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 감성 담는 교육용 장난감 기업

ⓒ 페어헤드 유한책임회사
- ‘타미야 + 레고 + 픽사 = 페어헤드’
- 글로벌 학습 및 교육 완구 시장으로 성장해나가는 기업
프라모델, 과학상자, 라디오키트, 글라이더, 고무동력기, RC카. 1980년대 완구점과 장난감 가게를 호령했던 추억 속의 장난감들이다. 프라모델은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형태가 제작되었고, 과학상자로는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창의력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다. 기계와 전자, 물리 등 엔지니어적 역량을 기르는 데도 상당한 기반이 되었지만, 그동안 아날로그라는 이름에 묶여 추억의 한 켠에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과거의 장난감들이 ‘STEM’(융합인재교육)의 열풍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령을 뛰어넘어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키트로 재조명되고 있는 이 시장을 들여다보았다.

ⓒ 페어헤드 유한책임회사
세대를 이어주는 조립식 완구(KIT)
‘STEM’은 융합인재교육으로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합친 개념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유행하고 있고, 이는 국내로 들어오며 미술(Arts)이 추가되어 다른 학문과의 협업으로 배려, 소통,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활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STEM은 학교 과목을 뛰어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통제하는 기술 세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은 STEM과 관련된 다양한 교구와 완구, 키트 등을 제작해 이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투박한 디자인에 머물러있거나 단순히 조립의 개념만을 도입해 조립 이후의 활용도에 물음표를 달게 하는 제품들이 대다수인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획력이 가미된 아날로그 조립식 완구(KIT)로 세대를 이어주는 장난감 회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이 있다는 소식에 그들을 찾아가 보았다. 천병준 페어헤드 유한책임회사(이하 페어헤드)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이슈메이커에 담아본다.

ⓒ 페어헤드 유한책임회사
반갑습니다. 페어헤드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페어헤드의 대표 천병준입니다. 페어헤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시작으로 글로벌 학습 및 교육 완구 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STEM 교육용 키트와 전자공작 활동에 관련된 학습용 완구를 공급하며 오래된 아날로그 조립식 완구(KIT)를 복원 및 개량하는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어요. 이는 ‘레트로 기술 키트베싱(kitbashing)’이라고 하는 사업 모델로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킴은 물론 다품종·소량 생산에 적합한 방식이죠.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는 아카이빙 기술이 아니라, 1960년대의 전자 키트 문화나 교육용 완구에서 사용된 아날로그 기술을 추출하고, 여기에 문화의 힘을 더해 재해석하는 리사이클링의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과학적 원리와 놀이가 병행될 때 가장 큰 효과를 거두는 STEM 교육의 특성이 있기에, 페어헤드의 이러한 사업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과학 원리는 도구처럼 이용될 때 가장 창의적으로 활용되고, 가장 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죠”
* 키트베싱(kitbashing) : 다양한 에셋을 결합하여 독창적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 모델 제작 시 소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제품 라인업은 어떻게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라디오 키트 시리즈를 중심으로 제품을 라인업해놓았습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단순한 전파 수신용 라디오가 아닌, 전파를 직접 찾아 수신할 수 있는 ‘전파 낚시 키트’와 ‘베터리 없이 작동하는 라디오 키트’, 그리고 납땜이 불필요한 ‘앰프 키트’, 조립한 라디오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리즈는 난이도별로 구성되어있기에 다양한 연령층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실제 소비자들로부터 아이와 즐겁게 만들 수 있었다는 반응을 얻고 있어요.
이후의 라인업은 AM 라디오와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금속탐지기’입니다. 금속탐지기라는 제품의 특성을 살려 ‘보물찾기’ 개념을 입힌 몇 가지 조각(토큰)을 함께 구성할 계획이며, 이 외에도 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한 모스 부호(Morse Code) 송수신기인 ‘연락 키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연락 키트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들만의 암호를 만들어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기본 원리를 이용하는 내용과 다수가 참여해 서로의 암호 코드를 해독하는 놀이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능들은 페어헤드에서 출시하게 될 모든 조립식 전자키트에 담아 소비자들이 보다 즐겁게 키트를 활용함은 물론 추억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다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일상용품을 재료로 이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키트를 만들어 상식의 틀을 깨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시리즈도 곧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페어헤드의 이러한 사업 내용이 앞으로 소비자들과 관련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면 하나요?
“교육용 기자재나 조립식 전자키트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 산업 분야는 교육 기관으로의 판매도 이뤄지지만, 결국에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이나 부모와 자녀의 놀이 문화를 위한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때문에 높게 책정된 가격이나 너무 복잡한 조립 과정, 투박한 쇼핑 환경, 그리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방법의 도입 등은 소비자들이 이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방해 요소로 작용하죠. 그래서 페어헤드는 이러한 문제점을 명확히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업계에 제시해 시장 성장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많은 이가 이 시장에 뛰어들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장 파이를 넓혀나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나아가 레트로 기술의 새로운 해석과 접근, 그리고 표현의 방식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 페어헤드 유한책임회사
창업 동기가 궁금합니다.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그저 과학실에 앉아만 있어도 좋았던 학생이었습니다. 먼지 쌓인 실험도구와 포르말린에 담긴 해부학 표본,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품 냄새들까지 말입니다. 과학반 활동을 좋아했고, 과학경시대회에 참가하며 자연스럽게 과학 키트 분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는 관심에서 머무르지 않고 저의 진로 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어요. 더 넓은 세상과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이를 보다 깊이 탐구해보고자 기초부터 심도 있게 공부해가기로 마음먹었죠. 그렇게 대학을 진학하며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물리학을 통해 여러 가지 복잡한 현상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영학 수업을 듣게 되면서 회사경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0여 년간 꾸준히 창업을 계획해왔습니다. 막연한 창업이 아니라, ‘창업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의 창업’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와 아이템에 대한 창업자의 관심은 곧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고, 여기에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더한다면 보다 오래도록 성장해나갈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죠. 그래서 제가 가장 긴 시간 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과학기술과 관련된 키트를 첫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고, 생산을 멈춘 지 오래된 키트가 많았기에 이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작 기술을 연구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으로서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증명해내고 싶었어요. 무언가를 만드는 삶과 수집하는 삶이 곧 제품 기획과 생산, 그리고 아카이브 구축과의 연결고리가 된다고 믿고 페어헤드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창업 전 저는 다양한 경험을 갈구하는 청년이었습니다. 대학 때의 경험도 있지만, 현업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의 문을 박차고 나와 농장, 가구공장, 영상제작, 조형 예술과 제품 디자인 분야 등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지금의 사업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하는 과정이었고, 자연과 직접 부딪히며 교훈도 많이 얻었습니다. 기존의 과학기술 키트가 대부분 실내 활동에 국한되었다는 사실도 느끼게 됐고, ‘자연’이라는 거대한 놀이터로 더 많은 학생을 이끌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페어헤드의 교육용 전자식 조립 키트가 실내뿐만이 아닌 외부에서도 놀이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게 됐고, 전자기기를 다루지만, 자연을 이해해야 한다는 페어헤드만의 교육 철학을 구축하는 데 주요한 원인이 됐어요. 이러한 확고한 신념이 바탕되어 있었기에 창업 과정과 지금까지 성장해오는 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아니, 느끼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네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페어헤드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다품종·소량 생산이 가능한 형태의 기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부분과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차별화된 제품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기에 빠르고 유연하게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함은 물론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죠. 그리고 유년 시절부터 조립식 완구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저였기에, 아날로그적 감성은 보존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디자인은 물론 상품의 포장과 배송의 영역까지를 세밀하게 디자인해나가고 있는 것도 페어헤드의 경쟁력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페어헤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중·장기적 비전과 계획을 피력 바랍니다.
“현재 페어헤드는 목공 혹은 틀과 모형을 이용한 주조 기술 등 다양한 공작 기술을 안전한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는 키트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후 보드게임, 유아용 완구 및 시니어 사업 영역으로도 진출해 페어헤드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넓혀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장난감 회사로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일본의 모형 메이커 기업인 타미야의 전문성과 블록 장난감 기업인 레고의 시스템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창의력을 더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발전해나가고자 합니다. 세대와 세대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며 서브컬쳐를 가진 장난감 브랜드로 성장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페어헤드의 2023년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