힌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개헌과 달리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선거법 개정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개혁 수단이라서다. 국회는 차기 총선을 위한 선거제 개정 법정시한인 오는 4월 10일까지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국회
ⓒ국회

 

지역주의 타파에 도움 주장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는 단위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의원 수에 따라 나뉜다.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으면 소선구제, 2인 이상이면 중대선거구제라고 한다. 우리 국회의원 선거에선 소선거구제가 주를 이뤘지만 5대와 9∼12대 총선은 중대선거구제로 치러지기도 했다. 1988년 13대 총선 후 현재까지는 소선거구제가 30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현행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가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키고,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 가능성을 낮춘다는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사표를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고 신생 정당도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큰 중대선거구제 도입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타파에도 도움이 된다. 기존 소선거구제에서는 낙선했을 후보도 당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4명을 선출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개헌이라는 게 워낙 폭발적이라 지금 개헌 얘기가 나오면 민생과 개혁 문제는 다 묻힐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며 선거제 개편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국회 시무식을 마친 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며 “3월 중순까지는 내년에 시행할 총선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김 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을 진영정치, 팬덤 정치를 종식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와 정치 관계법부터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여야 정치권 논의 급물살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구 신년 인사회 참석 후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이고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에서도 선거제도에 관한 의견을 빠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있다”며 “장점으로는 소수 정당 진출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로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들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런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당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1월 16일 ‘초당적 정치 개혁 의원모임’을 열고 현행 선거제도 개선과 정치 개혁 추진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김진표 의장이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해 전체 국회의원이 토론하는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제안한 가운데, 70여 명이 참여하는 해당 모임이 전원위의 ‘전초전’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8명, 정의당 2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의원들은 현재 정치제도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현재 정치제도가 망국적”이라면서 “지역 할당이나 진영 간 극단적 대결 이런 걸 어떻게 해결할지가 공통의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정치가 우리 사회 경제적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더 나아가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데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나의 유불리나 정당·정파의 유불리를 넘어 국민만 생각하며 정치 개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의원들이 소신 정치가 극단적인 진영 간 ‘대결 정치’로 소모되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고, 정당도 팬덤 정치·진영정치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도 임계점에 와있다”면서 “초당적으로 모인 18명이 ‘하드캐리 리더십’을 집단적으로 형성하는 초동 주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와 정치 관계법부터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김진표 국회의장은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와 정치 관계법부터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여러 난제로 실제 개편 가능성 의문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관적 시각도 존재한다. 선거법 개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선거제 개혁이 총선 때마다 ‘정치적 구호’에 그친 역사가 있어서다. 더욱이 중대선거구제로 바뀔 시 지역구가 사라질 현역 의원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의원 정수, 연동형 비례제 폐지 등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황에서 합의가 힘들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여당 전당대회도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활발한 논의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거대 양당이 중대선거구에 복수의 후보를 공천할 경우 오히려 군소정당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21대 총선의 규칙을 논의했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쟁점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기억도 있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반대에 더해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어렵사리 선거법 개혁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뎠던 민주당마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며 입법 취지를 스스로 배신하기도 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위성 정당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위성 정당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장을 지낸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는 “연동형 비례제도도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 정당 지지가 국민의 의사를 곧바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비례를 확대한다고 해도 1당과 2당이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점진적 도입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6·1 지방선거가 그 시험대였다. 여야는 작년 4월 기초의원 선거구 30곳에 한해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대구에선 민주당 후보가, 광주에선 소수 정당인 진보당·정의당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국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켜볼 일이다. 1월 18일 뉴시스가 여론조사 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51.8%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33.8%로 반대 의견과 18.0%포인트 차이를 보였고 ‘잘모르겠다’는 응답은 14.4%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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