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푸틴 ‘핵 위협’에 유럽 긴장감 최고조
[이슈메이커] 푸틴 ‘핵 위협’에 유럽 긴장감 최고조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11.01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이나 4개 주 강제 병합으로 전쟁 새 국면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푸틴 ‘핵 위협’에 유럽 긴장감 최고조

 

러시아군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4개 주의 강제 병합이 이뤄지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러시아가 이 지역을 편입한 뒤, 이곳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핵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Pixabay
ⓒPixabay

 

푸틴 “모든 수단 동원해 영토 지킬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연일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러시아가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 등 동남부 4개 주를 합병한 이후 10월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더 강력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에 따르면 계엄 선포 지역의 당국자는 평상시보다 훨씬 더 강한 권한을 갖게 되며 사람들의 이동, 모임에 대한 더 엄격한 통제와 검열을 실시할 수 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핵 사용을 위협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방부는 예비군 30만 명을 소집한 상태인데, 러시아의 동원령은 소련 시절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를 파괴하면 핵무기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도 영토 보존이 위협받을 때, 당연히 영토와 국민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지를 반격할 경우 러시아가 이를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특단의 조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를 합병하는 서명식 연설에서도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면서 “미국은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핵 사용을 위협한 바 있다. ⓒPresident of Russia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핵 사용을 위협한 바 있다. ⓒPresident of Russia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핵심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영토 일부를 거주 불가능한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전술핵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대의명분이 부족했던 러시아가 이제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의 합병 조약을 통해 ‘자국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근거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6일에는 핵 타격 훈련을 내세워 3대 핵전력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했다. 이번 핵 타격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해 연례 핵 억지 연습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실시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와 이 지역에서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최근 들어 연일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dirty bomb)’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최근 들어 연일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dirty bomb)’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연일 ‘더티 밤’ 가능성 주장하는 러시아

여기에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최근 들어 연일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dirty bomb)’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10월 23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가능성을 처음 거론했고, 다음날 바실리 네벤쟈 유엔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를 안건으로 다룰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뒤이어 25일에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가세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거짓 깃발(false flag)’ 전술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력한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할 핑계를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소행을 주장하면서 더티밤을 터트리는 등의 위기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전술은 러시아가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주민 지역에서 대량 학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또 3월에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함께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려 한 증거를 입수했다며 공세를 강화하기도 했다.

 

또한 주변을 방사성 물질로 오염시키는 더티 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터질 수 있다는 위협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의 지원 의지를 약하게 만들려는 위협이라거나,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판을 깎아내리기 위한 술책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중인 러시아가 국내 비판 여론을 돌리기 위한 주의 분산용 책략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만약 전략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만약 전략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정보 수집 대폭 강화하는 미국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여지는 아직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체코 프라하 카를대 안보학과 미할 스메타나 교수는 온라인 안보 전문매체 ‘복스폿’ 기고 글에서 “앞으로 러시아의 패배를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확률이 높고, 만약 푸틴이 이를 자신과 정권 유지에 대한 위협으로 여긴다면, 이를 모면하기 위해 핵무기를 고려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로 인한 정치적 대가가 너무 크다”고 봤다.

 

물론 러시아가 핵 공격을 진행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과학자협회 통계에 의하면 러시아가 현재 대륙 간 이동이 가능하고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는 총 1,500개에 달한다. 여기에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의 약 6배의 화력을 가진 전술핵무기는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미국보다도 많은 수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핵탄두들을 보관소에서 비행기나 로켓, 선박 등 발사 가능한 시스템으로 이송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정보활동을 통한 관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영국의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나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모니터링을 통해 사전에 탐지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모든 군 관료가 푸틴의 결정을 순순히 따를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핀란드의 군사 전문가 페카 토바는 현지 매체에 “푸틴이 누를 수 있는 빨간 버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면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면 러시아 국방장관을 포함해 군대 내 일련의 장군들의 승인이 있어야 필요한 절차가 준비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상업용 위성까지 활용하는 등 정보 수집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Pixabay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상업용 위성까지 활용하는 등 정보 수집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Pixabay

 

더욱이 핵 사용을 강행했을 때 그간 러시아의 침공에 침묵을 지켜온 국가들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트 소비에트’ 안보 전문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의 게르하르트 망고트 정치학 교수는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해온 중국과 인도를 포함해 아프리카·중동·남미·동남아의 수많은 국가와의 관계가 냉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푸틴 대통령의 핵 사용 명령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상업용 위성까지 활용하는 등 정보 수집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군사 시설이나 도시 또는 황무지 등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항전 의지를 꺾고 서방의 지원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은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할 경우, 상당히 위험해지고 무모해질 수 있다”면서 “푸틴의 모든 것을 동원한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더티 밤’ 사용 가능성과 관련, “만약 전략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