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차분하게 막 오른 ‘뉴삼성’ 시대
[이슈메이커] 차분하게 막 오른 ‘뉴삼성’ 시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12.0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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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31년 만에 ‘회장’ 취임한 JY
‘정면으로 위기 돌파하겠다’ 강한 의지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차분하게 막 오른 ‘뉴삼성’ 시대

 

지난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회 논의를 거쳐 만 54세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다.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만이다. 이로써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의 회장 자리도 모두 채워지게 됐다. 고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 신임 회장은 ‘뉴삼성’ 혁신을 앞세워 기술·인재 경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쥘 것으로 보인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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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김한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의결 이유에 대해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과감한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승진은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이자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지 4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자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2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승진 첫날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는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새 사령탑에 오른 만큼 ‘뉴삼성’ 혁신 방안도 머지않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초격차 기술 확보, 최고급 인재 영입·육성,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편, 수평적 기업문화 개선, 인적 쇄신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회장은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취임식은 열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일뿐더러 사실상 이 회장이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해왔고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이 회장이 사실상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해 온 만큼 별도의 취임 메시지를 여는 것이 되레 어색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미래 성장 사업 선정·육성과 조직 문화 혁신, 노사 관계 선진화, 청년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CSR)·상생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도하면서 삼성을 이끌어왔다. 또한 굵직한 투자와 채용 계획을 챙기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 준비 역시 주도해왔다. 각종 정부 행사에도 삼성을 대표해 참석했고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지정했다. 여기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 회장의 개인 성품 또한 ‘조용한 취임’의 배경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회 논의를 거쳐 만 54세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지난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회 논의를 거쳐 만 54세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삼성전자’ 재도약 가장 큰 과제

이재용 회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는 삼성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성적표가 좋지 않을 시 책임의 화살이 이재용 회장에게 쏠릴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국내 수출 성장을 주도해왔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제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 1995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수출액 100억 달러를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8년에는 900억 달러를 넘겼고, 3년 만인 지난해에는 1,100억 달러의 벽도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로 촉발된 자국 기업 보호와 무역 장벽 높이기가 삼성전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회장에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에 밀려 올해 3분기 매출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 1위 자리에서 내려올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승진 후 광주와 부산의 협력사를 잇달아 방문하며 상생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승진 후 광주와 부산의 협력사를 잇달아 방문하며 상생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더욱이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 부문 매출액은 23조 200억 원, 영업이익은 5조 1,2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약 3조 원, 영업이익은 절반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위기를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메모리는 부진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사업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 미디어 행사에서 “현재로선 감산 논의는 없다”며 “앞으로 메모리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미국 투자를 늘려 TSMC와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미국 테일러시 공장 신축과 평택 4라인(P4)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등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선제 기술을 선보이며 국내 수출 성장을 주도해왔다.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선제 기술을 선보이며 국내 수출 성장을 주도해왔다. ⓒ삼성전자 뉴스룸

 

경영권 승계 문제 확대되면 위험

이재용 회장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는 ‘사법 리스크’가 꼽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법을 어겼는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와 이런 내용이 사실일 경우 이 회장이 사전에 알고 지시한 바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자칫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확대되면 이 회장 본인은 물론 삼성그룹이 흔들릴 수도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논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 여부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는데, 검찰은 삼성이 이 회장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이재용 부회장(17.97%)에 이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진다. 두 회사의 합병 계획이 나온 2015년 당시 2014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이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었다. 하지만 제일모직 지분은 23.3%로 부친인 이건희 회장(3.44%)보다 많았다. 제일모직의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삼성물산이 낮은 평가를 받을수록 이 회장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1주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계산됐는데, 검찰은 이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당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삼성물산에 자신들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요구하자 회사 측은 주식매수가격을 1주당 5만 7,234원으로 제시했고, 이에 불복한 삼성물산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책정됐다며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지난 4월 대법원은 해당 가격이 너무 낮게 평가된 것이라며 6만 6,602원이 적당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사법 리스크’는 이재용 회장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 뉴스룸
‘사법 리스크’는 이재용 회장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분식회계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 말 기준 제일모직이 45.7%의 지분을 가진 핵심 자회사였는데, 이 회사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을수록 제일모직의 가치도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부채를 감추며 가치를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논란으로 인해 이 회장은 삼성 불법 승계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매주 목요일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은 부당 합병 의혹과 회계 부정 의혹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2심에서 삼성물산이 이재용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을 부진하게 했다거나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출 의도로 주식을 매도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므로 이를 판단 근거로 삼은 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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