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광장’보다 중요해진 ‘온라인’ 유세
[이슈메이커] ‘광장’보다 중요해진 ‘온라인’ 유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2.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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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미디어’ 퇴조 속 2030 눈높이 의식

각종 플랫폼 활용한 비대면 선거운동 대세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광장’보다 중요해진 ‘온라인’ 유세

 

20대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주요 후보들이 과거 사용된 적 없는 뉴미디어 선거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성 신문과 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후보들이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 지지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인 셈이다. 유권자는 스마트폰을 몇 번 누르는 것만으로 후보의 동향부터 공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거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인공지능(AI)과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신기술을 활용한 선거운동도 활발히 전개된다.

 

 

ⓒPixabay
ⓒPixabay

 

핵심 소통 창구가 된 ‘커뮤니티’와 ‘유튜브’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세대는 대선 국면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밈(meme)’과 ‘짤(짧은 영상 및 사진)’을 자신들의 정치적 언어로 선택해 커뮤니티에 배포하면서 후보를 놀이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정치가 희화화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후보별 캠프에서도 어떤 식으로 노출될지에 많은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특히 콘텐츠의 형태와 내용, 방식이 변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젊은 세대는 길면 외면한다. 놀이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짧게 만들고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소비한다. 그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탈모 밈’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59초 쇼츠’ 영상이 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여야 모두 자기 진영에 우호적인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바를 살피고 이를 정책에 반영, 다시 커뮤니티 안에서 호응을 얻는 ‘선순환’ 효과를 노리고 있다.

 

TV 토론 위력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유튜브’ 열풍도 만만치 않다. 시간 제약이 있는 방송 인터뷰나 토론에서는 원론적인 대화만 가능하지만, 각각 세밀한 분야를 다루는 뉴미디어에서는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유권자들에게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어서다. 특히 현행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따르면 90일 전부터 보도 토론 프로그램을 제외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는 만큼, 각 후보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유권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말 여야 대선 후보에게 경제 정책 비전을 물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대표적이다. 이 채널은 주요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를 초청해 1시간 30분 동안 경제 정책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뷰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되자, 네티즌들은 “삼프로TV가 나라를 구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각 후보의 정책과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 판단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시청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이 2022년 대선판을 흔드는 ‘리딩 플랫폼’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여야 대선 후보에게 경제 정책 비전을 물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는 정책과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 판단에 도움이 됐다며 유권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여야 대선 후보에게 경제 정책 비전을 물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는 정책과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 판단에 도움이 됐다며 유권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온라인 플랫폼 총동원하는 이재명 후보

또한 후보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기존에 활용하던 SNS와 별개로 후보 각자의 특성을 살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웹사이트를 만들어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이나 NFT, 메타버스까지 총동원해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석에 ‘비대면 선거문화’의 뿌리가 깊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OTT와 소셜미디어(SNS), 스마트폰 앱 및 ‘챗봇’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동하는 차량 내에서나 도보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직접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거나, 두 개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비롯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을 폭넓게 이용하며 유권자와 소통한다. 아울러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에 주요 공약과 일정, 사진 등을 게재하고 있고 이 후보의 공약과 신상 등에 질문하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답해주는 챗봇도 일찌감치 가동했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OTT와 소셜미디어(SNS), 스마트폰 앱 및 ‘챗봇’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후보 ‘재밍’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선후보는 OTT와 소셜미디어(SNS), 스마트폰 앱 및 ‘챗봇’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후보 ‘재밍’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온라인 정치구독 플랫폼을 표방한 ‘이재명플러스’ 앱도 운영 중이다. 민주당 온라인소통단 플랫폼 총괄 선임 이재선 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플러스는 이 후보가 직접 유권자 목소리를 듣겠다고 요청해서 만들어진 플랫폼이다”며 “(이재명플러스가) 국민에게 가장 가까운 소통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에 맞춰선 ‘재밍’ 사이트도 공개했다. 후보 이름인 이재명과 ‘재미’, 현재진행형을 의미하는 ‘ing’를 합성한 단어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형식으로 ‘재밍 오리지널’, ‘위키잼’, ‘공약잼’, ‘참여잼’ 등 크게 4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방문자가 게임·재테크·반려동물·건강 등 주요 관심사를 선택하면 맞춤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속도’와 ‘압축’으로 이슈 선점하는 윤석열 후보

윤석열 후보의 뉴미디어 활용 콘셉트는 ‘속도’와 ‘압축’으로 요약된다. 생활 밀착형 쇼츠 영상이나 10자 이내 페이스북 글은 큰 관심을 받으며 이슈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멸공’ 논쟁에 불을 붙이며 온라인상의 밈이 되기도 했다. 또한 반려견·반려묘 사진을 올리는 SNS ‘토리스타그램’ 계정, 청년세대 문제 해결을 위한 온라인 캠페인 ‘민지야 부탁해’ 등으로 정치입문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갈수록 뉴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에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전직 검찰총장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반 시민과 만나 요리를 해주며 대화를 나누는 ‘석열이형네 밥집’ 영상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아울러 ‘AI 윤석열’을 선보이며 공약사이트 ‘윤석열 공약위키’에서 누리꾼들 질문 댓글에 영상으로 답변하며 화제를 모았다. 국민의힘 정책본부 백경훈 뉴미디어 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공약위키는) 20, 30대 실무진들이 함께 만들었고, 노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가 찾고 싶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정책 공약을 친숙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에는 ‘오늘의윤집.ZIP’ 사이트를 선보였다. ‘공약모음.ZIP’, ‘우리동네공약.ZIP’, ‘광고모음.ZIP’, ‘실시간인기.ZIP’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이곳에서 동영상 및 카드 뉴스 공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정치입문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갈수록 뉴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에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선후보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선후보는 정치입문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갈수록 뉴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에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선후보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이처럼 이번 대선은 역대 선거와 비교해도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미디어 전쟁’이 전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 선거운동의 핵심 플랫폼은 ‘광장’이었다. 세력 싸움이 치열했던 1987년 대선에서 후보들은 청중 동원에 열을 올려 김대중 후보와 김영삼 후보가 여의도광장에 각각 130만 명을 동원하자 노태우 후보는 150만 명을 불러 모아 맞붙을 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판세를 가늠한 것이다.

 

1990년대에 접어든 후에는 TV가 주요 플랫폼이 되었다. 1971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그 유명한 장충단 유세도 비슷했다. TV 토론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그간 후보들의 ‘어록’이 지금까지 화제가 되기도 한다. 2000년대부터는 인터넷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했고, 201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로 모바일 기반의 뉴미디어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처음 열리는 이번 대선 역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며 미디어 선거는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치열한 ‘미디어전’이 실제 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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