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보지 못했던 ‘막단백질 분비시스템’ 3차원 이미지 복원 도전
이제껏 보지 못했던 ‘막단백질 분비시스템’ 3차원 이미지 복원 도전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2.08.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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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보지 못했던

‘막단백질 분비시스템’ 3차원 이미지 복원 도전

 

(사진=임성희 기자)
(사진=임성희 기자)

 

누구도 가지 못했던 길
혁신적인 신약개발 플랫폼 기대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간단한 상처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갑자기 중환자가 됐다면? 믿기 어려운 드라마 같은 이야기겠지만, 우리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장소가 ‘병원’으로 한정돼야 한다. 간단한 상처 치료에서 생명을 다투는 중환자로의 역변은 세균성 병원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의학기술로는 잡아내기 버거운 항생제 내성까지 갖춘 이 슈퍼 박테리아의 속을 구석구석 들여다봐야, 그 해결책이 나올 듯하다. 

의대입학에서 구조생물학자로
정정민 교수의 연구 이력이 좀 특이하다. 일단 그는 중학교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중, 고, 대학, 대학원까지 다닌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대학은 의대로 입학하였지만, 3학년 때 접한 전자현미경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교과서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단백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혁명과도 같았고, 구조생물학자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의생명과학과로 들어가 다시 기초부터 실력을 갈고닦았고, 학위 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일했다. 연구원 선배가 대학교수로 임용되자 그의 연구그룹에 들어가 다시 공부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는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지내며 임팩트가 큰 연구논문을 냈다. JCR 상위 5% 논문을 비롯해 20여 편의 논문과 1건의 특허를 발표했다. 그의 모든 연구의 중심에는 ‘전자현미경’이 있는데, 201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 분야의 급진적 발전을 통해 생체 분자를 고분해능 3차원 이미지로 도출해내면서 전자현미경의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생체 분자의 작용기작까지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정정민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성 질병 유발 병원체(박테리아) 관련 연구를 10여 년간 지속해오고 있으며, 특히 병원체 막단백질에 관심을 두고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이미지 분석법 관련 SCI 리뷰 논문을 비롯해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관련 분야 신진연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박테리아 막단백질 분비시스템 규명으로 인정 받고파”
막단백질 복합체는 그 구조가 굉장히 복잡할 뿐 아니라, 분리 및 정제 또한 까다로워서 연구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슈퍼 박테리아의 주요 질병 유발 관련 단백질들은 특히 막단백질이 많아, 그 치료법 개발이 난제다. 그의 주요 연구 타겟 병원체의 경우, 미국 질병 관리청에서도 TOP 5 위기 병원체로 선별해 연구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어서, 원천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이 심한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단백질의 구조는 곧 기능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막단백질의 분비작용체계는 상당히 복잡해서, 고분해능 3차원 구조 복원은 그 기능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요, 저는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3차원 이미지를 누구보다 잘 도출해내고 싶습니다. 물론 도출하는 것은 연구의 시작이라, 그 후의 연구가 더 심도 있게 진행돼야겠지만, 구조를 도출하기까지 과정을 최대한 짧게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게 제 첫 번째 연구 목표입니다” 그래서 그는 인공지능의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전자현미경에서 얻은 정보를 3차원 이미지로 만들려면 그 과정에 컴퓨터가 꼭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는 사람이 직접 프로그래밍 작업에 참여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의 소모가 컸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딥러닝을 이용해 그 과정을 줄여보겠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3차원 이미지도출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줄인다면 그 이후 감염성 세균과 바이러스의 작용기작을 밝혀내는 연구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다양한 의학 바이오 연구 분야에 적용 가능한 신규 분석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싶다며, 혁신적인 신약개발 플랫폼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최초보다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그리고 박테리아 막단백질 분비시스템 하면 정정민 교수가 떠오를 정도의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정정민 교수는 그만의 유쾌함으로 한국에서의 연구자 생활도 또 어려운 연구도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유쾌한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사진=임성희 기자)
정정민 교수는 그만의 유쾌함으로 한국에서의 연구자 생활도 또 어려운 연구도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유쾌한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사진=임성희 기자)

 

“학교와 동료 교수님들 지원에 깊은 감사”

오랜 외국 생활로 그는 보통 연구자들이 가지는 학연, 지연이 없다. 외로울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주변 연구자들 및 학과 동료 교수님들의 따뜻한 손길과 지원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저를 잘 챙겨주셔서 너무도 감사하죠. 생명공학과가 가톨릭대의 ACE 학과 중 하나인데요,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도 제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제가 정말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이는 정정민 교수.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며 밝음을 선사한 그는 학생들에게도 유쾌한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그의 연구는 존재하지만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람의 눈으로 보이기 쉽게, 그것도 3차원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기에 굉장히 난도가 높다. 정정민 교수만의 유쾌함은 난제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 돼 주지 않을까?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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