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한 정부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한 정부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3.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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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한 정부

총선 앞두고 출범함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016년 1월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정책도 중요하지만 적폐와 부패를 척결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가 이뤄진지 불과 며칠 후 검찰 내 신설 태스크포스(TF)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폐지된 대검 중수부가 규모를 약간 줄여 사실상 부활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임기 4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가 ‘사정(司正)정국’ 국면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6 시작과 함께 화두에 오른 부정부패 척결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역점과제로 ‘부정부패 척결’을 말했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부패척결’을 강조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철마다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매번 고강도 ‘사정 정국’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정재계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부정부패 척결을 이루지 못했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본격적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했지만 당시 성완종 경남기업회장이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준 명단인 일명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역풍을 맞게 됐다. 8개월 가까이 진행됐던 포스코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정치적 사정이 아니었냐는 비난 속에서 끝을 맺었다. 앞서 두 번의 사정에 실패한 현 정부는 지난해 12월 김수남 경찰총장을 선임하며 새롭게 진영을 갖췄다. 박 대통령의 발언 다음 날인 6일, 검찰은 서울고검에 반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조직했다. 반부패특수단은 검찰총장이 직접 관할하는 수사조직으로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로 채워졌다. 이를 두고 과거의 ’대검 중수부‘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정정국이 등장한 시기는 1990년이다. 당시 집권했던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 3년차 힘을 잃었었다. 대통령의 영(令)이 잘 안 섰었고, ‘물 태우’란 별명까지 듣던 상황이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 ‘대통령 특명사정 반’을 설치했다. 민정수석이 관장하는 인원만 54명이었고, 특명사정 반은 정치인도 사정대상이라는 걸 감추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3당 합당으로 대통령이 주도권은 쥐고 있었으나 집권 권력은 나뉜 상황을 타개하려 공개리에 사정반을 설치한 측면이 강했다. 당시 사정정국은 시작은 거창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봄에 특명사정 엄포를 놓던 노 정부는 가을에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3년차 기강 다잡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권력이 점점 당시 김영상 후보에게 기울던 참이라 별반 효과가 나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DJ) 대통령도 취임 초 대대적 사정작업을 벌였다. DJ정권은 IMF를 극복할 수 있는 개혁을 내걸고 정치인 관료 경제인 비리를 국가존립 저해범죄 차원에서 다스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짧고 굵게 비리만 손본다’고 말했지만, 1997년 대선의 세풍(楓風)과 총(銃風) 수사가 맞물리며 나라 전체에 비상이 켜졌다. DJ정부는 1999년에도 제2사정정국을 공언했다. 청와대대변인이 나서 “경제를 회복시켜도 깨끗한 사회가 되지 않는 한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며 부정부패 척결사업을 지속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이는 이른바 ‘옷 로비 정국’에서 탈출하기 위한 꼼수로 비쳐져 국민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벌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시골에 있는 전직 대통령을 서울 검찰청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사건은 진전됐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이 투신자살하는 상황이 발발했다. 한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사정정국 역사 상 가장 최악의 결말”이라고 주장했다. 

 

사정정국의 첫 타깃 누굴까?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 1월 13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김기동 검사장이 단장을 맡았고, 주영환·한동훈 부장검사가 각각 1·2팀장의 자리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1팀은 공무원 등의 정관계 비리를 담당하기도 했고, 2팀은 대기업 등 경제계 비리에 집중해 수사할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내부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역할 구분 없이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대검 중수부는 권력형 비리수사를 전담하면서 정치인들에게는 ‘저승사자’로 통했다.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장영자 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 씨 비리사건, 이용호 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이처럼 중수부 수사는 그동안 내로라하는 권력층 인사들을 처단함으로써 ‘성역 없는 수사’의 대명사로 비유됐다. 하지만 표적 사정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정치 검찰’의 오명을 받아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당시 중수부는 폐지됐다. 정부는 이번에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도입하면서 앞서 이뤄졌던 중수부의 단점을 완화하기 위해 정치인 사정여부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분야에 부정부패로 인한 낭비가 없는지 조사하겠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국민세금이 잘못 쓰이는 분야를 중심으로 낭비를 줄이고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수남 경찰총장은 김기동 단장의 직보를 받으며 첫 수사 타깃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특별수사단이 어디에 활을 겨누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기업보다는 공직자나 공기업, 정치권이 타킷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을 건드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공직비리나 공기업, 정치권 수사가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검찰 인사에서 눈여겨 볼 점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활약하던 특수, 공안 부장검사들을 주요 지방의 특수, 공안부장으로 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중앙지검 임관혁 특수1부장이 부산 특수부장으로, 배종혁 특수4부장이 대구 특수부장, 문홍성 방위사업합동수사단 부단장이 대전 특수부장으로 임명됐다.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지역에는 공안통들이 내려갔다. 김신 공안2부장이 대구 공안부장으로, 이문한 공공형사부장이 광주 공안부장으로 선임됐다. 보통은 선임 부장들은 형사부장이나 지청장을 맡은 관례를 벗어나 지방의 수사력을 다잡겠다는 의지가 내비쳐지는 부분이다. 이처럼 검찰은 일사분란하게 진용을 갖추면서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하고 있다. 특수통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에 거는 기대가 안팎에서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검찰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잘 풀리지 않거나 사고가 날 경우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정책도 중요하지만 적폐와 부패를 척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밝지 않은 재계와 정치적 중립 갖춰야 하는 검찰

이번 사정정국에 대해 재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사정정국의 방향이 각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로 ‘설(舌)’로만 떠돌던 대기업 사정은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구체화됐었다. 동부그룹과 신세계가 리스트에 올랐고, ‘다음 후보는 ○○’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한화그룹, 노무현 정부는 2005년 두산그룹을 상대로 대대적 수사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우선 재계는 정치권의 입장을 수용해 따라갈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입장에 반할 경우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한 기업 마케팅 부장은 “정권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라며 “정부의 입장을 수용해야 기업이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패 청산 카드를 꺼내들며 검찰을 통해 기강을 다잡는 방식은 이번 정권에서 수차례 반복돼 왔다. 그 때문인지 올해 박 대통령이 선언한 사정정국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권 초반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고 주장한다. 그동안 부정부패 척결이 검찰이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움직이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수사의 긴박감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 농협, KT&G 등의 수사도 청와대 하명으로 여겨져 소리만 요란했을 뿐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초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취임 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개발·방위사업비리)을 지목했다가 역으로 본인이 비리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기도 했다. 
 

올해 총선이나 내년 대선에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모 부장검사는 “검찰이 몇몇 군데를 수사하면 공직사회나 재계의 기강이 잡힌다고 믿는 것은 과거 정권에서 통용되던 상당히 오래된 사고방식이다”라며 “부정부패 척결의 선의도 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기 때문에 종종 사고가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임을 상기해야한다. 부패수사라는 명목으로 특정 정치세력에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을 이루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할 부분이 부정부패 척결인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도 매년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실패사례에서 보듯 정확한 분석과 실행이 필요하다. 이번 부정부패를 위해서는 김수남 경찰총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김 총장이 이번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치적 중립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 총장 자신이 이미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본인 체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가 있어야 올바른 사정정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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