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서민 울리는 악질 범죄, 구제는 ‘막막’
[이슈메이커] 서민 울리는 악질 범죄, 구제는 ‘막막’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1.2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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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조직화·지능화되는 사기 범죄
실효성 있는 세입자 보호 대책 필요성 지적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서민 울리는 악질 범죄, 구제는 ‘막막’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질 때마다 가장 먼저 폭탄이 터지는 곳이 바로 전세시장이다.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상존한다. 이로 인해 ‘깡통전세’는 물론 전세 사기가 범람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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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로 나타난 ‘빌라왕’ 사건

전세 사기는 주로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 수법이 활용된다. 문제는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하며 아무리 조심해도 범죄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순히 전세보증금을 떼먹고 잠적하는 수준을 넘어 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무자본 갭투자’는 많게는 수천 채의 주택을 자기자본 없이 매수한 뒤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으로 소위 ‘빌라왕’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법인과 바지사장, 공인중개사, 브로커도 동원된다. 특히 시세 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빌라가 대상이다.

 

이러한 사례로 인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마저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일도 벌어진다. 정부는 2013년부터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도입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내주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의 0.11~0.15%를 연간 보험료로 내고 가입하면 보증금 떼일 걱정을 덜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등록임대주택 사업자가 반드시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법을 개정하며 세입자의 보증금 보호를 강화했다.

 

 

지능형 전세 사기가 속출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마저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지능형 전세 사기가 속출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마저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하지만 전세 사기의 구체적인 실태가 알려지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빌라와 오피스텔을 무려 1,139채를 세놓은 인물이 지난 10월 숨졌는데, 세입자 중 500명이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이 사라져 구상권을 청구할 대상이 없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체납과 상속 문제까지 얽혀 있어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느슨한 보증 한도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2022년까지 보증 한도를 주택 공시가격의 150%로 운영했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지난해 기준 평균 71.5%임을 고려하면 ‘집값보다 높은 전셋값’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테면 빌라의 적정 시세가 2억 원이고 공시가격이 1억 4천만 원이면, 전세보증금 보증 한도는 공시가격의 2억 천만 원까지 나온다. 세입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더라도 보증보험 가입으로 자신의 돈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임대인의 깡통전세 계약 요구에 응하게 된다. 그러면 자기자본 없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집을 매입한 이가 오히려 돈을 버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허점이 무자본 ‘갭투기’를 가능하게 했다.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기하급수적 증가

이처럼 규정의 빈틈을 악용한 전세 사기가 늘면서 보증사고 규모도 커졌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2020년 4,415억 원에서 2021년 5,040억 원, 지난해 9,241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HUG가 집주인한테 회수한 금액은 2020년 2,214억 원, 2021년 2,114억 원, 2022년 2,179억 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보증사고 건수도 2015년 1건에서 2018년 372건으로 처음 세 자릿수가 됐고, 2019년 1,630건, 2020년 2,408건, 2021년 2,799건으로 거듭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총 5,443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허술한 보증 기준의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부터 신규 계약의 보증 한도를 공시가격의 140%로 낮춰 운영한다. 하지만 여전히 매매가에 육박한 전세보증금을 받는 깡통전세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권대중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시가격 적용 비율을 120%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 또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처럼 보증보험 가입 때도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만큼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주택가격 하락기에도 임차인을 보호하는 등 깡통전세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보증보험 가입자도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HUG에서 보증보험을 새로 발급한 세대는 23만 7,797세대로 전년과 비교해 5,600여 가구 늘었다. 보험 발급 금액도 55조 4,510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서민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Pixabay
서민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Pixabay

 

검·경·국토부 협력체계 구축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 피해자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2030세대와 취약계층이 많다. 서민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대검찰청·경찰청·국토부는 지난 1월 18일 ‘전세사기 대응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협의회는 유관기관이 정보 분석과 사기 단속, 수사, 처벌까지 함께 참여해 형사절차 모든 과정에서 신속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은 전세 사기가 빈번한 수도권과 지방 거점 등 7곳에 핫라인을 만들어 사건 초기부터 신속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거점 검찰청의 전세 사기 전담 검사는 경찰의 구속의견서를 사전 검토하고, 법원의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도 참여해 주요 피의자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 역시 의심 거래와 HUG의 보증사고 자료 등을 검찰 및 경찰과 공유하기로 했다.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상존한다. ⓒPixabay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상존한다. ⓒPixabay

 

또한 전세 사기 대응 협의회는 수사는 물론 재판 과정에서도 협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세 기관은 실제 피해 규모와 회복 여부, 피해자 주거 상황을 양형 자료로 반영할 계획이다. 검찰은 피해자가 많고 피해 규모가 크다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선다. 피해 차주의 전세대출 상환유예 등 다양한 방안의 실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전세 사기 대책에는 피해 차주 대출 상환유예와 저리 대출 지원 등이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 사기가 아닌 전세대출에 대한 대책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은행권에 고정금리형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요청해 금리 인상 기간 전세자금 차주의 부담을 줄일 방책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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