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에 돌을 던지자
‘그들만의 리그’에 돌을 던지자
  • 심가현 기자
  • 승인 2011.12.23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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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유치원’ 등 시사풍자프로그램 인기 끌어
[이슈메이커=심가현 기자]

[Zoom In]

예능프로그램의 시사풍자

 

[이슈메이커] 최근 KBS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 풍자개그로 현실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 예능시청률 1위를 장악하면서 연일 그들이 내는 말투와 언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시사풍자코미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풍자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사풍자코미디 재등장에 시청자 열광

KBS2TV 개그콘서트의 한 프로그램인 사마귀유치원의 나영이는 커서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자 진학상담선생님 ‘일수꾼’인 최효종이 해법을 일러줬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 어렵지 않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3개의 대학(서울․연․고대) 중 하나에 들어가면 돼요. 이렇게 대학에 들어가면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2억원이 드는데 부모님께 받아쓰기에 미안하면 편의점에서 10시간씩 시급 4,320원 받고 숨만 쉬고 일만 했을 때 1년간 꼬박 일하면 1년 학비가 생기고, 1년 공부하고 1년 알바를 반복하면 8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게 돼요. 어때요? 쉽죠?”

이 외에도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선 6개월간의 어학연수와 면접을 위한 성형수술이 필요한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편의점에서 숨만 쉬고 바코드를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른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탄생한 사마귀유치원은 비판적 사회현실을 풍자해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하!’하며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사마귀유치원에는 세 명의 선생님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고충을 풍자하는 진학상담선생님 ‘일수꾼’과 우리사회에 팽배한 외모지상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구연동화선생님 ‘쌍칼’, 그리고 도박, 폭력과 같은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다룬 바른생활선생님이 있다. 이들은 민감한 사회현실을 꼬집으며 뼈있는 웃음을 전달한다.

 

같은 프로그램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코너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한 시스템과 틀만 갖춰놓은 체계적이지 못한 사회 지도층들의 태도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해 인기를 끌고 있다. 비상사태로 인해 10분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상황에서 사회 지도층들이 사무실에 앉아 갖은 핑계를 대며 불만을 털어놓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원인은 국민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만을 대신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나는 꼼수다(일명 나꼼수)또한 인터넷 시사풍자 토크프로그램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꼼수는 딴지총수 김어준과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진행하며 다소 과격한 언어들을 사용해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코믹한 음모이론으로 풀어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도준호 교수는 “이러한 시사풍자코미디가 재미와 더불어 기존 언론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 실망하는 부분에 대해 대신 만족시켜주는 부분이 인기의 원동력인 것 같다”며 “이제는 개그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웃음 뒤에 씁쓸한 현실 안기는 무한도전

주말예능프로그램의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무한도전은 시사풍자개그의 제 1인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외된 계층과 비인기 종목 등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부분을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동시에 ‘무한상사’편의 회사원들의 현실적인 사회생활과 ‘쩐의전쟁’에서 대학등록금, 청년실업문제를 다루며 간접적으로 우리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29일 ‘짝꿍특집’ 편에서는 정형돈이 짝을 찾지 못해 화를 내자 “남자가 쩨쩨하게 불복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는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박원순 후보가 안철수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나경원 후보가 “남자가 쩨쩨하게”라는 발언을 한 것과 맞물려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무한도전의 자막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 8의 멤버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멤버들의 모습을 더 과장해 웃음을 자아내게 함을 물론이고 사회 현실을 꼬집는 자막을 내보내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자막을 통한 현실풍자는 ‘TV전쟁’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1월 19일 무한

도전의 방송은 멤버들에게 카메라를 할당해 자신의 방송을 지켜 최후까지 살아남는 승자에게 TV수신료가 주어진다는 포맷으로 12월 1일 종편 채널 개국으로 인해 공중파가 겪을 경쟁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유재석TV와 하하TV가 멤버들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았고 그들에게는 저녁 8시 광화문에서 생방송으로 한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선보일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준비과정을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내실 있고 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유재석TV와는 달리 하하TV는 프로그램 구성은 뒷전에 두고 송중기, 소녀시대 써니 등 톱스타 섭외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반에는 톱스타 섭외로 인한 반짝효과로 하하TV에 시청자들이 몰렸지만 결국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안겨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유재석TV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방송이 끝난 후 무한도전의 시청자게시판은 시청소감으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럭키누나’라는 닉네임을 가진 네티즌은 “무한도전의 종편풍자처럼 앞으로도 웃음 속에서 사회에 쓴소리를 던지면서 오래 있어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것이 우리 TV에 들어올 현실에 웃기면서도 씁쓸함을 안겨준다”고 전했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은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된 추격전을 통해 전전긍긍해하는 방송사들의 모습을, 살아남는 두 방송국의 모습을 통해 방송사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점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셈이다”라며 “‘전파’라는 한정된 자원에서 조금이라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선정적인 화면과 범람하는 간접광고, 허위 마케팅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현재 방송사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코미디를 코미디로 못받아들이는 한국사회

‘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11월 17일 무소속 강용석의원이 KBS2TV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에 출연중인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했다.

 

형사고소의 이유는 ‘국회의원 집단모욕죄’였다. 최효종은 사마귀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 여당 수뇌부와 친해져 집권 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발하면 되는데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를 찾아가면 된다”며 “선거유세 때 시장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번 먹으면 된다”고 말하며 풍자개그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에 강 의원은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며 형사고소를 한 상태이다.

 

이러한 강 의원의 고소는 현재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개그맨 남희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치인 가운데 희극인 대상을 노리는 분이 계신 것 같아 라이벌이 너무 많다”며 “혹시 내 후배 가운데 개그 때문에 벌금이 나오게 된다면 전액 내가 내줄테니 맘 놓고 하던 것 하라”고 이번 고소사건을 조롱했다. 개그우먼 김미화 또한 트위터에 “국회의원 모역죄로 고소했다면 우리도 맞고소하자”며 “국회의원들이 뻑 하면 ‘코미디 하고있네’라고 말하

는데 이는 코미디언은 모욕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그맨 노정렬은 한 언론을 통해 칼럼식의 글을 남겨 “참으로 개그맨해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 개그맨보다 더 웃긴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고 풍자 좀 했다고 일일이 고소고발을 해 오니 귀찮고 치사하고 찝찝하다”며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시도지사 등의 정무직 공직자들은 늘 국민의 잔소리와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왜 비판받는지 겸허히 귀담아 듣고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이번 사건을 비난 한 것은 개그만 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월 20일 MBC TV 뉴스데스크의 최일구 앵커는 미국인의 정치인 풍자개그 소식을 전하며 “정치인이 풍자개그맨 고소해서 진짜 개그라는 소리가 나온다”며 “미국은 성역 없이 대통령까지 풍자대상으로 오바마는 고소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번 고소가 오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또한 “이번 고소가 한나라당에 대한 악재”라고 밝혀 강용석 의원이 한나라당의 소속의원으로 활동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드러냈다.

 

이번사건은 지난 11월 23일 형사4부의 지시에 따라 영등포경찰서 경제팀에서 맡아 수사에 착수했으며 경찰관계자는 “집단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적인 검토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수사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사풍자코미디는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한때 ‘회장님 회장님’, ‘네로25시’ 등 정치인 성대모사, 각종 시사풍자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그 후 풍자프로그램이 심화된 방송검열, 정치권의 외압에 못 견디고 사라지던 중 최근 들어 다시 ‘사마귀유치원’, ‘나는 꼼수다’ 등이 재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속이 후련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박진규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다 보니 현실에 쌓인 불만들을 토해내는 시사풍자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러한 인기는 국민들의 사회적인 불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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