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다수의 후원 활성화와 정치자금 투명화 노력 필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초선 의원들이 정치후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인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깨끗한 돈'으로 불리는 정치후원금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에게 필요한 '실탄'일 뿐만 아니라 한도를 초과할 경우 다음 해로 이월되기 때문에 다다익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자금’에 대한 부정적 사회적 인식 탓에 인지도가 떨어지는 초선들은 정치후원금이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합법적인 정치자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재와 군부정권으로 상징되는 현대사의 긴 암흑기를 지나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했다. 또한, 1980∼90년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복지의 향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과 의식 수준이 높아졌으며, 이는 정치에 대한 참여와 관심으로 이어져 과거에 비해 선거풍토를 한층 깨끗하고 투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불법으로 비자금을 챙기는 잘못된 선거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낙마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종종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악습을 막으려면 우선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감시자 역할을 하며, 검은 돈과 눈먼 돈의 유혹을 받지 않도록 깨끗한 돈이 정치권에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다. 이 깨끗한 정치를 위해 국민이 직접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정치인에게 후원을 하는 이른바 ‘정치후원금’을 제공하는 일이다.
정치후원금은 정치자금법상에서 개인이나 후원회 등이 제공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정치자금이다. 정치자금법상의 합법적인 정치자금 이외의 일체의 음성 정치자금 수수는 처벌을 받게 된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이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물건을 말한다. 이 중 '후원금'은 후원회의 회원이 후원회에 납입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을 말하며, 개인은 하나 이상의 후원회를 통하여 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고 법인이나 단체는 일절 정치자금을 기부나 기탁을 할 수 없다. 개인은 자유의사로 후원회의 회원이 될 수 있으나, 정치자금 기부제한자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자는 후원회의 회원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법인이나 단체는 후원회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
후원회의 후원금의 경우, 연간 기부 가능 한도액을 정하고 있으며 법인 또는 단체는 기부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다. 후원인이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후원회가 연간 모금할 수 있는 한도액은 대통령후보자등후원회·대통령선거경선후보자후원회는 각각 선거비용제한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 국회의원·국회의원후보자등 및 당대표경선후보자의 후원회는 각각 1억 5,000만원, 지방자치단체장후보자후원회는 선거비용제한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치후원금은 국민이 합법적으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깨끗하고 더 나은 정치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정치후원 문화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특히 초선의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치후원금 한도를 다 채워 계좌를 폐쇄한 국회의원은 전체의 10%인 불과 3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30명 중 비례대표는 홍종학 의원 단 1명이고, 19대 국회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초선 의원으로 쳐도 5명에 그쳐 정치후원금이 초선·비례대표들에게 정치후원금이란 남의 일이나 다름없다.
성완종게이트 부른 우리나라 정치계의 부끄러운 민낯
지난해 정치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정치계의 이슈 중에 하나는 ‘성완종게이트’였다. ‘성완종 게이트’는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는데 그 중심에는 정치권의 검은 거래, 정경유착의 어두운 이면이 자리하고 있고, 정치인들에 대한 후원금 문제도 내재해 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청구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최근 공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4년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99명의 국회의원은 총 504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1인당 평균 1억 7,000만 원 가량(연간 1억 5,000만 원 한도, 작년처럼 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까지 가능)을 거둬들인 셈이다.
그런데 연간 300만 원 초과 후원자(연간 총 2,000만 원, 국회의원 한 명당 500만 원 후원 가능) 명단을 살펴보면 고액 기부자의 직업이 모호하게 기재돼 있어 신원 파악이 어렵다. 후원자의 신원이 모호한 비중은 전체 모금액의 80% 가까이를 차지, 정치 후원금의 투명성을 의심하게 한다. 또 일부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구 기초의원이나 같은 당 기초의원들에게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갑을관계 후원’이란 눈총을 사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국무총리 직에서 물러나게 된 3선의 새누리랑 이완구 국회의원(충남 부여·청양)의 경우 당시 충남도의원이었던 A 씨 등 지난해 6·4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지역구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들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2013년 말부터 이 의원은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을 앞둔 4명으로부터 4500만 원(캠프 관계자 후원금 포함), 광역·기초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4명에게 2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후원자 리스트에는 A 씨를 제외하곤 직업이 ‘자영업’, ‘회사원’ 등으로 기재돼 있어 정당인, 지방선거 출마예정자임을 은폐했다.
초선인 새누리당 이장우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B 대전시의원에게 50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의 건설 관련 단체 임원인 C 씨는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논산·계룡·금산)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공주)에게 880만 원을 기부했다. 대전의 경제인 단체 임원 C는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기업인들에게 정치인 후원금은 사업 영위를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차명의 쪼개기 후원’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으로 정확한 실태를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 후원금의 출처를 파고들어가면 국회의원에게 흘러들어간 특정인의 후원 규모가 선관위 자료에 명시된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매년 국회의원 후원금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300만 원 초과 고액 기부자 인적사항이 제대로 기재되고 있지 않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더구나 현행법에는 정치자금 후원자 인적사항 기재 위반 시 처벌조항이 없어 ‘익명성 후원’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정치후원금은 정당한 정치활동의 일환이므로 그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출처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자금 전반의 투명성을 확보해 올바른 정치후원금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