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미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미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2.09.13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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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뿐만 아니라 FBI, NSA, DHS 등에도 선택받은 기업
자유분방하지만 냉철한 사업관 지닌 승부사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미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으로 꼽히는 회사이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벤처투자사가 투자한 회사. CIA를 비롯해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국토안보부(DHS) 등 미국의 정보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거느린 회사. 미국에서 가장 비밀에 싸여 있는 회사로 알려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기업을 이끄는 알렉스 카프 CEO를 이슈메이커가 조명해보았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CEOⓒ World Economic Forum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CEOⓒ World Economic Forum

 

‘데이터 분석’으로 시장 이끄는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이하 팔란티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기업으로서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실적 발표 당시 향후 5년간 연 30%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 전했고, 현재까지도 그 약속은 지켜져 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최근의 이슈인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팔란티어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팔란티어가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용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서비스인 ‘파운드리’가 기업의 공급망과 생산체계를 최적화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동일한 형태의 정부용 서비스인 ‘고담’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팔란티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으로 인해 현재와 같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기존 고객의 이탈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가 역시 안정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데이터 분석’이라는 분야는 앞으로 경제를 구성함에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에 팔란티어의 행보에도 호재가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로 퍼져가는 팔란티어 DNA

“팔란티어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일을 하는 대규모 기관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든다. 그런 기관들은 사회가 불안하고 위기일 때뿐만 아니라, 안정적 상황에서도 반드시 제 기능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팔란티어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등록서류(Form S-1)에 적혀진 대목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팔란티어는 자신들의 실력과 사회적 니즈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팔란티어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과 현재의 CEO인 알렉스 카프 등을 포함 총 5명이 ‘9·11사태 같은 테러 막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설립한 기업이다. ‘넘쳐나는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기업의 미션으로 삼고 복잡하고 민감한 데이터 환경을 가진 조직에서 사용할 맞춤형 플랫폼을 구축해주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고담’과 ‘파운드리’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고담은 테러조직 검거, 자금 세탁 방지 등에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사용 예로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에 투입되어 ‘넵튠 스피어’ 작전에 활용됐었고, 유럽 ISIS 테러사건 당시에도 미국 해병대가 적의 공격을 사전에 감지할 때, 미국 정부가 자국 세관 요원을 살해한 멕시코 마약 조직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투입됐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 감염 경로 추적 서비스에도 활용된 바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크레디트스위스, 에어버스,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굵직한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기업 내부 불법 거래 감시, 제품 생산 및 관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며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다각도로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6개월 동안 세계 125개 기관 및 기업이 팔란티어의 서비스를 이용했고, 팔란티어의 고객인 기관·기업이 활동하는 국가는 150개 나라, 산업 분야는 35개에 달한다고 조사된 바 있다. 이러한 조사가 시행된 배경은 팔란티어의 독특한 운영 방침 때문이다. 고담과 파운드리 두 서비스 모두 팔란티어와 고객 간 계약 기간에 한정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팔란티어의 직원은 그들의 고객인 정부 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일정 기간 파견해 소프트웨어 설치 및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팔란티어의 고객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DNA가 전 세계로 깊숙이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과 현재의 CEO인 알렉스 카프 등을 포함 총 5명이 설립한 기업이다.ⓒ flickr.com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과 현재의 CEO인 알렉스 카프 등을 포함 총 5명이 설립한 기업이다.ⓒ flickr.com

 

현대중공업그룹과도 맞잡은 손

한편 최근 들어 팔란티어와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연이 깊어지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장비 부문 자회사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팔란티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21년 말에는 팔란티어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정유 부문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에 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한 달 만인 올해 1월에 현대중공업그룹은 팔란티어와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고 합작도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에너지, 산업기계 등 자사의 주력 산업뿐 아니라 자율운항, 액화수소, 로보틱스 등 미래산업 부문에까지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기술을 입혀 스마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모색해나감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게 됐다. 팔란티어 역시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제조 및 해양 운송 등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접함으로써 빅데이터 분야의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통해 그룹 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업무 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조직 문화 혁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고, 알렉스 카프 CEO는 “조선·해양 산업의 발전을 주도해온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류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며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지속적 성공을 거둬왔고 우리 모두의 안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협력 기회를 갖게 돼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정기선 사장은 스탠퍼드에서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피터 틸, 알렉스 카프와는 동문 관계로 알려졌다.

 

 

알렉스 카프 CEO는 철학 박사 출신의 사업가이자 거대한 자산을 지닌 부호로 알려졌지만, ‘폭탄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이며 태극권과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열광하는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flickr.com
알렉스 카프 CEO는 철학 박사 출신의 사업가이자 거대한 자산을 지닌 부호로 알려졌지만, ‘폭탄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이며 태극권과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열광하는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flickr.com

 

CIA가 투자한 회사, 베일 벗기니 더 큰 파장 야기

팔란티어의 시작은 피터 틸이 2004년 이베이에 페이팔을 매각하고 마련한 300만 달러의 자금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당시 그는 헤지펀드인 ‘클래리엄 캐피털’ 설립과 동시에 팔란티어를 창업하게 됐다. 신용카드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워진 팔란티어는 페이팔의 기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앞서 창업한 헤지펀드 회사의 업무로 인해 전적으로 회사 운영을 담당하기 어려워지자 스탠퍼드 대학 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현재의 CEO인 알렉스 카프를 영입하게 된 것이다. 이후 산업계와 주요 공공기관의 데이터 보유 현황과 분석 관행을 검토해 목표를 설정한 뒤 3년간 기술 완성도에만 주력하기로 기업 방향을 설정했는데, 알렉스 카프 CEO는 이 기간이 생각보다 길게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투자자와 초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방향을 우회하게 된다. 그렇게 찾아 나선 길이 민간이 아닌 공공, 특히 안보, 첩보기관인 것이다.

 

이때부터 팔란티어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5년 미국의 CIA가 투자자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CIA 자금으로 만들어진 인큐텔(In-Q-Tel)이라는 기업이 팔란티어에 200만 달러(약 22억 4,800만 원)를 투자했고, 이후 팔란티어의 사업은 베일에 싸이게 된다. CIA가 투자자로 참여하며 유명세를 탄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인 것이다. 이후 2015년에 팔란티어와 관련된 문서가 유출됐는데, 이때 공개된 정보는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켰다. 주 거래처가 CIA뿐만 아니라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국토안보부(DHS), 해병대, 공군특수작전사령부 등이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미국의 사범 기관인 ‘마약 단속국'에 마약 범죄자 위치 파악에 도움을 주고, 대형 금융사의 ‘내부 횡령과 사기’를 막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며 정보기관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스 카프 CEO는 과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년간 서구 문명이 팔란티어의 작은 어깨 위에서 두어 번 휴식을 취했다고 믿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간의 행보에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 flickr.com
ⓒ flickr.com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사업가

팔란티어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카프 CEO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다. 여느 글로벌 CEO와는 전혀 다른 행색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철학 박사 출신의 사업가이자 거대한 자산을 지닌 부호로 알려졌지만, ‘폭탄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이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태극권과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열광한다. 때문에 그의 성장 배경에 많이 이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었다.

 

사실 알렉스 카프 CEO는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히피’ 성향의 부모 아래서 자랐는데, 이들은 물질적 풍요로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모의 성향에 영향을 받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의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 문하에서 신(新)마르크스주의자들과 친분을 맺으며 철학박사 학위를 땄고, 학계를 떠난 직후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취미 삼아 투자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투자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다. 유럽의 억만장자들이 돈을 맡기는 매니저로 승승장구하며 2002년 캐드먼그룹이라는 자금관리회사를 설립하기까지 이른다. 이때의 경력이 CIA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느냐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팔란티어 사냐에서 그는 ‘카프 박사’라고 불리며 ‘정신적 지주로 숭배받고 있다’는 미국 언론사의 보도가 있을 정도다.

 

사업가로서 성공한 이후에도 그의 자유분방한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운전을 할 줄 몰라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가 하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기업가로 유명하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의 마이클 라이터 전 소장은 과거 팔란티어 계약 미팅 시 보았던 알렉스 카프의 모습에 대해 “그의 머리나 옷은 나와 회의에 참석한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았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와 팔란티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한 바 있다. 현재 그는 팔란티어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알렉스 카프 CEO는 자유분방한 모습이지만 ‘단기 투자자는 팔란티어에 투자하지 말라’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발언할 정도로 사업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냉철한 모습을 보인다.ⓒ flickr.com
알렉스 카프 CEO는 자유분방한 모습이지만 ‘단기 투자자는 팔란티어에 투자하지 말라’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발언할 정도로 사업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냉철한 모습을 보인다.ⓒ flickr.com

 

다양한 모습 지닌 팔란티어의 매력

알렉스 카프 CEO는 자유분방한 모습이지만 ‘단기 투자자는 팔란티어에 투자하지 말라’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발언할 정도로 사업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냉철한 모습을 보인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확실한 기술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긴 호흡으로 자신들을 지켜봐달라고 피력한 것이다. 정부 기관의 범죄 예방 및 테러리스트 검거, 마약 작전을 돕는 회사이면서도 민간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내부 비리 포착,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지원하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팔란티어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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