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지속가능한 식물자원 기반의 친환경 신소재 개발
- 탄소중립, ESG 실천을 돕는 친환경 소재 기업
- 비화학, 경제적 공법의 특허 기술로 CNF 대량생산 체제 갖추다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각광 받는 소재 기술. 첨단 소재를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성패와 패권의 향방이 갈린다. 전 세계 전반에서 ‘신소재 개발 전쟁’이 한창인 이유다. 대한민국 역시 소재 기술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쏟으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한창이다. 적은 인구수와 넓지 않은 국토면적이라는 패널티를 극복하고 소재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이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서 포착되고 있다.
케나프(Kenaf·양마)에서 발견한 미래 신소재의 희망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경제 선진국에서는 재생이 가능하고 생분해될 수 있는 바이오 복합재 연구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발표된 ‘파리협정’ 이후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121개의 국가가 가입하고 다양한 친환경 대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바이오 복합재나 바이오 신소재의 개발 역시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끊임없는 R&D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개척해야 할 소재와 성분은 너무나 많다. 최근 천연자원 식물인 ‘케나프’(Kenaf·양마)도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케나프는 1년에 3m~5m까지 자라나는 1년생 작물로서 경제적 기대 가치가 매우 높고 각종 산업 전반에 활용되며 기후 위기 대응과 경제적·공익적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성장이 빠르다 보니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월등히 높아 이산화탄소 총량 중립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미세먼지 발생 억제와 물 정화, 토질 정화 능력도 우수하다. 가축 사료, 친환경 비료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고, 물만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하기에 재배의 편의성도 매우 높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케나프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재배 농가가 많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역시 제한적이다. 해외에서는 섬유 펄프와 바이오 복합소재 등의 제품을 만드는데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의 한 친환경소재 스타트업이 국내산 케나프에서 수득한 셀룰로오스(Cellulose)를 나노화하여 CNF(Cellulose NanoFiber·나노셀룰로오스)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화학적 처리가 아닌 비화학적 처리 기술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나가고 있는 주식회사 모빅신소재기술의 송인갑 대표를 이슈메이커가 조명해보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친환경소재 스타트업을 이끌고 계십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주식회사 모빅신소재기술(이하 모빅)의 대표 송인갑 입니다. 현재 모빅은 식물의 구성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쇄, 분산, 균질화하여 만든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즉 바이오매스 유래 신소재를 개발해 고도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쉽게 말씀드리자면 지속가능한 식물자원 기반의 친환경 신소재인 CNF(나노셀룰로오스)로서 이를 복합소재로 사용하게 되면 무게는 가볍지만 철보다 다섯 배 강한 소재가 되고, 인장강도뿐 아니라 흡수성과 결합력 및 분산성 등이 크게 향상되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친환경, 고 흡수 소재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휘는 소재, 복합 소재, 대체 소재, 특수 소재 등으로 활용됩니다. 다시 말해 CNF는 어느 한 분야에만 적용되지 않고 매우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첨단소재이며 천연자원을 활용한 소재로써 소재 산업의 활성화와 다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죠”
CNF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소재라 생각되는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R&D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국가 전략소재’로 지정할 정도로 CNF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장의 성장 역시 단적으로 2008년 이전까지 CNF 관련 특허가 연 20건 미만에 머물렀지만, 2010년 이후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해 2019년에는 연 150건 이상이 출원될 정도로 매우 가파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Marketsandmarkets는 2025년 CNF 시장을 1조 원 규모로 전망했고, Future markets의 ‘The Global Market for CNF’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CNF의 생산량이 2032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16.9%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죠. 이렇듯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경쟁력 있는 생산단가가 형성되지 않아 화학적 처리, 혹은 고전력을 사용한 공정으로 인해 대량생산이 어려운 고급 원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모빅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해 탑다운 방식의 저온순환 공정을 개발하여 화학 처리 없이 기계적 처리만으로도 CNF의 제조시간 및 생산단가를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비화학, 저에너지 제조공법과 제조 장치에 관한 특허 등록을 비롯해 3건의 특허 출원, 그리고 1건의 PCT를 출원해 기술적 보호 조치를 마련했으며, 기존의 기계적 처리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비용 절감뿐 아니라 양질의 나노화된 섬유질을 구현해냈습니다. 이러한 모빅의 제조 기술은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의 ‘국내·외 나노기술 최신 동향’으로 소개됨은 물론 2022 Weconomy 스타트업 챌린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해보이기도 했습니다”
활용 범위가 상당히 넓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섬유 형태로 정제 및 가공한 셀룰로오스라는 재료에 모빅의 혁신공정이 더해져 생산된 CNF는 다양한 산업에 대체소재 및 복합소재로서 가공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현탁액(1~4wt%) 또는 건조(CNF 파우더, 혼합 파우더) 형태로 공급됩니다. 현탁액의 경우 화장품, 고강도 박막필름, 코팅제, 친환경 페인트, 관수식물 토양 보습제, 과수봉지 등으로 활용되며, 파우더의 경우 응집과 수축을 최소화하여 재해리성이 높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필름, 비닐용 마스터배치, 경량강화 내외장재, 의료용구, 특수섬유(방탄복), 고흡수제(SAP), 친환경 타이어, 매트(차음, 안전) 등의 분야에 활용 됩니다. 이들 모두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의 요구가 많은 분야이기에 수출에도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빅은 이 방대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기술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는데요. 창업 초기부터 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R&D 과제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연구과제 및 행정안전부 주관의 지역균형뉴딜 우수사업 등에 연이어 선정되어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창업 전부터 연구직에 종사하거나 연구 활동을 직접 해왔었나요?
“대부분 모빅의 기술이나 저와의 만남을 처음 갖는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인데요. 저는 R&D분야에 종사하긴 했지만 직접 개발을 하는 연구원 출신은 아닙니다. 저는 과거 22년간 제조기업의 기술사업화를 위한 전략 수립 업무를 도맡았으며, 25개국을 대상으로 시장개척(B2G, B2B) 활동을 펼쳐왔고, 약 3년간 요르단에 주재하면서는 중동지역에 한국 기술을 보급하는 업무를 담당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 전력부 기술자문(국가 조명 교체 프로젝트)과 하나금융티아이 사업기획 자문위원, 서울시 창업스쿨(SBA) 사후지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이후 국내 중견 소재부품 기업의 전략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기술을 요하는 프로젝트 설계와 기술 세미나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저는 수년간 기술과 비즈니스를 융합하는 일에 전념해온 것이고, 이러한 경험이 무기가 되어 기술기반의 창업 또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CNF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되었나요?
“지인의 소개로 CNF 제조 기술 개발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소개받았던 연구원은 연구실 단계에 머물러 있는 CNF 제조기술을 상용화 하고 싶어 하는 과정에 있었는데요. 처음 CNF를 접한 저는 고개를 저었었습니다. 너무나 높은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첫 만남에서의 제안은 고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의식과 탐험 욕구가 많았던 저였기에, 홀로 CNF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4개월이 지날 무렵, 대부분의 소재는 어느 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반면 CNF는 매우 다양한 산업에 적용된다는 점에 매료되었고, 저의 역량을 이에 녹여낸다면 사업화가 가능하리라는 판단과 확신이 들었지요. 그리고 저는 그 연구원을 다시 만나 서로의 아귀를 조율해나가기 시작합니다.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고, 본격적으로 합을 맞추며 사업을 구체화 시켜 상용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업화를 결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 빌딩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결단이 필요한 시기였죠. 서로 간의 입장차이가 있었지만, 이를 원만히 해결하고 다시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달려가려는 길이 길고 긴 터널이었을 줄은 몰랐었어요. 손에 드릴을 쥐고 끝 모를 터널을 뚫는 느낌이었습니다. 옆에서 손을 잡아준 동료들이 없었다면, 터널을 뚫어내지 못했으리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고배율의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CNF의 나노스케일 그물망 구조를 확인하게 됩니다. 비화학, 저비용으로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결과물이었기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샴페인을 터트리지 않았어요. 상용화와 실용화에 더욱 가까워지고자 시장에서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다듬고 기술력을 고도화시켜나갔습니다. 산을 하나 넘을 때마다 지금 넘은 산 뒤에는 더 큰 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저와 팀원 모두가 공감하고 대비해 나갔기에 가능했었어요. 그 결과 지금은 국가 연구개발과제 수행은 물론 대기업과의 PoC(개념 증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신념으로 기업을 이끌어나가고 계신가요?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할 때면 제가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무한 확장을 하지 않고, 어느 시점에서는 회사에서 성장한 이들이 독립하여 더 큰 무대로 영역을 넓힐 수 있게 하는 곳이 되고 싶다’라는 말이죠. 회사에 뼈를 묻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회사도 구성원도 모두 가치 있는 결실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쉼 없이 달려가는 곳이죠. 그렇지만 달려가는 과정마다 만나는 한명 한명의 삶도 소중하기 때문에 저는 양적성장과 더불어 질적성장도 매우 중요시 합니다. 목표를 이루되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함께 즐기며 자발적 ‘워라벨’을 조성할 수 있는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저의 소명(疏明)입니다”
앞으로 모빅의 비전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빅의 비전은 명료합니다. 전 세계에 ‘한국에도 이렇게 훌륭한 소재 기업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CNF라는 신소재가 좋은 소재를 넘어 널리 사용되는 가치 있는 소재가 되어 지속가능한 내일을 열어 가게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CNF의 국제 표준을 모빅이 담당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며 매진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모빅이 터널을 지날 때 빛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게 도움을 주신 마그나인베스트먼트의 이석배 부사장님께도 감사함을 표합니다. 소재 국산화를 이루어내고 신기술로 신소재를 만들어 신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모빅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