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쇼어링 정책,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
기업 리쇼어링 정책,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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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기업 리쇼어링 정책,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

 

리쇼어링으로 제조업 부활시킨 미국 통해 교훈 얻어야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각국은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리쇼어링’ 정책은 효율적인 경제 부양책 중 하나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리쇼어링 정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한국형 리쇼어링’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간판 기업들의 자국 귀환을 통해 제조업을 일으키고 고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리쇼어링 정책의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짚어봤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탄력받아


리쇼어링(Re-shoring)이란 기업의 해외 진출을 뜻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으로, 생산비와 인건비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기업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리쇼어링은 지난 2013년부터 세계적인 경제 트렌드로 떠오르게 됐는데, 현재 리쇼어링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등을 제시하며 대대적인 리쇼어링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리쇼어링을 통해 세계의 경제 패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인 ‘캐터필러’는 일본에서, ‘포드’는 멕시코에서, 그리고 ‘인텔’은 중국에서 각각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돌려왔다.

 
그간 중국에서는 기기만을 조립할 뿐, 중요한 것은 실제 제품 설계를 누가 하느냐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애플 역시도 리쇼어링 대열에 합류한지 오래다. 애플은 지난 2013년, 전문가용 데스크톱 컴퓨터인 ‘맥 프로’ 신형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리쇼어링 움직임에 힘입어 최근 2년간 미국 내 리쇼어링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2만 5,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미국으로 중심으로 리쇼어링 정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이유는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쉽다. 199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에서 IT와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써왔다. 애플 본사는 아이폰을 기획하고 그 제품은 중국의 선전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이었다. 미국에서 공장이 떠나자 안정적인 고용창출 기반이 흔들렸고. 미국의 경제도 활기를 잃었다. 무엇보다 미국이 제조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 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경제 위기 속에서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고용률이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 제조업 비중이 낮은 국가는 고용률이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2009년 대비 2011년 고용률 차이를 살펴보면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2.2%, 일본은 0.7%가 증가했다. 이에 반해 제조업 기반이 약한 스페인과 미국, 영국, 프랑스는 고용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중국의 가파른 임금 상승률과 물류비용의 증가, 기술유출 위험성 등이 나오면서 제품의 해외생산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적을 수 있다는 인식도 한 몫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BCG에 따르면 2000년 중국 근로자 임금이 미국의 3%에 불과 했지만, 2005년 4%, 2010년 9%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17%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애플은 제조업도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애플의 성공을 보기 전에는 하드웨어가 이윤이 낮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애플은 이를 보기 좋게 뒤엎었다. PC 한 대 이익이 78달러(약 7만 8,000원)인 반면에 아이패드 한 대로 얻는 이익은 무려 195달러나 됐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 고용 100만 명 창출’ 공약을 위해 자국에 돌아오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법인세 상한선을 35%에서 28%로 낮췄고,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25%의 특별세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반면 해외로 나가는 기업에 대한 감세조치는 철회했다. 해외에 공장을 갖고 있던 미국 기업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이전비용의 20%를 지원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리쇼어링은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자국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데도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서만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들을 향한 국민들의 여론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리쇼어링,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 

리쇼어링 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고자 선택한 돌파구는 제조업의 부흥이다. 미국은 해외로 이탈했던 제조업이 돌아오면 일자리가 늘어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고 이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리쇼어링은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리쇼어링은 세계 제조업 지형도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대량 생산에서 근거리 생산으로 바꾼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리쇼어링에 대해 앞으로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서 꾸준히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리쇼어링은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대형 제조업체들이 저임금국가인 중국과 동남아시아로부터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가치가 있는지 비용효율성을 고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제조업계는 리쇼어링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생산해 선진국에 물품을 공급하던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발전과 함께 고임금과 고물가를 겪고 있어 더이상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공장들은 일부 미국으로 이전하고, 일부는 저임금 생산국가로 이전하는 추세다. 리쇼어링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일어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에 과자를 팔기 위해 중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고 미국에 자동차를 팔려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직접 만들어 공급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임금 국가에서 부품을 조립해 만든 차를 수출하는 것은 20세기 패러다임이지만, 21세기의 제조업은 수요처에 공장을 만들어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조립해 파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통과 운송, 전력 등 비용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 및 혁신을 위한 제조업체연합(MAPI)의 클리프 월드맨 위원장은 “리쇼어링은 시장이 있는 곳, 수요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며 제조업체는 함께 모이는 특징이 있고 거리의 근접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리를 이루는 곳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사례에서 배우는 한국형 리쇼어링


미국은 오바마 대통형 취임 이후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슬로건으로 하는 신제조업 부활을 선언했다. 그 핵심에는 리쇼어링 정책이 있었고, 제조업 혁신을 위해 해마다 10억 달러를 투입하는 국가네트워크(NNM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한편, 3D프린팅 등 유망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갔다. 그 결과 중국과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 백 개의 기업이 돌아오고 창의적인 혁신형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금융과 IT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미국 제조업은 다시 한 번 금융위기에 빠진 미국경제를 구해내며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일본의 도요타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생산하던 캠리와 렉서스 일부 차종을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닛산, 혼다 등도 미국, 멕시코, 중국, 베트남 등의 생산기지를 본토로 유턴했다. 일본 전자 업체인 파나소닉 역시 전자레인지와 에어컨, 히타치가 에어컨 등의 생산지를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반면에 ‘한강의 기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국내 제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무려 10%를 넘나들고 있지만 중소제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극심한 내수부진과 수출 감소,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국내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미국과는 반대로 제조업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조업의 달라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이 해외에 직접 투자하는 규모가 늘면서 국내 양질의 일자리가 연간 2만 4,000여개 이상 사라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현지시장이나 제3국 진출을 위한 투자가 늘어난 데 반해 국내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여서 국내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의 리쇼어링 정책은 허울뿐인 ‘찬밥 신세’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을 위한 경제특구 설치와 지원 확대를 20대 총선 공약으로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국내 유턴기업에 대한 전용 보조금은 없고 지원 절차마저 이원화돼 있다. 이른바 한국판 리쇼어링 붐을 일으키겠다는 정치권의 계획은 빛 바랜 청사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 ‘유턴기업지원법(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해외에 사업장을 운영하다 지방에 정착하는 기업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입지와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복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은 유턴 기업은 2013년 37개, 2014년 16개, 지난해 말 기준 8개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그마저도 돌아온 대기업은 없고 신발, 보석가공업체 등 중소업체들 뿐이다. 정작 정부의 지원만 믿고 국내로 발길을 돌린 유턴 기업들은 불만도 높다. 이같은 혜택이 유턴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턴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청산하는 데는 4년 이상 걸리고 신규 사업장 증설 부담도 크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최근 열린 경제 포럼에서 “선진국이 리쇼어링 정책 등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데 반해 한국은 ‘메이드인 코리아’에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로의 정책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생산방식·제품 및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 제조업 신 트렌드 적응에 한계를 나타낸다”면서 “생산시설의 해외이전과 같이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단기적 가격경쟁력 확보 정책을 지양하고, 더 나아기 기존 세제혜택 지원에 더해 규제·기술·인력 등과 정책패키지 형태로 지원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제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같은 ‘제조업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교훈으로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제조업 혁신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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