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처벌과 교화 둘러싸고 찬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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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8.04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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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없다’ 악용한 강력범죄 증가가 문제
‘낙인 효과’ 우려, 환경 개선이 먼저 목소리도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처벌과 교화 둘러싸고 찬반 논쟁

 

경찰이 지난해 법원 소년부로 송치한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 1만 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년부 송치 촉법소년이 1만 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흉포해지면서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갈등도 거세지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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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늘어나는 청소년 강력범죄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말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지만 다르게 분류하는 이유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인과 달리 형사처벌이 아닌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현행 소년법의 취지가 처벌보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기 위한 교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소년법에 따르면 소년보호처분의 종류는 최대 2년 소년원 수감, 교육 수강, 사회봉사 명령 등이 있다. 이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하지만 청소년 강력범죄 사건이 지속해서 증가하며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강력범죄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7년 6,282명과 2018년 6,014명에서 2019년 7,081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청소년 강력범죄 수는 8,474명을 기록했다. 법원 기록 또한 경찰 데이터와 유사한 추세를 보인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 접수 건수는 2017년 7,897건에서 지난해 12,502건으로 증가율은 58.3%에 달한다.

 

또한 2021년 발간된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엔 전체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의 비율이 평균 2.5%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5%를 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범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강력범죄 중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엔 35.4%에 불과했는데 2020년엔 86.2%로 급증했다.

 

이처럼 청소년 강력범죄가 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관련된 내용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의 대선 공약인 만큼 지금 정부의 국정과제에 담겨있다. 대선 당시 이재명, 안철수 후보도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본격적으로 쟁점이 된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다. 한 장관은 “흉포화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촉법소년 기준 연령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촉법소년 나이를 만 12세 또는 13세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 구성원 6명과 함께 안양소년원을 방문했다. ⓒ법무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 구성원 6명과 함께 안양소년원을 방문했다. ⓒ법무부

 

강한 처벌이 능사 아니라는 반대 의견도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건 만 12세 또는 13세의 청소년이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촉법소년 나이일 때 아무리 잔혹한 행동을 해도 최대 2년 동안 소년원에 가는 게 끝이고, ‘범죄자’라는 기록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촉법소년 나이가 낮아지면 최대 20년 동안 소년교도소에 갇혀야 할 수도 있고 범죄 기록도 남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 연령의 청소년에게 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서울소년원장이었던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강한 처벌을 내리면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한테 협박이나 보복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 개선이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호통 판사’로 잘 알려진 천종호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저서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에서 “교정학 이론에 따르면 70%가 가장 적정한 수용 인원이고, 100%를 넘어가면 교정 효과가 없다. 10평짜리 방에 소년범을 18명씩 몰아넣으면 다 한 패거리가 되어 출소한다”라고 적은 바 있다.

 

 

청소년 강력범죄 사건이 지속해서 증가하며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청소년 강력범죄 사건이 지속해서 증가하며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기에 전과자라고 낙인을 찍으면 성인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재범을 낮추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모든 부모나 어른은 분명하고 똑바르게 가르쳐야”한다며 “촉법소년이라고 법을 어긴 게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 절대 아이들에게 이런 행동은 안 된다는 것을 똑바로 가르치는 어른들의 자세와 부모들의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령 하향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2018년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나타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실상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인권위 아동청소년인권과는 아동이 과거보다 신체적으로 빨리 성숙한다고 해도 변별력이 커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입증할 과학적 증거도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아동청소년인권과는 “아동 범죄는 재활과 회복적 사법으로 다뤄져야 하므로 징벌주의는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소년 사건 재범률이 증가하는 것은 징벌주의가 약해서가 아니라 “교화·교정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교화·교정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나 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Pixabay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나 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Pixabay

 

해외는 몇 살부터 형사처벌?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소년범죄 처벌 연령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미국은 각 주마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이 다르다. 엄벌주의가 형사제도를 이끌던 1970~1990년대에 소년범을 혹독하게 다룬 역사가 있지만, 2000년대 이후 ‘교화’ 위주로 행정 기조가 바뀌었다. 다만 그렇다고 미국의 촉법소년 연령이 높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주가 만 12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고, 33개 주는 형법 적용 하한 연령이 아예 없으며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만 6세가 기준이다.

 

영국의 소년 사법 적용 대상 연령은 만 10세 이상부터 만 18세 미만까지이다. 만 10세 이상 만 17세까지는 사건이 소년법원에서 다뤄지며 형벌과는 다른 처분이 내려진다. 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성인교도소와는 다른 특수 처우 센터로 보내지며, 18세 이상이라도 만 25세 미만까지는 성인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 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는 14세이다. 14세 미만인 자는 형사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소년법원 법상으로 소년법원의 관할 대상도 아니다.

 

일본은 지난 1997년 고베에서 초등학생 2명이 만 14살이었던 중학생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후 소년범에게 엄벌을 내리는 정책을 택했다. 2000년에는 소년원에 보낼 수 있는 연령이 만 16세에서 14세로 낮춰졌고, 2007년엔 약 12세까지 내려갔다. 이후 2014년엔 소년범에게 내릴 수 있는 형량도 강화됐다.

 

한편 2019년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에선 아동권리협약에 참여한 국가에게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연령의 하한선을 최소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14세보다 낮은 국가들에겐 그 기준을 올리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협약 당사국인 만큼 권고를 받았다. UN은 아동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해선 처벌보다는 교정과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기준으로 25개 아동단체와 청소년단체들은 최근 법무부에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법률 개정안 마련 등에 대한 아동·청소년단체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명백히 국제 인권 규범에 반하는 결정이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효과 등을 증명할 정확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찾기 힘든 반면 소년법의 목적이나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인권 규범에 반한다며 사실상 연령 하향에 반대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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